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인물은 지난해 7월 지방행정사무관 승진과 함께 부임한 연천군 왕징면 홍혜숙(48) 면장.
두딸의 학부모이자 연천군의 얼짱으로 소문난 홍 면장의 사무실에 들어서면 여성스럽고 화려할거란 예상을 깨고 역대 면장사무실 분위기와 별반 다름을 못느낀다.
탁자위에 화사한 꽃병이라도 있을법 하지만 그 곳은 책상과 의자, 서재가 전부다. 있는 그대로 깔끔하고 인위적인 것보다는 자연스럽게 내방객을 맞이, 내실을 기하자는 홍 면장의 성격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었다.
1년간의 활동소감에 대해 홍 면장은 부임초 승진의 기쁨에 앞서 일선행정 책임자로서 부담감이 컸다고 했다.
남의 일에 간섭하기 싫어하는 성격이어서 주민접촉이 잦은 면장일을 제대로 소화해낼 수 있을까 하는 걱정으로 부임 전날 잠자리에 들지 못하고 있을때 남편 이경국(50)씨가 이번 기회에 성격도 좀 바꾸고 집안일 걱정말고 열심히 한번 해보라며 이제껏 들어보지 못한 격려를 해줘 큰 힘이 됐다고 했다.
이곳 주민들도 여성면장이 부임한다는 소식을 듣고 그다지 탐탁지 않게 생각했다. 궂은 일도 궂은 일이려니와 항상 몸과 마음이 바쁜 농민 마음을 여성면장이 어떻게 헤아리겠냐며 볼멘소리도 나왔다고 한다.
홍 면장은 왕징면이 민통선과 인접해 낯선 풍경이었지만 빠른 시일내에 주민과 동화되기 위해 부임 첫날부터 마을을 찾아다녔다.
마을 어르신들을 대할때마다 “안녕하세요. 새로 부임한 홍혜숙 면장입니다”라고 인사를 건네면 “아~그러세요”라며 미덥지 않게 대하는 시선이 부담이 됐지만 그럴때마다 더욱 더 주민들의 신임을 얻어야 겠다는 오기가 발동했다고 했다.
출근과 함께 운동화와 근무복 바지차림으로 갈아입은 홍 면장은 경로당은 물론 사사로운 마을주민 경조사 등에 부지런하게 발걸음을 재촉했다. 주민들이 대민지원을 요청하면 치열하게 군부대와 협의하고, 어쩌다 주민들과 노래방이라도 가면 손을 잡고 허물없이 어울리며 주민들에게 다가갔다.
이같은 일들이 입소문을 타고 마을내로 퍼지자 점차 주민들은 마음을 열기 시작했고, 홍 면장은 주민들의 손과 발이 되어가는 데 익숙해졌다고 했다.
가장 보람된 일로 홍 면장은 “지난 6월 말께 갑자기 몰아닥친 돌풍으로 북삼리 마을 16가구가 재난에 처했지만 직원들과 주민들이 깜깜한 밤부터 신속한 사태수습에 나서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며 군 주최 돼지풀 제거작업 각 읍·면대항에서도 1위를 차지하고 지난 10일 열린 왕징면체육대회에서는 단합된 힘을 보여준 주민들에게 고마움을 표시했다.
완벽하기보다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이고 싶다는 홍 면장은 재직하는 동안 주민복지와 봉사행정에 더욱 더 매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연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