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근로사업을 없애는게 당장 굶어 죽으라는 소리지…. 갈비 뜯고 고기 먹여달라는 것도 아니고 밥 한술에 된장찌개 먹겠다는데 그것도 못해주는지….”

지난 9일 수원시 장안구 연초제조창에서 만난 신모(55·여)씨는 공공근로사업이 내년도에 없어질지도 모른다는 소식에 걱정섞인 울분부터 토해냈다.

신씨뿐만이 아니었다. 대부분 50대 중·후반의 여성들로 이루어진 공공근로사업 참여자들은 부지런히 손을 부리며 풀을 뽑아대고 있었지만 무엇인지 모를 불안함과 초조함으로 하나같이 어두운 표정들이었다. 시행 5년째를 맞은 공공근로사업이 존폐위기에 몰리면서 벌써부터 현장에는 유일한 생계수단을 잃어버릴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팽배해 있다. 애초에 공공근로사업은 IMF직후 대규모 실업자를 구제하기 위한 실업대책의 일환. 때문에 실업률이 3%대로 떨어진 현재, 사실상 공공근로사업은 존재의미를 상실한 셈이다.

정부도 지난 2000년부터 관련 예산을 연평균 30%씩 삭감해왔고 내년도에는 중앙부처사업 전면폐지, 지자체 사업 대폭 축소를 전제로 현재 관련부처간 협의가 진행 중이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공공근로사업은 마땅한 직업능력이 없는 여성과 고령자의 차지가 됐다.

실제로 경기도의 경우 시행 첫해인 지난 98년 58대42였던 남녀 공공근로자의 비율은 지난해 정반대인 39대61로 바뀌었고 올 3단계(1~9월)까지 신청자현황을 살펴봐도 여성의 비율은 65%로 계속 높아지고 있다.

50대 이상 고령자의 비율도 98년 43%에서 지난해 49%로 꾸준히 늘어났고 올해 3단계까지 신청자중 무려 57%가 50~60대다.

여성과 고령자 비중 증가로 인한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대부분의 여성·고령자 신청자들이 단순노무직에만 몰리다 보니 탈락하거나 장기간 대기하는 사례가 많아져 도의 경우 상반기에 선발한 인원 가운데 총 1천541명에게 일자리를 주지 못했고 예산도 51%밖에 집행하지 못했다.

또 일선 공공근로 현장에서는 하루종일 일해도 일한 만큼의 성과가 별로 나지 않거나 이런 저런 핑계를 대며 제대로 일을 하지 않는 경우도 비일비재한 것으로 나타났다. 뿐만 아니라 여성이나 고령자들이 노동강도가 높은 농사일을 기피함으로써 가중되는 농촌 인력난도 심각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공공근로사업을 담당하는 수원지역 한 구청 담당자는 “공공근로 참여자의 거의 대부분이 여성, 그것도 50대 중반 이후의 연령대라 사실상 생산성면에서 큰 효과를 기대할 수 없다”고 털어놨다.

◆ 공공근로사업 5년 명암

IMF체제가 낳은 대표적인 정책중 하나인 공공근로사업이 시행 5년여만에 존폐위기에 몰렸다.

이미 정부는 내년도 공공근로사업을 대폭 축소한다는 방침아래 그동안 행정자치부와 보건복지부 등 9개 부처에서 시행하던 공공근로사업을 전면 폐지할 예정이다. 그러나 지방자치단체가 추진하는 사업은 존속시키되 사업규모를 예년의 절반 수준으로 낮추는 방안을 놓고 이에 반대하는 지자체, 행자부 등과 논의를 계속하고 있다.

●도입배경

지난 98년 3월 정부가 발표한 실업종합대책의 주요 사업중 하나로 추진됐다. 당시 기업들의 구조조정으로 실업자와 시간제 근로자들의 비중이 크게 늘어났지만 당시 이들을 구제할 수 있는 사회안전망이 사실상 전무했다.

공공근로사업은 바로 고용창출을 통한 실업자 감소외에 실업자들의 사회안전망 구실이라는 두가지 목적을 갖고 추진됐다. 그러나 바로 이런 점때문에 사업의 효율성 측면에서 끊임없이 비판이 제기돼왔다.

●추진 효과

공공근로사업은 실업률 안정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다. 지난 98년 8.2%에 달하던 경기도 실업률은 2002년 7월 현재 2.2%대로 전국 최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이는 물론 전반적인 경기호전이 주효한 것이지만 일시적으로 고용시장이 악화됐을때 공공근로사업이 그나마 제기능을 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실제로 지난 2000년 12월 3.4%였던 도내 실업률은 겨울철 건설근로자들과 기업의 신규채용 감소가 겹치면서 이듬해 1월 4.6%, 다음달에 4.8%까지 올라갔다. 당시 도는 전체 공공근로사업비의 70%를 상반기에 집행함으로써 그해 6월이후 실업률을 3%내외로 끌어내렸다.

또 시·군들은 재정부족으로 우선 투자순위에 밀렸던 저소득층 주거환경개선사업과 재해예방사업, 도심 소공원 조성사업 등을 공공근로사업을 통해 해결하기도 했다.

특히 도의 경우 사랑의 보금자리 사업을 추진, 매년 100억원대의 사업비를 투입해 사회복지 인프라 구축과 일자리 창출이라는 효과를 얻었고 지난해 열린 세계도자기엑스포의 환경미화사업에 공공근로인원을 대거 투입하기도 했다.

●부작용

무엇보다 경기호전으로 인한 사업축소가 직접적인 원인이다. 경기도의 경우 국비와 지방비를 포함해 지난 98년 860억원이던 예산이 이듬해 2천847억원으로 급증했다가 2000년 1천397억원, 지난해 1천24억원 그리고 올해 671억원으로 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