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무를 주고받을 때의 성적 감각의 강도, 깊이, 오르가슴의 시간 등은 말할 것도 없고, 신체 곳곳에 감추어진 성감대와 그것을 개발하는 방법에 대해서도 박준호는 비록 이론이긴 하지만 훤히 알고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또 있다. 어디가 음핵이고, 요도 입구는 어디고, 대음순, 소음순, 질전정, 질입구 등등 직접 그림을 그려 가며 설명할 수도 있다. 그만큼 그 무렵 박준호의 기억력은 누구에게도 지지 않을 만큼 명석하고 날카로웠던 셈이다. 한데 톰 라더 부인은 그런 사실을 모른다. 여전히 숙맥으로만 기억하고 있고, 또 그렇게 취급한다. 박준호가 두 손을 아랫도리에서 떼지 않는 것을 단순히 너무 부끄러워 생긴 주눅쯤으로 잘못 이해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 잘했어. 이쪽 손도 빼고, 저쪽 손도…잘했어, 아주 잘했어.”
칭찬에 인색하지 않으며 박준호를 다룬다. 박준호는 끝까지 고집불통을 주장하지 않는다. 드디어 때리면 “띠잉-” 소리가 날 것 같은 박준호의 아랫도리가 톰 라더 부인 눈앞에 그 늠름한 자태를 뽐내며 서 있게 된다.
지난 봄 파티에서도, 비 쏟아지던 날 자동차 안에서도 성공하지 못했던, 그야말로 맨살의 만남이다.
이른바 연초록빛 신록이다. 어떤 녹음보다 신선하고, 솟구치는 힘 또한 그 어느 숲보다 강대하다. 위엄 또한 하늘을 찌른다. 각도를 90도로 계속 유지하고 있어서 더 그렇다.
“정말, 넌 대단한 아이야!”
그녀가 무릎을 꿇는다. 얼굴을 위로 치켜든다. 가슴에 성호를 그린다. 그리고 두 손을 든다. 90도로 빳빳이 선 돌기를 움켜쥔다. 위아래로 차례차례 훑듯이 쥐기도 하고 놓기도 하고, 돌리기도 하고 비틀기도 한다. 모든 손길의 기본은 부드러움이다. 이윽고 그녀는 얼굴을 가져온다. 먼저 뺨을 댄다. 뜨겁다는 느낌이다. 볼로 비빈다.
머리 부분이 그녀 볼우물인 보조개를 거쳐 루즈투성이 입술 근처에까지 왔다가 아슬아슬 하게 다시 뜨거운 볼 쪽으로 옮겨 가곤 한다. 그러기를 몇 차례 거듭하자 박준호의 그곳에 붉은색 루즈가 흡사 서투른 페인트칠처럼 무질서하게 색칠된다. 그녀는 눈을 감고 있다. 턱과 목으로 그것을 끼고 누르며 전율하듯 진저리를 친다. 그녀가 말한다.
“내가 너한테 키스할 거야, 알았지?”
그녀는 말이 끝나기 무섭게 대시한다. 그러나 그것은 키스가 아니라 마치 먹이를 갖고 장난치는 아마존 강의 귀상어 같다. 큰 입을 벌려 덥석 물지만 이빨로 먹이를 끊을 요량은 아니다. 그냥 입 안에 넣었다가 뱉고, 뱉었다가 다시 물어뜯는 일을 반복한다. 박준호가 갑자기 한 발짝 뒤로 물러선다. 미리 예고된 일이 아니었으므로 그녀의 입에서, 마치 살아 있는 뱀장어처럼 미끈 빠져나가고, 그녀 역시 휘청 앞으로 넘어질 뻔한다.
“왜 그래?”
톰 라더 부인이 황당하단 듯이 묻는다.
“아무래도 안 되겠어요.”
박준호가 울상이 되어 말한다.
“안 되다니?”
그녀가 박준호의 그것을 행여 놓칠세라 두 손으로 움켜쥐며 반문한다. 박준호가 뜸을 두었다가 간신히 입을 연다.
“요하네스버그에서 말이에요.”
“요하네스버그?”
“출장 여행이 끝나면…톰 라더씨도 돌아올 텐데…그리고 아침마다 마주칠 텐데, 어떻게 그분의 얼굴을 쳐다볼 수 있죠?”
“그래서 그만두겠다는 거야?”
“네, 그래요.”
“정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