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불.이슬라마바드.타슈켄트=연합] 미국의 잇달은 공습에도 불구, 아프
가니스탄 집권 탈레반 무장세력의 저항이 끈질겨 혹독한 겨울전투가 불가
피한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지난 7일 공습개시 이후 미국은 인도양에 정박중인 항공모함 탑재기와 전
투기, 폭격기 등을 동원해 24일 현재까지 3주째 공습을 계속했으나 오사마
빈 라덴과 테러조직 알-카에다를 보호하고 있는 탈레반의 저항이 워낙 완
강, 미 국방부조차 스스로 놀라고 있음을 시인하는 등 전황이 심상치 않게
전개되고 있다.
미 합동참모본부 작전차장 존 스터플빔 해군 소장은 이날 펜타곤 전황보
고에서 '탈레반의 끈질긴 저항에 다소 놀라고 있다'고 말하고 '겨울이 오
기 전 공습을 끝내고 싶지만 현실성이 없다'고 밝혀 아프간 특유의 혹한속
에서 전투를 계속해야 될 상황임을 시인했다.
그는 또 지난 22일 전폭기 80여 대를 동원, 탈레반 캠프와 도로, 차량,
유류저장고, 레이더시설 등에 대한 파상공격을 퍼부어 방공망 등이 무력화
됐으나 탈레반의 기동력은 여전히 살아있다고 경계했다.
반탈레반 북부동맹은 미국의 신중한 전황보고 속에 전날 탈레반 전선에 대
한 미국의 공습이 지난 21일 이후 가장 강도높게 이뤄졌다고 전했다.
그러나 북부동맹은 미국의 공습이 탈레반이 장악한 지역보다는 오히려 파
키스탄과 아랍계 친탈레반 민병대들의 거점에 대해 이뤄지고 있는 것 같다
며 못마땅해 하고 있다고 영국 BBC방송 등이 아프간발로 보도했다.
미 전투기들은 이날 밤 카불 외곽에 폭탄 1개를 투하하는 등 심야공습
을 감행했으며 탈레반 역시 미사일을 발사하며 응전했다.
카불 현지에서 취재하고 있는 AFP통신의 한 기자는 미 전투기들이 밤 11
시45분 폭탄투하 직전 5분이 채 안되는 동안 카불 상공을 선회했다고 전하
고 '폭격이 시 경계 안쪽에서 일어난 것 같았으나 현장에서 멀리 떨어진 곳
에서도 폭발음을 들을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카불에 대한 대낮공습은 없었으나 전날 야간공격에서는 최소한 폭탄 9개
가 카불시내에 투하됐다고 그는 전했다. 일부 언론은 미국의 카불 공습으
로 탈레반에 합류한 파키스탄 민병대원 22명이 숨졌다고 전했다.
미 CNN도 미 전투기들이 탈레반 전선에 폭격을 계속하는 가운데 북부동맹
이 카불 북부 40여km에 있는 바그람 전략공군기지 근처와 북부 전략요충지
인 마자르-이-샤리프 등에서 탈레반 무장세력과 교전을 벌였으며 박격포
등 중화기 폭발음이 밤새 계속됐다고 보도했다.
미군은 탈레반 주둔지역에 로켓포를 발사했으나 상대의 저항이 완강, 북
부동맹이 전진했다는 증거는 없다고 이 방송은 덧붙였다.
북부동맹은 마자르-이-샤리프에서 남쪽으로 70km 떨어진 카셴데에서 전
날 저녁 탈레반과 격렬하게 교전, 탈레반 병사 35명을 사살하고 아랍 및
체첸계 무장세력을 포함해 모두 140명을 생포했다고 이브라힘 가푸리 타슈
켄트 주재 망명 아프간정부 관리는 전했다.
치열한 전투 속에 집권 탈레반은 본거지인 아프간 남부 칸다하르에 대한
보안조치를 강화하고 있으며 미국을 위한 간첩 및 염탐행동에 연루된 이들
을 즉결심판에 회부, 처형할 것이라고 경고하는 등 내부 단속에 고삐를 죄
고 있다고 사우스 아시안 디스패치통신이 물라 압둘 라자크 탈레반 내무부
관리의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미국의 잇달은 공습으로 이슬람사원과 병원, 민간인 거주지역 등에 대한
오폭사고와 더불어 아프간 주민들의 이동도 가속화돼 탈레반 본거지인 칸다
하르와 헤라트, 잘랄라바드 등 3대 도시에서 주민 70-80%가 빠져 나갔다고
한 유엔 관리는 말했다.
이슬라마바드 유엔 대표부 대변인 스테파니 벙커는 18일 간 계속된 공습으
로 이들 3개 도시가 사실상 텅 빈 상태가 됐다며 '헤라트의 경우 전체인구
의 70%가 미군의 폭격 때문에 인근 지역으로 피란한 것으로 듣고 있다'고
말했다. 또 '최근 정보에 따르면 칸다하르의 경우 70-80%, 잘랄라바드는
70%의 주민이 떠난 상태'라고 밝혔다.
한편 벙커 대변인은 수도 카불의 경우도 전체 인구의 약 15-20%가 피란
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