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원인들이 올 때마다 커피를 타는 수고도 덜고 어려운 이웃까지 도울 수 있으니 일석이조 아닌가요.”
수원남부소방서 권선파출소엔 아주 특별한 자판기가 있다.
'사랑의 자판기'라는 문구가 붙어있는 것 외엔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이 사무실용 자판기는 직원들이 지난해 봄 각자 2만~3만원의 돈을 모아 손수 마련한 것.
이 자판기가 특별한 이유는 매월 자판기 운영 수익금이 어려운 이웃을 돕는 데 쓰이고 있기 때문이다.
직원들이 세류3동의 한 빈민가 무허가주택에서 단둘이 살고 있는 김귀덕(85·가명) 할머니와 어린 손자 세영(7·가명)이의 딱한 사정을 처음 전해듣게 된 것은 지난해 6월께.
할아버지의 오랜 병원생활과 아들의 사업실패 등으로 빚까지 지고 있는 데다 집까지 담보로 넘어간 상태다. 여기에다 할머니는 협심증, 고혈압 등 각종 만성질환으로 고생하고 있고 세영이가 올해 초등학교 입학을 앞두고 있어 더욱 어려운 처지.
이러한 형편을 알게 된 파출소 직원들은 때마침 설치한 자판기 운영 수익금으로 이들을 돕기로 뜻을 모았고 지난해 6월부터 매월 자판기 운영수익 중 7만원을 생활보조금으로 전달하고 쌀과 라면 등 부식을 함께 건네고 있다.
이와함께 틈날때마다 구급대원들이 할머니를 찾아 혈압과 당뇨 등 할머니의 건강상태를 확인하고 할머니의 말벗도 돼주고 있다.
지난 설에는 명절을 쓸쓸히 보낼 이들이 걱정돼 직원들이 직접 떡과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세영이 가방 등 선물을 사들고 방문하기도 했다.
“처음엔 얼마 안되는 도움을 주는 것이 쑥스러웠는데 할머니와 세영이가 기뻐하는 얼굴을 보며 작은 관심이 큰 기쁨을 나눌 수 있다는 것을 배웠다”는 소방관들은 앞으로 세영이가 초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계속 이들을 도울 생각이라고 말했다.
커피를 타는 직원들의 수고를 덜어주기 위해 처음 자판기 구입을 제안했다는 허양욱(42) 소장은 “사랑의 자판기가 앞으로 많이 늘었으면 하는 바람”이라며 “이웃을 돕는 것은 큰 일이 아니다”고 거듭 말했다.
'사랑을 나누는 자판기'
입력 2005-02-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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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2-14 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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