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자치 말살하는 국정감사 폐지하라' '지방사무 간섭말고 민생정치 실현하라'.

지난달 18일 열린 국회 건설교통위의 경기도청에 대한 국정감사 현장에는 전국 시도 공무원직장협의회 회원 100여명이 이같은 구호를 외치며 오전 9시부터 1시간동안 항의시위를 벌였다.

당시 건교위 감사반장인 민주당 김덕배(고양일산을) 의원은 남윤수 경기도공직협 회장 등과 긴급 간담회를 갖고 '지방 고유사무에 대해서는 감사를 실시하지 않겠다'고 합의한뒤 감사를 진행했다.

이같은 현상은 지난 18일부터 국감을 실시한 인천시, 서울시, 충남도 등 전국 8개 시도에서 지난 4일까지 매번 되풀이 됐다. 경기도의회도 지난달 12일 본회의 결의를 통해 국정감사가 당리당략에 의해 정치감사로 전락되면서 자치권을 침해하고 있다며 자치단체에 대한 국감폐지와 기관위임사무의 자치사무화 등을 골자로 하는 관계법령 개정을 요구했다.

현행 국정감사법 제 7조(감사의 대상)는 '지방자치단체의 고유사무에 관하여는 지방의회가 구성되어 자발적으로 감사업무를 시행할 때까지에 한한다'라고 규정돼 있다.

그러나 국회는 지방의회가 구성된지 10년이 넘었는데도 지방자치단체의 고유사무를 포함한 전방위적 자료요구를 통한 감사를 실시하고 있어 자치단체를 길들이려는 의도이며 행정력을 낭비시키고 있다는 지적이 갈수록 설득력을 얻고 있다.

심지어 경기도를 방문한 환경노동위와 행정자치위는 소관상임위와 관계없는 건교위와 보건복지, 문화관광위 위임사무까지 질문을 퍼부으며 '한건주의식 정치쇼' 행태를 벌여 계통을 통한 정책감사라는 본질을 호도하기도 했다.

이에따라 지방의회와 공직협측은 지방고유업무는 법에 명시된 규정을 준수, 지방의회가 감사업무를 수행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들은 또 국가사무도 대폭 자치사무로 이양시키고 정부 부처를 통한 국정감사자료를 요구한뒤 미진할 경우에는 국정조사권을 발동, 자치단체를 조사해야 한다고 대안까지 제시했다.

서명현 인천시 공직협 회장은 “업무보고와 시의회 시정질문, 감사원감사, 국정감사 등의 자료제출때문에 지난 6·13 지방선거이후 업무과중으로 사실상 행정이 마비된 상태나 다름없다”면서 “지방고유업무에 대한 국감은 분명 월권행위인 만큼 폐지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와관련 국회 건설교통위 신영국 위원장은 지난 4일 서울시 국감에 앞서 “내년부터는 지방자치단체에 대한 국정감사는 하지 않겠다”고 공언한뒤 “국회차원에서 이 문제를 적극 검토, 자치단체 국감은 폐지토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 정쟁·폭로전 얼룩 폐지론 부상

지난 88년 헌정사 첫 여소야대(與小野大)의 국회 원내의석 분포로 인해 18년만에 부활된 국정감사가 올해 13년째를 맞으며 도마위에 올랐다.

지난달 16일부터 시작된 올해 국정감사는 국회 17개 상임위원회가 광역 지방자치단체를 포함 전국 365개 기관을 대상으로 지난 5일 대통령비서실에 대한 운영위 감사 등을 끝으로 20일간의 일정을 마무리했다.

이번 국감은 지난 95년부터 부각되고 있는 지방자치단체에 대한 국정감사 실시여부가 또다시 논쟁의 중심으로 떠올랐다. 특히 지방의회에서 처음 제기된 이후 올해는 자치단체 공무원직장협의회(이하 공직협)도 가세, '한건주의 정치쇼, 국정감사 폐지하라'는 주장까지 설득력을 얻게 만들었다. 또 민생분야 등을 중심으로 국정 진행상황을 감시하는 본연의 취지에서 벗어나 12월 대선을 의식한 각 당의 선거전략과 맞물리면서 초반부터 시종 폭로전과 정쟁으로 얼룩졌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당력이 정쟁에 매달리다 보니 지방자치단체에 대한 감사는 시간때우기식 솜방망이로 흐를 수밖에 없다.

앞서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초반부터 이번 국감을 12월 대선을 위한 고지선점의 장으로 활용하겠다는 입장을 공개적으로 천명, 어느 정도 예견된 상황이다.

이에 따라 한나라당은 국감을 이용해 현 정권의 권력형 비리와 대북지원 문제를 집중 부각해 민주당과 정몽준 의원의 무력화를 동시에 겨냥했고, 이에 맞서 민주당은 '병풍' 이슈화를 통한 '이회창 흠집내기'로 맞섰다.

법사, 정무, 재경, 국방위 등 일부 쟁점 상임위에서는 피감기관과 무관하게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 아들의 병역비리의혹, '4억달러 대북지원설'을 비롯한 현대와 정부간 커넥션 의혹 등을 놓고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무한공방을 벌였다. 이같은 주요정당의 방침에 따라 지방자치단체 감사는 순기능보다 역기능적인 요인이 매번 되풀이되면서 지방의회와 공직협측의 격렬한 항의를 받아 개선의 여지를 더욱 증폭시켜 놓았다.

시민단체들은 “연말 대선을 앞두고 국정감사 현장이 선거운동장으로 변질돼 정치공세가 극에 달했다”며 “더욱이 지방자치단체 감사는 중복질의와 백화점식 나열이 겹쳐지면서 수박겉핥기식으로 질문만하고 자리를 떠나는 등 이번 국정감사는 '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