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뿌리 의회의 '살림꾼'에게 학력이 뭐 그리 대수냐 반박할 수도 있지만 대졸, 석·박사가 넘쳐나는 것이 엄연한 현실이고 보면 용인시의회 이건영 의원의 왕성한 의정활동은 그의 학력과 맞물려 이래저래 화제를 모으고 있다.
급속한 도시팽창속에 아직도 농촌적 요소가 강한 모현면 출신 이 의원은 자신의 의정활동을 '모르니까 배워가면서 일하는 것'이라고 규정한다.
가난한 농부의 아들로 가정형편 때문에 상급학교 진학을 포기해야 했던 처지, 초등학교만 졸업한 학력이 자랑스러울 건 없지만 부끄러운 일은 더더욱 아니라는 게 자신의 인상만큼이나 투박한 그의 소신이다. 때문인지 용인시청의 주요 부서 사무실에서 공무원들을 붙잡아 놓고 법령을 '공부'하거나 인허가 절차를 '배우는' 이 의원의 모습을 발견하기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축산업에 종사했던 전력과는 다소 동떨어지지만, 이 의원은 도시지역 시의원들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환경 문제를 '전공'으로 삼았다. 용인시의 급격한 도시 개발과정에서 '환경이 죽으면 사람도 죽는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느꼈고, 환경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장기적으로는 지역의 발전을 위하는 것이라는 확신도 갖게 됐다. 자연스레 경안천의 수질보호에 관심을 가져 자동수위조절장치 도입에 앞장섰고, 4년전부터는 매년 경안천에 대한 수질검사를 실시, 오염방지에 남다른 노력을 기울였다.
특히 용인시의 하수종말처리시설 사업 추진과정에서 출신지역인 모현에 처리장을 조기 유치하기 위해 기획예산처와 환경부를 말그대로 '제집 드나들 듯' 방문, 처리장 반대 시위가 끊이지 않았던 인접지역 동료 의원과 마찰을 빚기도 했다.
'팔당호 수질정책협의회 주민대표' '한강살리기 운동본부 용인시본부장' 등 그의 드러나지 않았던 이력서는 4일 환경부장관 표창 수상으로 비로소 빛을 발했다. '말'보다는 발과 몸으로 뛴 결과다.
이 의원은 요즘 또다시 '남이 가지 않는 길'에 발걸음을 내디뎠다. 기피시설로 인식된 장애인학교를 자기 동네에 유치해 보겠다고 나선 것. 시의 수많은 장애인 학생들이 수원과 성남 등으로 힘겨운 등교길에 오르는 걸 더이상 두고보지 않겠다는 각오다.
“단 한명의 장애인 학생이 있더라도 장애인 학교는 존재해야죠.” 시의 장애인학생 현황과 장애인 학교 설립의 명분을 묻는 질문에 그의 대답은 이렇게 짧고도 명확했다.=용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