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국내 중고차 매매시장에서 거래된 차량은 모두 180여만대로 140여만대가 출고된 신차보다 거래비중이 훨씬 높을 정도로 중고차가 인기를 끌고 있다.

그러나 중고차에 대한 소비자들의 인식이 변해 매매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소비자 피해도 급증해 대책마련이 시급하다.

최근 들어서는 주행기록이나 연식을 조작하거나 사고사실을 숨기는 등 매매상들이 소비자의 눈을 속여 판매하는 전통적인 악덕상술에다 차를 판다고 속인 뒤 돈만 받고 사라지는 각종 사기까지 기승을 부리고 있다.

한국소비자보호원에 따르면 지난 99년 전국적으로 2천52건이던 중고차 관련상담이 지난 2000년 3천335건으로 급증한데 이어 지난해에도 4천211건으로 늘어 매년 1천여건씩 증가하고 있다.

도내의 경우 지난해 경기소비자보호정보센터, 전국주부교실 경기도지부에 접수된 상담건수는 200건에 불과했으나 올 상반기에만 200여건이 접수되며 두 배에 가까운 가파른 증가세를 나타냈다.

소비자단체에 접수된 피해유형의 경우 ●차량양도후 하자발생 ●사고 이력이 없다고 숨기다 사후적발 ●등록 지연, 세금관련 문제발생 ●계약시 조건 위반 등 대부분이 매매업체가 차량성능과 기록을 숨기는 경우였다.

이같은 소비자 피해의 양산은 지난 97년 규제완화책으로 중고자동차매매 영업장 면적과 위치, 인근 도로와의 이격거리 등 엄격히 제한됐던 자격요건을 대폭 완화함에 따라 중고차매매영업을 '허가제'에서 200여평 이상의 요건만 갖추면 가능한 '등록제'로 전환했으나 이에 대한 규제와 감독은 상대적으로 소홀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외환위기 이후 소비자의 인식이 자동차 보유대수 1천300만대를 넘어서며 '새것'만을 추구하던 소비자의 기호도 실용성 위주로 변화하며 중고차는 매력적인 소비물품으로 자리잡았음에도 불구하고 시장의 투명성은 그 규모를 따라잡지 못했다.

소비자 단체들은 지속적인 시정노력을 벌여 결국 정부는 지난 7월1일 소비자보호법시행령을 개정해 자동차 등 중고품에 대한 품질보증제도를 실시한데 이어 업계에선 무상보증제, 할부제, 각종 서비스 확대에 주력하겠다고 밝히고 있으나 아직 실효를 거둘지에 대해서는 미지수다.

소비자보호법시행령 개정에 따라 거래투명성을 보장하는 성능점검표의 교부가 활성화되고 있지 못한데다 최근 큰폭으로 증가하고 있는 당사자간 거래의 경우 피해보상을 받을 수 없는 등의 문제점도 여전하다.

또 수원, 용인, 부천 등을 중심으로 중고차 대형매매단지 설립이 이뤄지고 있는데다 대규모 마케팅 능력을 보유한 인터넷 업체, 국내 자동차메이커 영업대리점 등도 시장에 뛰어들어 경쟁력이 떨어지는 중소업체들의 도산이 이어지며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소비자고발센터 관계자는 “양적으로 빠르게 성장한 반면 질적인 면에서 미흡한 것이 사실이다”며 “업계는 소비자를 안심시킬 수 있는 서비스를 충실히 수행해야 한다”고 밝혔다.

◆ 중고차매매제도 정착 아직 멀었다

지난 7월1일 소비자보호시행령이 개정되며 관계당국, 소비자단체, 업계 등이 중고자동차 매매활성화에 따른 시장투명화를 외치고 있지만 현실적인 문제에 부딪히며 개선이 쉽지 않다.

중고차 매매와 관련 지난 한해 한국소비자보호원에 접수된 소비자피해사례는 총 4천221건으로 최근 4년간 매년 1천여건씩 증가했고 도내에서도 매월 30여건 이상의 피해사례가 소비자단체에 접수되고 있다.

4일 전국주부교실 소비자고발센터와 경기소비자보호정보센터 등에 따르면 중고차거래량이 늘어나며 소비자 피해가 2배 이상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판매후 1년간 가능한 사후관리는 외면한 채 차량 판매와 마진올리기에만 열을 올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중고차 매매를 하겠다며 나선 뒤 계약금과 차량대금을 챙기고 사라지는 중고차 관련 사기도 기승을 부리고 있다.

-소비자 피해사례

최근 대우 누비라를 구입한 오모(34·수원시 팔달구 연무동)씨는 중고차 매매 당시 6만9천㎞를 주행했다는 판매원의 말에 속아 차량을 구입했으나 전문기관에 의뢰 차량의 주행거리 여부를 확인한 결과 10여㎞ 이상을 주행했다는 소리를 듣고 소비자고발센터에 고발을 검토하고 있다.

전모(40·시흥시 검모동)씨도 지난해 12월말에 수원의 J자동차매매상사에서 97년식 엔터프라이즈 승용차를 1천570여만원에 계약한 뒤 현재까지 운행하고 있다. 전씨는 지난달 차량점검을 위해 정비소에 들렀다가 정비업체 직원으로부터 볼네트, 트렁크 등이 교환된 상태고 이전에 큰 사고로 인해 차대 중간에 용접이 돼있다는 얘기를 듣고 업체를 고발키로 결정했다.

지난 5일 Y자동차매매상사에서 95년식 쏘나타II 승용차를 구입한 장모(47·수원시 팔달구 인계동)씨는 주행거리가 16만9㎞이고 가스차량이라고 해서 현금 360만원을 주고 차량을 구입했으나 구입한지 며칠후부터 잦은 고장이 발생, 정비업체를 찾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