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가 변하면 사람들의 가치관과 인식도 변해간다.
 대학생들도 예외일 수는 없다. n세대로 불리는 지금의 대학생들은 70, 80
년대의 대학생들과는 차별적인 생각속에서 그들의 문화를 꾸려가고 있다.
 컴퓨터와 휴대폰 문화로 상징지워진 n세대 대학생들은 '구속'보다는 '자
유'를, '단체'보다는 '개인'을 우선시 한다. 그러나 현 대학생들은 유례없
는 취업난을 겪고 있다. 이같은 '컴 문화'와 '취업 강박관념'이 현재의 대
학문화를 과거와는 사뭇다른 유형으로 바꾸어가고 있다.
 ▲취업난과 휴학, 컴문화 그리고 자유=교육부는 지난 2월 올해 대졸자의
취업률이 53.4%라고 밝혔지만 일선에서 느끼는 체감 취업난은 이를 훨씬 웃
돈다.
 대졸자 취업률은 외환위기 직전인 97년 61.8%를 기록한뒤 98년 50.5%로
떨어졌으나 99년 51.3%, 2000년 56.0%로 회복세를 보여왔다. 전문대 취업률
도 지난해 79.4%에서 올해는 72%로 7.4%포인트 떨어진 것으로 조사됐다.
 이 통계에 따르더라도 대졸자와 전문대 졸업자 취업률을 종합한 평균 취
업률은 62.4%로 지난해 68.2%보다 5.8%포인트나 떨어졌으며 16만4천명은 일
자리가 없다는 계산이 나온다.
 현장에서 느끼는 취업난은 훨씬 심각하다. 대학의 취업알선 창구에서는
올 졸업생에 '취업재수생' 10만여명까지 합치면 실제 취업률은 30%대에 머
물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이다.
 취업난을 피해 휴학을 선택하는 현상으로 이어지면서 휴학률이 98년
38%, 99년 43%에서 지난해에는 44%(50만명)로 크게 치솟았다.
 인터넷과 컴퓨터의 보급, 확산도 대학생들의 사고방식이 변하는 계기가
됐다. 일방적인 정보공급에서 쌍방향의 정보교환이 가능해지고 밖으로 나가
지 않아도 새로운 문화와 다양한 가상현실을 인터넷을 통해 접하게 되면서
집단과 규율, 질서를 강조하던 사고는 쇠퇴했다.
 대신 쉬는 시간이면 PC방을 찾아 컴퓨터 통신을 하거나 인터넷 채팅을 통
해 이성을 만나고 화상대화를 이용해 서로간의 관심사를 토로하며 인터넷
을 이용해 학교에서 내준 과제물을 정리하는 것이 보편화됐다.
 개인주의가 보편화되고 내가 최고라는 사고방식이 일반화되면서 관념과
사유(思惟)를 강조하는 학문이 설자리를 잃게 됐다.
 이지욱(24·인하대 사학과 3년 휴학중)씨는 “학과특성상 어학이나 컴퓨
터 공부 등을 병행하지 않으면 취업하기 어려운 상황으로 영어회화 공부를
위해 지난해까지 두번이나 휴학했다”며 “강의실은 썰렁한 반면 제각각의
사교육은 엄청나게 활성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동아리문화의 변화=IMF 이후의 이같은 취업난은 대학문화를 급속도로
바꾸어 놓고 있다. 모든 활동이 취업의 연장선상에서 이뤄진다. 민중가요
동아리, 풍물패, 탈춤패 등 70, 80년대 대학생들로부터 의미있는 동아리로
여겨졌던 전통 동아리들은 '개점휴업'상태로 철저히 외면당하고 있다.
 경기대의 운동권 학술동아리인 KUSA의 경우 지난해 동아리 활동을 아예
중단했고 학술동아리중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것은 일본어 모임인 JSC와 영
어모임 TIME뿐이다.
 아주대 동아리연구회 정책국장인 김성훈(21)씨는 “신입생들은 대부분 자
기주장과 개성이 강해 동아리활동을 하려들지 않는다”며 “학생회와 동아
리에 대한 관심이 줄어들면서 운동권에 속했던 동아리들도 하나 둘씩 이탈
하고 있다”고 세태를 설명했다.
 반면 영어회화, 컴퓨터, 마케팅 등의 동아리는 학생들로 넘쳐난다.
 김천영(22·아주대 경영학부 3년)씨는 자동차에 관심있는 전국대학생을
대상으로 대우에서 운영하는 '캠퍼스파트너'에 99년부터 가입해 활동하고
있다.
 현재 전국적으로는 6천여명이, 경인지역 대학생은 40~50명이 회원으로 가
입돼있다. 주요활동은 대우자동차판매에서 마련한 이벤트에 참가, 자동차
관련 마케팅안을 제안하는 것이다. 향후 취업시 이점도 있을 뿐 아니라 우
수마케팅을 제안하면 상품권도 받는다.
 이밖에도 인하대의 로켓연구회, 로봇연구회 등과 바텐더를 꿈꾸는 학생들
을 위한 바텐더 동아리나 아주대의 요리동아리 '용트림'등은 학생들로부터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대학내 대중문화=80년대에서 90년 초까지 대학문화가 대중문화를 이끌
었다면 지금은 대중문화가 대학문화를 이끌고 있는 양상이다.
 축제행사가 과거에는 풍물패와 함께 민중가요를 부르며 친목을 다지는 프
로그램이 대부분이었다면 요즘은 '알까기'등 TV오락 프로그램에서 따온 게
임이 축제행사의 주종을 이룬다.
 언어나 대화에서도 'TV 토크쇼'류의 가벼움을 특징으로 하고 있다.
 수원대 김종호(20)씨는 “한마디 얘기를 해도 재미있어야 한다는 강박관
념때문에 스포츠 신문이나 PC통신 유머난을 열심히 뒤지고 메모까지 한다”
고 밝히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