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전히 고래싸움에 새우등 터진 꼴입니다.”

동백지구에 대단위 아파트건축사업을 추진하려다 용인시에 의해 무더기로 사업승인신청이 반려된 건설업체 관계자들은 요즘 하루하루가 죽을 맛이다. 아파트용지 분양에 막대한 금액을 투자해놓은 상태에서 분양이 무기한 연장됐기 때문이다.

적게는 200억~300억원에서 많게는 1천500억원까지 토지분양대금으로 '묻어둔' 이들 업체들이 한달에 지불해야하는 금융비용만 줄잡아 10억원 내외. 요즘처럼 불경기에 중소업체는 물론이고 웬만한 대기업도 감당키 어려운 규모다.

사업승인 신청이 반려된 건설업체 가운데 분양규모가 1천500여가구로 가장 많은 A사의 경우 지난 9월 1천200억여원을 토지공사측에 납부하고 4블록의 공동주택용지를 사들였다. A사는 11월중 분양에 들어가 내년 3월 착공, 2005년부터 입주를 시작할 예정이었으나 당장 사업승인 차질로, 전체 일정에 혼선을 빚고 있을뿐 아니라 매달 10억원 이상의 금융비용을 부담하고 있어 재정에도 심각한 타격을 입고 있다.

A사 관계자는 “현재 상황이 더 계속될 경우 기업의 존폐가 우려될 정도”라며 “마음같아서는 상황을 이런 지경에까지 몰고온 토지공사에 법적인 책임을 묻고 싶다”고 말했다.

사업 차질에 따른 피해는 건설업체들만이 아니라 동백지구에 입주할 1만6천여가구에도 고스란히 미친다. 업체들이 추가로 부담한 비용이 아파트 분양가에 그대로 포함될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동백지구 인근 H부동산 대표는 “평당 분양가를 600만~700만원대로 예상하고 있지만 업체들의 비용부담이 늘어날 경우 분양가는 이보다 더 올라갈 것이다”고 말했다. 결국 토공이 주변 여건을 감안하지 않은 채 무리하게 '땅장사'에만 급급하다가 건설업체와 주민, 용인시측에 유·무형의 피해를 안기고 있는 셈이다.

실제로 택지개발사업시 원주민에 대한 택지보상가와 판매가는 보통 3~5배에 이르는데 동백지구도 택지보상가가 30만~100만원대인데 비해 판매가는 160만~320만원수준이어서 토공측은 적지않은 수익을 올렸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토공 관계자는 “토지보상에만 5천200억원이 투입됐고 동백지구의 경우 이익금액이 대부분 주변 도로 건설에 들어가 남는 게 없다”라며 “용인시의 무리한 요구로 인해 업체들의 피해가 우려된다”고 말했다.

용인시 관계자는 “토공이나 건설업체들과 싸움을 하자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빨리 해결하기를 바란다”고 하면서도 “토공측이 현실성 없는 막연한 계획만 내세우고 있어 받아들일 수 없는 실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