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은 현재의 경기불황이 올 8월을 정점으로 회복세가 가시화될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인천·경기지역 백화점과 공단 등 유통·산업계에서는 “희망이 보이지 않는다”며 아우성이다. 대중음식점이나 소매점등 서민경제는 더 엉망이다. 잇따라 나오는 경제지표들도 어두운 전망만 연거푸 내놓고 있다.

그러나 이런 그늘진 우리 경제 이면에는 주변 사정은 개의치 않은채 고급 골프채를 싣고 해외로 떠나는 '원정 골프족'과 호화 쇼핑을 위해 외국으로 향하는 '귀족 쇼핑족'이 늘면서 치열한 삶을 사는 서민들을 더욱 힘들게 하고 있다.

●우울한 국가 산업단지=공단지역마다 매물이 쏟아져 나오고 있고 힘에 부친 사업주들은 공장부지를 반 쪼개 임대사업에 나서고 있다. 제조 설비도 절반만 가동하는 기업들이 태반이다. 인천 남동공단의 자동화 설비제조업체인 H사는 현재 내수용 생산라인은 50%, 수출라인은 70%만 가동하고 있다.

그나마 공장을 가동하고 있다는데 만족한 상태다. 이 회사 관계자는 “제조업체들이 설비투자를 꺼리면서 주문이 급격히 줄었다”며 “지난해 하반기 이후 내수쪽은 매출이 절반 이하로 뚝 떨어진 상황”이라고 말했다.

경기지역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지난 4월까지 시화·안산 국가산업단지의 입주기업중 절반이 넘는 52.1%가 임차기업인 것으로 조사됐고 매월 10~20개의 소규모 임차공장들이 새로이 들어서고 있다.

더욱이 공장 매물이 쏟아져 나오면서 안산지역 공단 인근 부동산 중개업소에는 30~40개 이상의 공장매물을 확보, 중개에 나서고 있다.

●추락하는 유통업계=어린이날과 어버이날등 연중 최고의 매출실적을 올리게 되는 5월. 인천과 경기지역 대형백화점들은 '악'소리 한번 제대로 내지 못한채 뚝 떨어진 매출을 지켜봐야 했다.

신세계와 롯데등 인천지역 백화점은 지난해 같은기간과 비교해 지난달 5%의 매출이 감소했다. 이들 백화점들은 올해 매출감소는 어쩔수 없다 하더라도 두자릿수 매출감소만은 피했으면 하는 바람을 갖고 있다.

신세계 인천점 관계자는 “6월 들어서도 월드컵 영향으로 매출이 줄었던 지난해와 비교해 영업이 안되고 있다”며 “카드사의 회원관리가 강화되면서 백화점 업계가 직격탄을 맞은데다 경제상황의 불확실성으로 얼어붙은 소비심리가 좀처럼 살아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수원 애경백화점 관계자도 “지난 5월에 고전했으나 비성수기인 6월과 7월에도 마이너스 성장세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며 “경기하락으로 인해 직장인들은 물론 주 소비층인 10~20대까지 소비를 줄이며 유통업계의 매출 회복세는 기대하기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늘어나는 실업률=인천지역 4월중 실업자수는 전월보다 6천명이 줄어든 5만1천명으로 실업률이 한달전보다 0.5%포인트 하락했다. 그러나 지난해 12월(3.6%)이후 진입한 실업률 4%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데다 전년 같은기간보다 0.1%포인트 상승, 여전히 실업문제가 풀리지 않고 있다.

지난 5월의 경기도의 실업자수는 14만4천여명으로 4월의 15만6천명에 비해 1만2천여명이 감소, 전월대비 0.3%가 하락한 3%를 기록했다.

그러나 이는 지난해 같은달(2.4%)에 비해 3만1천여명이 많은 수치로 그나마 농번기를 맞아 농·임·어업에서 일자리가 증가했기 때문이다.

●원정길의 골프족과 쇼핑족=수원에서 10년째 식당을 운영하는 김모(45·여)씨는 “최근에는 식당도 아예 분식집을 운영하거나 고급 일식집을 운영하면 그나마 잘 운영되지만 우리처럼 어정쩡한 음식점에는 손님이 없다”고 말한다.

중산층이 없어지는 경제의 양극화 현상을 단적으로 보여준 사례다. 근로자, 서민들은 경제가 어렵다고 난리지만 사스가 주춤한 틈을 타 원정골프를 떠나거나 해외 쇼핑에 나서는 일부 부유층의 행태는 늘고 있다.

관세청은 15일 지난달 세관에 골프채 휴대 반출신고를 한 관광객은 모두 5천189명으로 전달 3천88명에 비해 무려 68%가 증가했다고 밝혔다. 이는 작년 같은달의 3천553명보다도 46%가 늘어난 수치다.

또 지난 1월 2만5천276명, 2월 1만4천83명에서 사스가 기승을 부린 3월 4천357명 등으로 급감했다 지난달부터 증가세로 돌아섰다.

호화쇼핑도 올들어 4월말까지 공항이나 항만을 통해 반입하려다 압수된 위스키등 고급양주류만 8만8천595병으로 작년 같은 기간의 4만5천589병에 비해 94%가 증가해 전혀 줄어들고 있지 않다.

이밖에 카메라와 고급 오디오도 각각 1만803대에서 6만2천795대로 증가하고 24대에서 268대로 크게 늘어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