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넌 정말 대단한 아이로구나.…정말 놀라워, 어쩌면 이런 걸 다 가질 수 있니? 이건 정말 특별하다 얘.”
톰 라더 부인이 감탄해 마지않듯 박준호 또한 전혀 새로운, 어쩌면 경이로움의 극치 같은 자극을 받지 않으면 안 된다.
그녀의 손이 니카라과의 파충류처럼 감기는 순간 느꼈던 그것은 뜨거움이다. 펄펄 끓는 물을 잘못하여 바지에 쏟아, ‘앗! 뜨거!’ 하며 벌떡 일어나 탈탈 털 때처럼 전신이 아찔해지는 것이었다. 말 그대로 강력한 뜨거움이다. 만일 그 느낌이 뜨거움이 아니라면 과도한 차가움일 수도 있다.
추운 겨울 양지쪽에서 오들오들 떨며 서 있을 때 짓궂은 친구가 목덜미에다 고드름 조각을 집어넣었을 때의 자지러질 듯한 놀람과 당혹스러움의 극치.
톰 라더 부인은 박준호의 경이로움의 극치 같은 자극을 아는지 모르는지 그것을 움켜쥔 채 연방 ‘원더풀, 원더풀’을 남발하고 있다. 원래 영국 여자들 엄살이 심하다고 하지만, 그녀가 실제로 소리 질러 표현하는 감탄의 정도는 절대로 과장은 아닌 것 같다.
누구보다 박준호 자신이 더 잘 알고 있다. 예컨대 똑같은 열아홉 살이 아닌 혈기 왕성한 20대도 마찬가지고 30대도 다름 아니다. 발기한 아랫도리의 크기나 강도가 지나치게 유별나다는 사실이 그러하다.
용(龍) 반지 때문이다. 비상하려는 용이 무려 일흔일곱 마리나 조각된, 그래서 현미경 수준의 확대경이 아니고서는 쉽게 확인되지 않는 용틀임이다. 그 옛날 티베트에서 불법을 전수받고 귀국하던 호령 박씨 집헌궁파 조상께서 운남(雲南)산 비취 덩어리를 어렵사리 구해 다듬고 연마해서 초록빛 투명한 광택이 일어나는 경옥(硬玉) 반지를 만든 것이다. 호령 박씨 집헌궁파가 원래 손이 귀하긴 하지만, 그렇다고 극한까지 갈 정도는 아닌데, 잘못하다가 대가 끊길지 모른다는 위기감 때문에 만들어진 비방이 바로 경옥 반지다.
하지만 그 반지는 손가락에 끼는 용도가 아니다. 아랫도리다. 아니, 낀다기보다 박혀 있다는 표현이 더 걸맞는지도 모른다. 음경 표피가 툭 빠져나오게시리 깊숙이 들어가 있는 가느다란 반지.
물론 반지의 효력 때문에 아랫도리가 유별나게 비대해진 것은 아니다. 반지는 다만 상징이고 정신무장일 뿐이다.
왜냐하면 반지의 재질이 옥일 뿐이고, 옥의 성분인 알칼리 휘석 역시 하단전(下丹田)의 기를 뚫는 역할 이상의 신비한 기능을 갖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박준호가 재혼한 어머니의 강력한 뜻에 따라 서울 중학교에서 헤이스팅스의 하이스쿨로 전학 올 무렵인 3년 전 봄이다.
“너도 이제 이걸 착용할 나이가 됐구나. 이건 말이다, 호령 박씨 집헌궁파 장손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이다. 그러니까 우리 호령 박씨 집헌궁파 일가 자손을 성하게 하는 데 그 목적이 있느니라. 만일 이 반지를 착용했으면서도 손을 얻지 못한다면, 그것은 수신제가가 안 된 이유이므로 조상에게 큰 죄를 짓는 결과를 가져오느니라. 알겠느냐?”
할아버지의 말은 언제나 지엄하고 존엄하다. 할아버지는 천천히 말을 이어간다.
“물론 그건 장가들고 나서 얘기고, 외국으로 떠나는 너에게 이것을 미리 착용하게 하는 것은, 네가 좌절하지 않고 꿋꿋이 역할을 다할 수 있게 하기 위한 일종의 비방이니라. 열일곱 살 생일날 아침에 이걸 착용하고 마음속으로 용을 불러라. 일흔일곱 마리의 용이 네 몸에 모두 들어오도록 모든 잡념으로부터 벗어나 오로지 일념으로 열망하고, 또 열망하여라. 만약 용이 네 몸에 들어온다면, 아니 네가 용을 부를 수만 있다면, 너는 만사가 형통하게 되느니라. 알겠느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