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소리가 없다'(kmc 간)=괌에서 목회활동을 하고 있는 김춘섭 목사가 펴낸 수필집. 종교적인 내용보다 세상을 보는 균형잡힌 시각과 사람들이 어우러져 만들어내는 따스한 이야기들이 마음을 씻어준다. 지난 91년 선교사로 괌에 발을 디딘 김 목사는 감리교 소속으로 구암감리교회를 개척해 목회를 하다가 근래 두레장로교회와 한인침례교회 등 교단이 다른 교회와 연합, '아름다운연합교회(www.guamchurch.org)'를 만들어 공동목회를 하고 있다.

유난히 상처가 많은 사람들에게 그는 해변에서 성게 가시에 찔린 이야기를 통해 '인생의 가시'에 대해 얘기한다. '가시라고 다 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뺄 수 있는 가시가 있는가 하면 그렇지 못한 가시도 있다. 뺄 수 없는 가시는 저절로 안에서 삭아서 없어지도록 견딜 수밖에 없는 일이다. 그리고 뺄 수 없는 그 가시는 오히려 우리 삶을 더욱 아름답게 할 수도 있는 것이다'. 판화가 류연복씨의 판화가 작게 곁들여져 있다.

◇'아! 청담'(화남 간)=한국 현대불교의 거목이었던 청담 스님(1902~1971)을 36명의 인사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재조명한 책. 부천대 김광식 교수(불교평론 편집위원)가 탄생 100주년을 맞아 월주 스님, 강원용 목사 등 사회 지도층 인사에서부터 도선사 만덕화 보살 등 평범한 불자에 이르기까지 36명을 인터뷰했다.

원효사상연구회 심재열 소장은 청담 스님이 다른 스님과 다른 점을 '파사현정(破邪顯正·그릇된 것을 버리고 올바른 것을 드러냄)' 정신이 분명한 것으로 꼽는다. 요즘 스님들은 시시비비에 말리지 않으려고 침묵하거나 좋은 것이 좋다는 식의 우유부단한 면이 많은 반면, 스님은 종단과 현실에서 옳고 그른 것을 분명히 나누고 올바른 길을 향해서 지속적으로 나가야 한다는 강한 소신을 갖고 있었다고 술회하고 있다.

◇살아있는 평화(생활성서사 간)=예수회 사제이자 평화운동단체 '화해연대'에서 활동하고 있는 존 디어 신부가 '평화'에 대해 쓴 책. 그는 자신이 살아온 여정을 통해 평화는 하느님이 주신 소중한 선물이며 평화의 영으로 단순하게 살아가기만 해도 세계 평화에 이바지하는 것이라고 설파한다. 그가 평생 헌신한 평화운동의 깊은 영적 뿌리를 보여주는 책으로, 평화는 사회를 향한 엄청난 외침이 아니라 개개인의 일상 속에 내재되는 것임을 말한다.

'비록 평화를 향한 여정에서 아무 보람도 못 느끼고 기운이 빠지고 절망적으로 보이기까지 하는 날들이 많다 해도, 그렇게 걸어가는 여정 자체가 곧 평화의 삶임을 거듭거듭 깨닫게 될 것이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평화의 여정을 선택하고 믿음을 굳게 지니는 것이 전부다. 이현주 목사가 우리말로 옮겼다.

◇'가려 엮은 아함경'(지혜의나무 간)=조계종 비구인 허정 스님이 원시경전인 네 아함경(장아함, 중아함, 증일아함, 잡아함) 가운데 가장 근본적이라 할 수 있는 잡아함경 중에서 부처가 재가인에게 설법한 160여경을 가려 엮었다. 잡아함경은 원래 출가 비구들을 위해 설법한 1천362개의 경전이나, 재가인에게 설법한 내용 위주로 뽑았다. 허정 스님은 “괴로움에서 벗어나기 위해 불교인들이 알아야 하고 실천해야 할 기본적인 교리를 찾아냈다”고 말했다. 경을 한글 만으로 쉽게 풀이한 점이 돋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