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축제는 특정 예술장르 자체를 활성화하거나 예술의 사회적 기능을 다양하게 표출하기 위해 개최되는 현대 축제로, 연원(淵源)적인 제의적 기능이나 공동체적 결속의 기능보다는 축제가 목적하는 문화예술적 흐름을 창출하려는 문화기획적 특성이 강하다.
 
지역민의 참여 및 축제의 지역문화적 기반을 중요시하는 전통문화축제, 지역특성화 축제 등의 축제 유형에 비해 예술축제는 축제의 문화예술적 미션을 프로그램에 담아내는 것과 이를 뒷받침하는 운영의 전문성이 축제의 성공을 좌우하는 중요한 요소이다. 특히 예술제로서의 내용적 정체성을 창출하고 감독하는 예술감독의 역할은 예술축제의 기획 및 운영에서 관건이 된다고 볼 수 있다.
 
성공적인 예술축제의 경영조직 구조를 살펴보면 대부분 예술감독(artistic director)과 총감독(general director)의 양대 리더십 구조를 갖고 있다. 너무나 유명한 에딘버러 축제, 아비뇽 축제는 말할 것도 없고 베로나 오페라축제, 찰스부르크 음악축제 등도 모두 같은 조직구조다.
 
예술감독과 총감독은 일정 기간의 임기를 가지며, 임기중 전권을 위임받아 각각 예술축제의 예술적 영역과 전문운영의 영역을 책임진다. 임기가 만료되면 그동안의 활동을 평가받는다. 이러한 체계에서는 예술감독 개인이 축제 테마의 설정이나 구체적인 기획 입안의 대부분을 맡으며, 축제의 예술적인 부분에서의 권한과 책임이 분명하다. 총감독은 기획 내용과 운영(예산 포함)의 제반 사항에 관하여 명확한 책임과 권한을 가진다.
 
프랑스 아비뇽 축제는 1947년 연극 3편, 음악공연 2편과 당시 미술계 대가들의 전시회로 시작돼 현재 세계적인 공연예술축제로 성장했다. 이 축제는 지금까지 단 4명의 예술감독에 의해 축제의 예술적 정체성과 세계적 명성을 쌓아왔다.

연기자인 동시에 연출가이며 기획자였던 장 빌라(Jean-Vilar)는 아비뇽 축제의 창시자이자 초대 예술감독으로 1970년까지 활동했다. 그는 파리 중심의 연극을 탈피하여 지역으로 연극 활동을 이전하고, 극장 이외의 장소에서 공연하는 것과 젊고 새로운 관객의 시선을 모으는 것을 목적으로 아비뇽 연극제를 창설하였다.
 
그후 1971~1979년은 폴 포(Paul Paux)가, 1980~1884년 베르나르 다르시에(Bernard Faivre D'Arcier)가 예술감독을 맡았다. 이후 1992년까지 알랭 크롱베크(Alain Crombecque)가 예술감독을 계승했으며 지난 93년에는 다시 베르나르 다르시에가 예술감독을 맡아 지금에 이르고 있다. 유능한 예술감독 4인은 각 임기 동안 아비뇽 축제의 예술적 미션을 저마다의 개성으로 새롭게 창출하고 감독해 왔으며, 이러한 활동을 바탕으로 아비뇽 축제는 예술적 정체성을 견고하게 형성함으로써 세계적인 축제로 명성을 쌓을 수 있었다.
 
국내 예술축제 중 예술감독의 중요성을 제도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축제는 많지 않다. 수원화성국제연극제가 올해 7회를 맞이하고 있으면서도 국제연극제로서의 정체성을 확보하지 못하고 운영에서도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은 예술감독제도와 총감독제도가 축제기획과 운영의 체계로 정착되어 있지 못한 것이 큰 원인이라 할 수 있다.
 
세계문화유산에 빛나는 수원화성과 다시 복원된 행궁을 무대로 국제적인 연극제에 걸맞은 예술축제로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안정적인 예술감독제도의 도입과 축제운영의 전문성을 담보할 총감독제도가 체계화되어야 한다./추미경·(사)다움문화예술기획연구회 기획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