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태권도 공원조성사업이 지방자치단체에 엄청난 상처만을 남긴 채 2년이 넘도록 표류하고 있다.
태권도 공원을 유치하겠다며 편성됐던 경기도의 천문학적인 예산이 무용지물화 돼 행·재정적인 예산만 낭비했다는 지적이 제기되는 가운데 문화관광부는 여전히 사업의 가부(可否)를 결정하지 않고 있어 끊임없는 혼선을 부채질하고 있다.
정부가 태권도공원 조성계획을 발표한 것은 지난 2000년 4월. 당시 박지원 문화관광부장관은 “태권도를 21세기 국가전략상품으로 육성하기 위해 2007년까지 2천억원을 투입해 100만평 규모의 태권도 성전(공원)을 건립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공원이 건립되면 연간 150만명이 방문해 1천300억여원의 수입을 올릴 것이라는 장밋빛 청사진에 현혹돼 유치전에 뛰어든 자치단체만도 11개 시·도의 23개 시·군에 이른다.
치열한 유치전 속에 이들 단체가 홍보비 등으로 퍼부은 예산만도 10억원이 넘는 것으로 집계됐으며 유치위원회 등이 쏟아낸 돈을 포함할 경우 50억~60억원이 초과된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유치전이 과열되자 정부는 3차례에 걸쳐 후보지 선정을 연기했고 현재 건립의지도 불투명한 상태다.
도내에서는 남양주·파주·양주·여주·포천·양평 등 6개 시·군이 후보신청을 낸 가운데 경기도가 파주유치를 위해 발벗고 나섰지만 남겨진 것은 과다 출혈뿐이다.
정부자극용으로 '독자적으로 사업을 추진하겠다'며 경기도가 2년여 동안 추진해온 태권도박물관 조성사업마저 최근 전면 보류됐다.
도는 지난달 27일 제2차 추경예산을 편성하면서 태권도 박물관사업을 위한 타당성조사비와 기본설계비 등 4억2천만원을 전액 삭감했다.
태권도 공원유치를 위해 지난 2000년말 140억원의 예산을 편성, 지난 2월 파주시 탄현면 법흥리 8만5천평의 토지에 대한 매매계약을 토지공사와 체결했고 올해 타당성조사비 2억2천만원과 기본설계비 2억원을 편성했으나 정부의지가 불분명하다며 스스로 예산을 전액 삭감, 거액을 들여 토지만 매입한 셈이 됐다.
도 관계자는 그러나 “정부가 이사업을 재차 추진할 경우 이미 땅을 매입한 파주시가 유리한 조건을 갖게 될 것”이라며 미련을 버리지 않고 있다.
이같은 지자체의 혼선에도 불구, 문광부는 최근 관련용역을 완료한 뒤에도 용역결과는 물론 사업추진에 대한 'Yes, No' 표명이 없는 등 지난해 9월이후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다.
◆ 장관 바뀔때마다 춤추는 정책
즉흥적이고 연속성 없는 국가정책이 지방자치단체에 큰 타격을 입히고 있다.
즉흥적 국가정책에 편승, 자치단체들은 대형 국책사업을 유치하기 위해 무모한 과열경쟁에 뛰어들며 예산 및 행정력 낭비를 자초하고 있다.
지난 95년 건립이 결정된 국립자연사박물관이 아직도 둥지를 찾지 못한 채 표류하고 있는데 이어 태권도공원 건립사업이 또다시 혼선을 빚음에 따라 정부 정책에 대한 불신이 팽배해지고 있다.
지난 2000년 4월 태권도공원 건립계획이 발표된 이후 수차례 입지선정이 미뤄지면서 모든 행·재정력을 집주한 자치단체들이 허탈감과 상실감에 빠져있는 가운데 문화관광부는 사업추진여부를 아예 '함구'하고 있어 지자체들의 애를 태우고 있다.
●일관성없는 즉흥정책
2000년 4월 당시 박지원 문광부 장관은 2천여억원이 투입되는 100만평 규모의 태권도 공원을 2007년까지 만들겠다고 발표했다. 전국 23개 자치단체의 유치신청이 줄을 이었고 그해 7월 후보지를 선정하려던 계획은 9월말로 1차 연기됐다. 같은해 8월14일 후보지 선정을 11월 중순으로 연기하겠다는 발표가 있었고 이 기간사이에 김한길 문광부장관으로 교체되면서 '사업의 전면 재검토'로 방향이 선회됐다.
이어 11월20일에는 후보지선정을 2001년 9월로 연기한다는 3차 연기발표가 있었으나 정작 지난해 9월 이후 문광부에서는 태권도공원 추진사업에 대한 어떤 발표도 하지 않고 있다.
특히 최근 태권도공원 용역이 완료된 것으로 전해지고 있으나 용역결과에 대한 발표는 물론 '사업을 추진하겠다거나 백지화하겠다'는 입장표명도 없이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다.
태권도공원 조성사업은 장관이 바뀔 때마다 춤추는 즉흥 정책의 대표적 사례라는 멍에를 짊어지게 됐다.
이같은 정부의 정책불신은 한 자치단체 공무원의 말에서 잘 대변된다. “후보지문제는 고사하고 사업을 할 것인지 말 것인지 가타부타 얘기만 들어도 이렇게 답답하지는 않겠다. 그러나 설사 사업이 추진되더라도 다음 정권에서나 가능하지 않겠느냐”고 그는 말했다.
●지자체의 무모한 뛰어들기
경기도는 문광부의 태권도공원 건립사업과는 별도로 독자적인 사업을 벌이겠다며 파주시 탄현면에 태권도박물관과 태권도전당 건립 계획을 세웠다. 2000년 4월 태권도공원 조성계획이 발표된지 7개월만의 일로 140억원의 예산을 편성, 올 2월 파주시 탄현면 법흥리 통일동산내 8만5천평을 매
[2년째 표류 태권도공원부지 선정] '실패한 정책' 地自體 상처만
입력 2002-10-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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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10-20 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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