“자장면이나 시켜 먹으면서 얘기합시다.”

최근 동네앞 도로개설로 피해를 겪게 됐다며 용인시청을 항의 방문했던 주민 10여명은 어렵사리 성사된 '시장 면담' 도중 뜻하지 않은 시장의 제의에 어리둥절해 했다. 수차례의 민원 제기에도 시청에선 이렇다할 답변을 하지 않았던 터,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한채 거의 처들어가다시피 시장실을 찾아갔다가 '공격대상'으로 삼았던 이정문 시장으로부터 뜻하지 않은 자장면 한그릇씩을 '대접' 받게 된 것.

격앙됐던 주민들은 졸지에 벌어진 시장과의 '자장면 오찬' 과정에서 차분하게 자신들의 주장을 전달할 수 있었고 이 시장 역시 “시장이 주민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법적 테두리안에서만 가능하며 법적 테두리안에서 가능한 일은 최대한 검토하겠다”는 소신을 설명할 수 있었다.

시장실에서 민원인과 시장이 함께 자장면을 시켜 먹으며 얘기를 주고 받는 이색적인 모습은 적어도 용인시청에서는 더 이상 진풍경에 속하지 않는다.

지난 2일로 만 2년째를 맞은 재임 기간동안 이 시장이 하루에 만나는 민원인은 줄잡아 20여팀에 달한다. 면담 약속때문에 점심시간이 30~40분 늦춰지는 건 예사고, 공식적인 오찬 약속도 번번이 지각이다보니 애꿎은 비서실만 '지탄'의 대상이 되기 일쑤다. 2년동안 만난 민원인을 연인원으로 치면 용인시 인구 전체보다 적지 않을 것이라는게 주위의 공통된 얘기다.

'가만히 앉아 있지 못하는' 이 시장의 스타일은 그동안 보여준 해외출장 행보에서도 여실히 나타난다. 이 시장의 외국출장은 자매결연 등 단순한 교류에 그치는 경우가 거의 없다. 경전철사업 추진이 주춤하자 미국과 캐나다로 날아가 사업 참여업체인 봄바디사 측과 '담판', 구체적 추진일정을 확약받아 왔고, 최근엔 중국의 '유람성' 추진 사실이 전해지자 곧바로 중국출장길에 올라 투자의향서를 손에 쥐고 왔다. 지역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되는 사업을 다른 지역에 내줄 수 없다는 '조바심'의 발로다.

물론 민원의 대다수가 행정기관과의 입장차이 때문에 생기는 일인 만큼 매번 대화가 만능인 것만은 아니다. 소탈한 성격덕에 격의없는 대화의 자리가 자주 마련되기도 하지만, 역시 이러한 성격탓에 대화 과정에서 민원인들에게 버럭버럭 소리를 잘 지르기로도 유명(?)한 사람이 바로 이 시장이다. 앞뒤 가리지 않고 억지를 쓰는 민원인에겐 '제대로 공부하고 다시 찾아 오라'는 직설적 표현도 서슴지 않는다.

이 시장은 그러나 '만나서 얘기하고, 결정되면 추진한다'는 단순한 스타일을 2년동안 고집해 왔다. 빡빡한 일정 때문에 '사람 가려서 만나느냐'는 항의를 받는 일도 허다하지만 용인시장이 용인시민 만나는 일만큼 중요한 일이 어디 있느냐는 것이 그의 일관된 '시장론'이다. 덕분에 '씩씩하고 시원시원하다'는 평을 받는 그가 '사람 만나는 일'에 지쳐 일주일에 한 두번씩 병원 링거 신세를 지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의외로 많지 않다. /용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