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콘트라베이스'
수원화성국제연극제의 매력이라면 단연 유네스코 지정 세계문화유산 '화성(華城)'을 배경으로 공연예술을 감상할 수 있다는 데 있다. 국내에서 유일하게 세계문화유산을 배경으로 공연예술을 감상할 수 있다는 점은 이 행사의 가장 큰 특징이자 핵심이다.

지난 96년 화성축성 200주년 기념으로 시작돼 올해로 7회를 맞은 수원화성국제연극제. 올해는 사스(SARS) 여파로 준비기간이 짧아 초청단체의 한계와 진행 미숙 등 문제점이 노출됐으나 그럼에도 불구, 관객들의 열의가 높아 가능성을 보여줬다.

# 높아진 주민들의 관람 열기
 
올해 수원화성국제예술제는 (재)화성문화재단(이사장·이장우) 주최로 지난 14~21일 8일 동안 최근 복원된 화성행궁을 주무대로 펼쳐졌다. 관객의 편의를 감안, 주로 저녁시간에 무료로 공연이 진행됐고 화성행궁 외에도 수원청소년문화센터, 만석공원, 애경백화점, 갤러리아 백화점, 경기도문화예술회관, 팔달문 등지가 공연장이 됐다. 7년 동안 행사를 가져온 데다 문화예술에 대한 시민 관심이 부쩍 늘어 홍보 부족과 프로그램에 대한 인지도가 낮았음에도 불구하고 관람객이 일정 수준 이상을 유지한 점이 특기할 만했다.
 
올해 초청작은 일본 류잔지 극단의 '광인일기', 이란 종교극 '타지애', 몰다비아 '콘트라베이스' 등 해외 5개 작품과 부천의 극단 믈뫼 '에비대왕', 극단 수레무대 '체홉파스', 극단 예천 '달은 달', 극단 성 '세일즈맨의 죽음' 등 7개 작품. 이밖에 주 공연의 한 프로그램으로 제3회 한·일무용제가 열렸고 무용, 마임, 퍼포먼스, 워크숍, 미술전시회 등이 부대행사로 진행됐다.
 
주 무대인 화성행궁에는 특설무대가 설치됐고 300여석의 의자를 놓아 야외 공연장이 만들어졌는데, 찾아오기 쉽지 않은 장소임에도 아이 손을 잡고 나온 가족단위 관람객과 문화소외 계층인 노인들이 행사장을 꾸준히 지켰다. 또한 서울 등지의 연극 애호가들도 간간이 눈에 띄어 행사를 잘 꾸려간다면 과천마당극제 등 이미 지명도를 획득한 수도권의 다른 축제 못잖게 발전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줬다.
 
오세호 예술감독은 “월드컵 1주년 행사와 같은 시기에 행사를 가져 시민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곳을 잡았다”면서 “관람료 역시 유료공연시의 인건비 등이 만만치않아 무료로 열게 됐다”고 밝혔다.

 
#관람 열기 따라잡지 못한 준비
 
공중파 방송이나 중앙 언론매체를 활용하지 않고도 시민들의 발길이 이어진 반면, 초청작품 선정과 행사 진행 부문에서는 문제점이 여실히 드러났다.

먼저 자막 문제. 만석공원서 가진 이란 '타지애'와 몰다비아 '콘트라베이스'는 국내 초연이라는 주최 측의 가치부여가 무색할 정도로 준비가 부족했다. 문화와 역사, 언어가 전혀 다른 공연이었음에도 불구하고 한글 자막처리가 전혀 안돼 애써 찾은 관객이 발길을 돌렸고 무대에 걸린 큼지막한 현수막 역시 작품을 저해하는 요소로 작용했다. 메인 작품이라는 류잔지 극단의 '광인일기' 역시 공연 둘쨋날인 16일에는 후반 1시간 정도 자막이 끊겨 불만을 샀다.
 
두번째 초청작품 선정 문제. 행사를 특화시킬 수 있는 화제작이 없다는 점은 전문가들 사이에서 큰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한 연극인은 “국제연극제라는 이름에 걸맞은 특화된 작품이 전혀 없을 뿐 아니라 광인일기는 세번째 내한공연”이라면서 “국내 초청작도 서울공연예술제 등 다른 행사에서 이미 선보였던 작품이 많아 볼만한 게 없다”고 말했다. 또 '광인일기' '햄릿머신' 등 초청작 상당수는 어린이가 낀 가족단위 관람객과 맞지 않는 작품으로 꼽혔다.
 
주최측은 이번 행사의 작품 선정을 국제극예술협회(ITI) 한국본부, 한국연극평론가협회, 경기도연극협회에 의뢰했다. 여기에 사스 때문에 메인단체로 계획했던 중국, 독일 극단들이 불참하면서 화제작 기근이 심화됐다. 예술인들은 “주요 작품은 행사의 얼굴인만큼 장소적 특성과 행사 성격을 대표할 수 있는 단체를 예술감독이 직접 선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와 함께 지역문화 활성화를 위해 도내 극단과 아마추어 팀을 두루 참여시킬 수 있는 방법, 행사장과 기간, 우천시 진행방법에 대해 재점검을 하고 메일링 서비스 등 인터넷을 활용한 다양한 홍보방법을 개발해야 할 것이다.

#체제를 정비하자
 
수원화성국제연극제가 '살아있는 축제'로 남으려면 우선 사무국의 안정과 전문화가 시급하다. 수원의 김성열(극단 성 대표)씨가 시작한 이 행사는 화성문화재단을 발족시키느라 여유가 없었던 97년을 제외하고 매년 열리고 있다. 2000년까지 김씨가 주축이 돼 진행돼오다 2001년과 2002년은 최치림 중앙대 교수가 예술감독을 맡았고 올해는 다시 지역 연극인인 오세호씨가 예술감독을 넘겨받았다.
 
2회부터 주최를 맡아온 화성문화재단은 이사진과 행사추진위원회, 자문위원회에 예술인과 지역유지, 정치인 등 수십명이 포진해있으나 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