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맥의 마루금은 마치 뱀이 기어가는 것 같다. 크게 보아 서해바다와 한강 사이를 가로지르는 한남정맥은 석성산, 광교산 구간에서 한강 쪽으로 완만하게 호를 그리면서 서해바다 쪽 기슭에 수원, 오산, 화성 세 도시를 끌어안고 기어간다. 그 흐름은 백운산을 지나면서 다시 서해바다 쪽으로 향하다가 지지대고개를 변곡점으로 하여 또 다시 한강 쪽으로 머리를 돌리고 오봉산, 투구봉, 수리산, 수암봉으로 진행한다. 그 백운산, 수암산 구간의 한강 쪽 자락에 의왕, 과천, 안양, 군포 네 도시가 살포시 안겨 있다. 이러한 입지 때문에 수상 교통이 주종이던 근대 이전에는 광주(廣州) 문화권에 속해 있다가 경부선 철도가 가설되면서 시흥, 수원권으로 이동하고, 이후 경제개발의 진행과 더불어 70~80년대에 자기 살림을 차려 나왔다.
의왕시는 한남정맥 백운산, 오봉산 구간을 한 축으로 하고 백운산에서 뻗어나간 지맥인 청계산, 모락산을 뼈대로 하여 형성된 긴 고구마처럼 생긴 도시이다. 골골의 물을 모아 왼쪽으로 왕송저수지, 중앙에 백운호수를 이루어놓고 있다. 면적은 5만3천954㎢, 이 중 92%가 그린벨트 고시지역으로 묶여 있으며 인구는 4만569세대 12만5천960명이다.
산업체로는 고합, 한국철도차량, 해태제과, 제일모직 등 대기업을 비롯하여 음식료, 섬유, 가축, 종이, 출판, 화학, 비금속, 조립금속, 전기, 전자 등 총 231개 업체에 6천851명의 종업원이 종사하고 있다. 모락산 아래 라자로 마을의 가구단지는 음성 나환자들의 자활촌으로 출발하여 독특한 명성을 얻고 있다. 논 230㏊, 밭 323㏊, 합 553㏊의 농경지에 908가구 2천788명이 농업에 종사하고 있다. 원예농업으로는 청계산 아래 난, 분재 등 화훼단지가 눈에 띈다.
지방자치제 실시 이후 교육 문제 등을 둘러싼 자립성 논란에 시달리기도 하였지만 이렇게 보면 의왕시야말로 문화와 산업을 결합한 창조도시로의 발전 전망을 고루 갖추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백운호수, 화훼단지, 청계산을 잇는 환경문화권, 부곡 공영 복합화물터미널을 중심으로 한 물류중심권, 가구단지와 계원조형예술대학의 디자인을 결합한 문화산업권 등을 구상해볼 수 있겠다.
백운산에서 갈라져나간 지맥의 청계산, 관악산 사이 분지에 과천시가 아늑하게 앉아 있다. 청계산에서 흘러내린 물이 과천저수지를 만들고 또 양재천을 이루어 한강으로 흘러들어 간다. 면적은 35.86㎢이고 인구는 2만4천398세대에 7만1천525명이다. 86년에 과천시로 승격되어 제2정부종합청사가 들어오면서 행정중심지로 떠올랐다.
3천71개의 산업체에서 총 2만9천930명이 산업에 종사하고 있는데 도소매업, 각종 서비스업종인 3차 산업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매주 30여만명의 경마팬을 수용하고 있는 첨단 그린레저타운으로서 서울경마공원, 국내 최초로 테마파크가 조성된 서울랜드, 동식물을 소재로 한 가족학습, 자연문화 오락공간으로서의 서울대공원 등의 문화산업 공간이 이미 꽉 짜여 있다.
권력과 황금의 사자인 정복자와 아메리칸 인디언처럼 몰린 원주민 사이를 ‘과천마당극제’의 막이 높이 오른다. 해원과 상생의 노래가 창조도시로서의 과천의 미래를 기약할 수 있을 것인가?
한남정맥 수암봉과 수리산의 지맥인 태을봉 사이 구간의 한강 쪽 자락으로부터 북쪽으로는 관악산의 지맥인 삼성산까지 남쪽으로는 청계산 자락의 인덕원사거리까지가 안양시의 영역이며 그 가운데를 안양천이 흐른다. 면적은 58.5㎢이고 인구는 19만5천909세대 59만4천687명이다. 구한말 이후 과천과 같은 길을 걸어오다가 일제 강점기 이후 시흥시에 소속되어 있던 지역 중 제일 먼저 70년대 초반 산업화 과정에서 독립하였다. 현재는 949개 기업체에 2만6천737명이 산업에 종사하고 있다.
안양은 수출주도형 경제개발의 한 축인 경수산업단지의 중심지였으므로 한국 현대사의 영욕의 산 증인이다. 100억 수출 탑 뒤에서 수많은 수출 역군들이 신음하고 있던 현장으로 젊은 학생들이 개발독재에 대한 정치적 저항의 발톱을 숨긴 채 속속 투신해 들어갔던 대표적인 곳이기도 하다. 동일방직 여성노동자들의 투쟁은 그렇게 불 타 올랐던 것이다.
공교롭게 군사독재의 주역이었던 전직 대통령에게 참회의 기회를 제공했던 교도소 땅도 안양이다. 이 땅 남녀 노동자의 피땀과 눈물, 젊은 학생들의 꺾인 꿈과 한숨, 그들 모두가 당한 인간적인 모멸이 얼마만큼 씻어졌을까? 경수산업지역의 맏형이던 이 지역이 후기산업사회를 지나 문화의 시대를 맞으며 자신의 앞날을 어떻게 설계해나갈 것인지 궁금해지지 않을 수 없다.
한남정맥의 오봉산에서 수리산 구간의 안양천 쪽 자락에 큰 시민 작은 도시 군포시가 누워 있다. 구한말, 일제까지 과천, 안양과 같은 길을 걸어오다가 1989년에 의왕시와 함께 시흥군에서 분리되어 새살림을 차렸다. 면적은 36.38㎢이고, 인구는 8만6천906세대 27만61명이다. 유한양행, 보령제약, 국제전선 등 총 1천119개
[다시보는 경기산하 - 안양·과천] 한국 현대사의 주역들
입력 2002-08-28 00:00
지면 아이콘
지면
ⓘ
2002-08-28 0면
-
글자크기 설정
글자크기 설정 시 다른 기사의 본문도
동일하게 적용됩니다.- 가
- 가
- 가
- 가
- 가
-
투표진행중 2024-11-22 종료
법원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사건에 대한 1심 선고 공판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습니다. 벌금 100만원 이상의 유죄가 최종 확정된다면 국회의원직을 잃고 차기 대선에 출마할 수 없게 됩니다. 법원 판결에 대한 당신의 생각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