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사키 히로야수 '샤라쿠'
매년 5월 마지막 주 수요일이 다가오면 춘천은 축제 열기에 휩싸인다. '춘천마임축제'(예술감독·유진규)가 임박하기 때문이다.

15회를 맞은 올해도 어김없이 28일부터 6월1일까지 닷새동안 해외 5개국 10개 극단, 국내 57개 마임극단과 공연단체가 인구 25만의 소도시 춘천을 '마임의 도시'로 바꿔놓는다.
 
올해는 특히 풍차와 튤립 그리고 히딩크의 나라 '네덜란드 주간'으로 정해 네덜란드와 관련된 다양한 공식 행사와 부대행사가 펼쳐진다. 또 고슴도치 섬에서 펼쳐지는 춘천마임축제의 특허 '도깨비 난장'도 변함없이 준비돼 있다.

# '오늘같이 신록이 짙푸른 날에는 춘천으로 오라'
 
마임축제는 호반의 도시 춘천에 예술의 색채를 입히고 있다. 마임(Mime)은 언어를 사용하지 않고 몸짓으로 표현하는 예술 장르. 말과 글이 넘쳐도 소외와 단절로 고통받는 시대에 마임축제는 역설적으로 '말없음'을 새로운 소통 수단으로 꿈꾸고 있다.
 
(사)춘천마임축제, 한국마임협의회, 춘천시, 춘천MBC가 공동주최하는 올해 축제의 공식 초청작품은 4개국 8개 작품이다. 사무국이 특별히 내세우는 작품은 네덜란드 워너&콘서튼의 '섬들(Islands)'과 '옮겨다니는 볼거리(Walking Spectacle)'. 주변의 사물을 이용해 낯선 풍경을 만들어내고 인간의 소외와 정서적 동요를 일으키는 작품으로 유명하다. 2002프랑스미모스마임축제 비평가상을 받은 이 작품을 주최 측은 “마임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는 수준작”으로 소개했다.
 
또 네덜란드 극단 드 다더스의 '나중에 그리고 조금 전(FLUS)', 프랑스 극단 아톰의 '토끼와 거북이', 일본 마슈&케이의 '핸드벨 광대쇼', 사사키 히로야수&일본마임스튜디오의 '샤라쿠', 마임·마술·저글링 등을 혼합한 가말초바의 '가말초바쇼'가 해외 공식 초청작품으로 공연된다. 한국에선 극단 사다리 '이중섭 그림 속 이야기'와 극단 이슬길의 '새·새·새' 등 2작품만이 공식 초청됐다.
 
자유참가작에는 인도와 독일 등 국외 4개팀, 국내 30여개 팀이 참여한다. 이밖에 아마추어 공연 8개 팀, 장애인학교 4개 팀이 평일에는 춘천예술마당과 시민회관 등 시내 일원에서, 주말에는 고슴도치 섬에서 공연과 퍼포먼스를 벌인다.
 
부대행사로는 설치 '섬을 성형수술하라'를 비롯해 저글링·풍선·정크아트 등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사진전과 자료전, 아티스트 벼룩시장도 마련된다.

# 주민과 함께 하는 민간 주도 축제
 
춘천마임축제는 지난 89년 마임이스트 유진규씨가 한국마임페스티벌이라는 이름으로 시작했다. 국내에서 몇 안되는 순수 민간주도 축제일뿐 아니라 예술가와 자원봉사자 등 민간이 여전히 버팀목이 되고 있다.
 
95년 춘천국제마임축제로 이름을 바꾼 뒤 지난 98년 '도깨비 난장'과 2001년 뿔뿔이 흩어져 있던 행사장을 단일 구역으로 집약시키면서 도약의 발판이 만들어졌다.

축제사무국 권순석 국장은 “'도깨비 난장'은 특이성 때문에 언론 보도가 잇따라 입장료 수익 증대와 함께 '문화상품' 가능성을 인정받았고, 행사장을 집중시키면서 유료관객이 6만명 이상으로 획기적으로 급증했다”고 밝혔다.
 
덕분에 춘천마임축제는 수많은 지역축제 중에서 '성공 사례'로 손꼽힌다. 2001~2003년 문화관광부 지정 우수 문화축제, 2001년 문화개혁시민연대 조사 '관객이 뽑은 전국 베스트 축제', 2003년 강원도 홈페이지 설문 '참가하고 싶은 축제 1위'로 선정됐고 지난해에는 '사단법인 춘천마임축제'가 출범해 조직의 안정을 다졌다.
 
성공 요인으론 무엇보다 민간이 지속적으로 행사를 주도해온 점을 들 수 있다. 이를 통해 15년 노하우가 축적되고 마임의 저변 확대를 이룬 것이다. 권 국장은 “처음 5명으로 시작했던 것이 국제행사로 발전한 것과 마임을 예술장르로 인식시킨 것이 무엇보다 큰 성과”라면서 “아시아에서 유일한 마임 전용극장 '마임의 집'(60석)을 마련하고 예술감독 제도와 국제 네트워크를 통해 매년 기획 의도에 맞는 수준작을 안정적으로 수급하고 있는 것도 공연예술축제로서 흔치 않은 점”이라고 소개했다.
 
올해 축제에 소요되는 예산은 불과 2억7천500만원. 비슷한 규모의 다른 축제의 절반에도 못미친다. 초창기부터 자원봉사자 프로그램, 교육 프로그램, 인턴십 등 '주민과 함께 하는 축제'를 구축해온 저력을 실감하게 한다. 하지만 예산의 절반 이상을 춘천시와 문화관광부에 의지하고 있어 예산의 안정성이 과제로 지적되고 있다.
 
다음 회에서는 축제 하이라이트인 '도깨비 난장'의 현장에서 춘천마임축제의 현재와 비전을 소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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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장·양훈도문화부장
글=류주선·유재명·정진오기자
사진=한영호·김종택·임열수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