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주교수원교구(교구장·최덕기 주교)는 서해종합건설 자회사인(주)그랑블CC가 안성 미리내성지 인근에 골프장 건설을 추진하고 있는 것과 관련, 이의 완전 백지화를 위해 교구 내에 미리내성지보존대책위원회(위원장·윤용배 신부·교구청 사회복음화국 국장)를 구성한 데 이어 '골프장 반대 100만인 서명운동'을 시작했다.

대책위원회 윤 위원장은 “지난달 25일부터 교구내 각 본당에서 신자들을 대상으로 서명운동을 시작했다”면서 “우선 60만여명의 교구 신자를 대상으로 서명을 받은 뒤 100만명이 달성될 때까지 경기도민, 서울대교구, 전국 교구로 확대해나갈 예정”이라고 최근 밝혔다.

교구는 서명이 완료되는 대로 이를 환경청을 비롯한 국가 기관과 해당 지자체 등에 보내 한국천주교의 주요 성지이자 문화유적인 미리내성지 일대를 보존하도록 호소할 계획이다.

미리내성지(안성시 양성면 미산리 141)는 한국인 최초의 가톨릭 사제인 성 김대건 신부의 유해가 안치돼 있는데다, 신유박해(1801년)와 기해박해(1839년) 때 신자들이 신앙을 지키기 위해 교우촌을 형성하면서 살던 곳이며 '미리내'라는 이름도 이때 신자들이 피운 불빛이 밤에 은하수처럼 빛난 데서 연유했을 정도로 한국천주교사에서 매우 중요한 성지다. 때문에 골프장 건설은 천주교 측에서도 양보할 수 없는 사안이다.

문제가 불거진 것은 지난해부터. 지금까지 진행과정을 보면, (주)그랑블CC 측이 수년 전부터 미리내성지와 직선으로 2㎞인 미산 2리와 3리 사이 야산 30만여평을 사들였고 여기에 골프장을 조성하기 위해 지난해 한강유역환경청에 환경성 평가를 의뢰했다. 이에 대해 천주교 측도 교구청을 중심으로 '골프장 건설 백지화'를 위해 3만8천여명의 서명을 받아 이를 진정서와 함께 관련 기관에 제출했다.

이후 한강유역환경청에서는 임상이 양호하고 경사가 가파라 골프장으로는 부적합하다는 이유로 인허가 신청을 취하했으나 업체 측이 국무총리실에 민원을 제기했다. 이에따라 국무총리실 주재로 지난 6월 1일 안성시청에서 업체 측과 교구, 지역주민 등이 한자리에 모여 회의를 가졌으나 서로 입장 차이를 확인하는 데 그친 바 있다.

최근 천주교 측에서 강경한 태도를 보이게 된 것은 업체 측이 지적된 사안을 보완하기 위해 다시 환경성영향 검토에 들어갔기 때문. 윤 위원장은 “그동안 행동에 나선 적이 거의 없는 수원교구가 대규모 서명운동을 시작한 것은 사안이 그만큼 중요하다는 반증”이라면서 “골프장 예정 부지는 상습 수해지역이며 성지 주변에 이미 화산·신안·파인크리크 CC 등 이 일대에 이미 5~6개의 골프장이 있는 만큼 더 이상의 골프장 건설은 생태적, 문화적, 환경적 측면에서 좋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또 “미리내성지 일대는 고즈넉한 시골 마을로 천주교 신자뿐 아니라 전국 각지에서 방문객이 끊이지 않는 만큼 온국민의 문화유산으로 보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