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문화유산 화성(華城)을 테마로 매년 개최되는 수원화성문화제가 올해 제40회를 맞으면서 새로운 축제로의 도약을 예고했다. 지난 9~12일 화성행궁을 비롯한 시 일원에서 열린 주요 행사장마다 대성황을 이루며 호응을 받았다. 조선 정조시대 왕실행사의 원형에 근접해가고 있는 재현 행사와 체험·참여 영역을 넓힌 것이 성공의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관람객들은 “조선후기 문예부흥기의 패기와 정신, 왕실의 격조를 결합한 축제로 위상을 잡아간다면 한국을 대표하는 축제로도 손색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화성행궁 재현행사와 능행차 연시를 2대 축으로 전통의 장엄미 보여줘
수원화성문화제는 전형적인 관 주도 행사다. 이름이 몇 차례 바뀌기는 했으나 수원시민의날(10월10일)을 기념하는 성격이 짙다. 그 흔적은 연예인이 다수 출연하는 개막식으로 남아있으나, 시민체육대회까지 겸했던 이전에 비하면 '문화제'로의 성격 전환이 이뤄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40세를 맞은 올해 행사의 예산은 8억7천만원. 기간은 1주일에서 4일로 줄었으나 예산은 지난해 수준을 유지했다. 그 어느 해보다 좋은 평가를 받은 올해 문화제의 성공 요인을 정리해보면, 우선 화성행궁 개관과 맞물려 화제가 됐다는 점을 들 수 있다. 화령전 고유별다례(告由別茶禮)에 이어진 행궁 봉수당 앞마당의 개관식, 정조대왕 친림 과거시험, 혜경궁홍씨 진찬연 등이 열린 개관축제에 매일 1만명 이상이 몰렸고 반응도 좋았다. 화성사업소 김준혁 학예연구사는 이에 대해 “이 분야 최고 전문가들이 참여해 의상, 복식, 절차 등의 고증을 철저히 하고 출연진도 준 연기자급으로 선발해 표정연기가 살아난 점이 주효했다”고 분석했다.
둘째 요인으론 능행차 연시와 시민 퍼레이드가 한 단계 향상됐다. 능행차 연시는 원형의 3분의2 정도 인원으로 재현됐다. 말탄 군사들과 대취타대가 위엄을 과시하면서 1시간 가량 이어진 뒤 연이어 마칭밴드와 수원지역 시민·단체·기업 등 77개팀 5천240명이 참가한 시민 퍼레이드가 다시 1시간 가량 진행됐다. 시민들은 정조와 혜경궁홍씨가 지나갈 때 절로 박수갈채를 보냄으로써 지역정체성과 애향심을 보여주기도 했다.
셋째, 시 공무원들이 민간 마인드를 적극 수용한 점을 들 수 있다. 내부적으로 문제가 없지 않았겠으나, 시는 이 축제를 발전시키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왔다. 근래 매년 전문기관에 평가를 의뢰하고 화성연구회, 화성문화재단 등 민간단체와 아이디어를 모아 콘셉트를 다듬어가고 있다. 문화관광부장관배 마칭밴드 경연대회를 유치해 10개팀을 퍼레이드에 참가시킨 것이나, 장기적 전망을 갖고 시민들의 자발적 참여를 유도하고 있는 점은 다른 지자체와 상당히 다른 점이다.
여건도 좋았다. 주 5일제를 앞두고 시민들의 문화·레저 욕구가 폭증하고 있는 데다 경제적으로 큰 부담도 없고 교육적·문화적인 행사다. 이때문에 어딜가나 가족단위 관람객이 주를 이뤘다. 또 화성행궁이 TV드라마 '대장금'의 촬영지로 알려지면서 홍보효과도 톡톡히 있었다. 여기에 전형적인 가을 하늘에 가족나들이를 부추긴 날씨, 축제기간을 목~일요일로 압축한 점도 시민들의 발길을 모으게 했다.
#정교하게 다듬어 장중하고 아름다운 조선왕실 정통축제로 만들자
축제가 발전 가능성을 보임에 따라 “전국에서 가장 품격있는 축제로 만들자”는 목소리가 높았다. 특히 능행차, 정조대왕 친림 과거시험, 혜경궁홍씨 진찬연 등 '원행을묘정리의궤'에 상세히 기록된 행사는 매년 업그레이드를 해 원형대로 재현해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마치 200년 전으로 돌아간 듯 당시 모습을 생생하게 살려내 전통에 대한 자긍심을 가질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이에 비하면 올해 행사는 아쉬움이 많다. 능행차 연시의 경우 앞 부분은 절도가 있었으나 중간 지점부터는 염색한 퍼머 머리에 짙게 화장한 여성들이 수염을 붙이고 군인 역할을 했다. 신발도 샌들과 운동화, 심지어 높은 굽의 구두까지 등장해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시민퍼레이드 역시 농협팀 등 앞쪽 참가팀은 시민들의 열렬한 호응을 받았으나 뒤로 갈수록 연출력이 부족하고 댄스팀을 동원하는 등 무성의해 퍼레이드의 재미를 반감시켰다.
또 전통을 주제로 한 만큼 홍보를 체계화할 필요가 있다. 주행사와 부대행사를 구분해 주 행사를 전면에 내세워 축제의 색깔을 선명하게 하면 어떨까. 먹거리도 예년보다 정비되긴 했으나 전국체전이 열리고 있는 전주처럼 '맛집지도'를 제작, 갈비업소를 비롯한 맛있는 집을 행사장 중심으로 소개한다면 외지인에게 좋은 서비스가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4일간 매일 주행사장에서 시장 인사말을 들었던 시민들의 짜증과 어수선한 분위기는 질을 저하시켰다. 과천한마당축제나 춘천마임축제처럼 공연 형식 속에서 단체장과 기관장이 자연스럽게 인사말을 할 수 있게 한다면 오히려 친근감을 배가시킬 것이다. 장소가 협소한 화성행궁
[살아있는 축제를 찾아서…] 수원화성문화제
입력 2003-10-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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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10-15 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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