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선자치단체 출범이후 경기도내 자치단체장들의 수뢰사건이 잇따라 터지고 있으나 한결같이 무죄판결이 이어지자 시민들의 법감정에 큰 혼란이 초래되고 있다. 성역없는 수사를 강조해온 검찰과 법원의 증거불충분을 이유로 한 무죄 판결에 대다수 시민들은 '죄가 있는 것인지 없는 것인지 조차 헷갈린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서울지법 형사4부(재판장·구욱서부장판사)는 지난 9일 관내 N주택과 S건설 등 건설업체 2곳으로부터 각각 2억원과 3천만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기소된 심재덕 전 수원시장에 대한 항소심 선고공판에서 무죄판결했다.
1심에서 징역 5년에 추징금 2억3천만원을 받고 항소심에서도 징역 12년형이 구형돼 유죄판결이 확정적이란 일반인의 예상과는 달리 무죄가 내려지자 심 전시장이 억울함을 호소하는 자해소동 해프닝까지 벌였다.
최근 2년간 수뢰혐의로 기소된 도내 광역 및 기초단체장은 심 전시장을 비롯해 임창열 전 도지사와 송진섭 안산시장, 김일수 전 화성군수, 박종진 전 광주시장, 이성환 전 과천시장 등 6명이나 임 전지사를 제외한 기초단체장 5명 모두 항소심에서 무죄판결을 받았다.
이들 단체장들은 관내 기업체들로부터 각종 이권과 청탁 대가로 뇌물을 받은 혐의로 구속기소돼 1심에서는 모두 실형이 선고됐었다. 그러나 항소제기와 함께 적극적인 방어변론으로 2심 재판에서는 '증거가 불충분하다. 뇌물이 아닌 정치자금 성격이 강하다'는 등의 이유로 2년여간의 긴 법정공방끝에 무죄판결을 얻어내는데 성공했다.
최근 기소된 도내 자치단체장 가운데 유일하게 항소심에서도 유죄판결을 받은 임 전 도지사는 지난 9일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1년, 추징금 1억원을 선고받자 즉각 상고하겠다며 재판부의 판결에 불복했다.
임 전지사의 변호인인 민병현변호사는 “검찰이 뇌물이라고 주장하는 1억원은 서이석 전 경기은행장이 1심과 2심 법정에서 증언한 것처럼 공개적인 은행임원회의의 협의를 거쳐 은행의 업무추진비로 조성된 정치자금”이라며 “특히 하루의 시차를 두고 최기선 전 인천시장에게도 전달된 사실이 확인됐는데 임 전 지사에게만 대가성 알선수재죄라는 형평성과 객관성을 상실한 법적용을 했다”고 주장했다.
시민 양정택(42·수원시 팔달구 영통동)씨는 “내로라하는 인사들이 수뢰혐의로 구속수감될 때마다 검찰의 성역없는 수사의지에 찬사를 보내왔으나 2심과 3심 재판을 거치면서 무죄판결을 받고 오히려 정치적 희생양 운운하며 다시 선거에 출마하는 자치단체장들을 보면서 법의 진실은 있는가라는 회의가 든다”고 말했다.
◆ '정황수사' 의존 비리 못막아
수뢰사건에 연루된 도내 자치단체장들의 잇단 무죄판결로 검찰의 수사방식이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시민들은 그러나 정확한 물증없이 단서포착만으로 구속수사하는 검찰의 수사방식도 문제지만 증거가 불충분하다는 이유만으로 무죄판결을 내리는 것이 자칫 자치단체장들의 비리를 차단하는 효과에 역행하는 결과를 초래할 우려가 크다는 엇갈린 반응이 나오고 있다.
최근 2년간 구속기소된 도내 광역 및 기초 단체장들의 경우 모두 뇌물수수 혐의가 적용될 만큼 자치단체장들의 뇌물유혹이 많은게 현실이다.
△수사상 드러난 뇌물의 특성
자치단체장들이 임기중 벌이는 각종 사업과 관련, 업체들의 로비전이 갈수록 치열해 지고 있다. 힘있는 정치권력을 통한 압력형 로비를 시작으로 자치단체장과 그 측근들을 대상으로 한 뇌물공세가 전형적인 로비형태로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뇌물전달방식이 갈수록 지능화되고 있어 검찰의 수사를 어렵게 만들고 있다.
무엇보다도 뇌물의 대부분이 현금거래로 이뤄지는 점이다. 뒤탈을 우려해 전달자를 통하지 않고 업자와 자치단체장간 직거래 형태가 많아지고 있는 추세다.
설령 수표로 전달된다 하더라도 측근과 제3자를 통해 철저한 돈세탁이 이뤄지고 있다.
검찰이 뇌물수수 혐의를 포착할 단계에선 돈의 사용처와 거래흐름을 파악할 수 없을 정도로 복잡해져 검찰이 증인과 구체적인 증거를 확보하는데 어려움이 뒤따르고 있다.
△검찰의 공소유지 한계
수뢰혐의로 검찰의 소환조사를 받은 자치단체장 모두가 일관되게 뇌물수수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검찰은 결국 뇌물공여자 및 참고인의 구증과 여러 정황증거 등을 확보해 기소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같은 검찰의 공소유지는 재판과정에서 뇌물공여자의 진술번복으로 역전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대다수 업자들은 자치단체를 상대로 한 수주경쟁에서 '미운털이 박히면 사업자체가 끝장'이라는 우려가 검찰수사보다 더 위협적이라고 인식하기 때문이다.
심재덕 전 수원시장 사건의 경우 N업체로부터 2억원의 수표를 건네받은 비서 2명이 검찰에서 심 전시장에게 전달했다고 진술했으나 법정에서는 자신들이 개인용도로 전용했다며 진술을 번복했다.
결국 심 전시장 변호인측은 재판부에 비
[수뢰혐의 단체장 잇단 '무죄'판결] 법원의 모호한 '免罪符'
입력 2002-10-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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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10-13 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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