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원기독호스피스센터 내 병실 복도에 선 김환근 목사. 센터는 호스피스 병실뿐 아니라 자선의료기관도 운영한다.
가난이 제일 한스러울 때는 병들었을 때이다. 의료보험이 있다곤 해도 위중한 병은 치료비를 감당하기 힘들고, 특히 소생 가능성이 거의 없는 말기암의 경우 환자는 물론 가족들에게도 큰 고통을 안겨준다.

지난 9일 개원한 수원기독호스피스센터(수원시 장안구 조원동성당 옆, 031-254-6571)는 가난 때문에 치료와 보살핌을 제대로 받지 못한 사람들을 위한 곳이다. 다음달 초 본격 운영되는 센터는 지하1층 지상5층 연면적 1천220㎡(370평)의 단독건물. 1층은 자선의료기관인 '수원기독의원'과 자선숍 '사랑샘터'가, 2~4층은 병실과 침상 그리고 호스피스 봉사자를 위한 교육실, 휴게실 등이 들어섰다. 자선병원은 의사 1명, 간호사 4명 등 모두 15명의 스태프로 구성된다.
 
이 센터는 수원기독호스피스회 김환근(46·동수원병원 원목) 목사가 10년 만에 이룬 결실이다. 김 목사는 우리 사회에 '호스피스(HOSPICE·시한부 말기암 환자를 임종시까지 전인적으로 돌보는 봉사활동)'라는 단어조차 생소한 지난 95년 수원에서 호스피스 봉사자 교육을 시작해 이듬해 수원기독호스피스회를 만들었다.
 
그간 6개월 교육 과정을 수료한 1천여명의 봉사자와 143명의 미용 봉사자를 배출해 9개 병원과 5개 사회복지시설에서 호스피스 봉사활동을 펼쳐온 그는 사회의 어두운 곳을 밝히는 종교인의 사회적 역할을 보여주고 있다. “시한부 삶을 사는 말기암 환자들은 전생애에서 가장 도움이 필요한 연약한 상태에 있습니다. 하지만 병원에서도 가정에서도 방치되기 쉽지요. 가난한 사람들은 더욱 극심한 외로움과 두려움 속에 놓이지요. 환자들에게는 인간의 존엄성을 유지하는 돌봄을 받을 권리가 있고, 사회 시스템이 이를 뒷받침해야 복지사회라고 생각합니다.”
 
그가 센터를 마련하기 위해 준비를 본격화한 것은 7년 전. 매년 바자회를 열고 후원금을 모았다. 체계적인 봉사활동을 위해서도 센터가 반드시 필요했지만 우리 사회가 노령화되고 암이 최대 사인(死因)으로 떠오른 데 비해 사회적 시스템은 이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낡은 건물을 사들여 리모델링하면서 수억원의 빚까지 지게 됐지만 더 힘들었던 것은 일부 지역주민들이 혐오시설로 생각하는 것. “왜 주택가로 들어왔느냐”는 항의가 들어왔다.
 
“환자들의 고립감을 최소화하고 '가족의 품에서 임종'하는 소망을 위해서는 가족이 자주 찾아올 수 있는 곳이어야 하죠. 또 의료진과 봉사자가 쉽게 접근해야 하기 때문에 선택의 여지가 없었어요. 우리 사회가 더불어 사는 것에 좀 더 익숙해졌으면 좋겠습니다.”
 
수원기독호스피스회는 오는 23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합동신학대학원 운동장(아주대병원과 법원 사이 소화초교 뒤)에서 바자회를 연다. 매년 봄, 가을에 바자회를 열어 기금을 모으고 있는데 이번에는 특별히 빚을 갚는데 사용할 계획이다.
 
김 목사는 “교인들이 교회 안에 갇히지 말고 신앙의 실천을 통해 사회의 빛과 소금의 역할을 했으면 한다”고 밝히고 “효원의 도시 수원에 자선병원과 호스피스센터가 있다는 것을 시민들이 자랑스러워 할 때가 올 것”이라고 말했다. 후원계좌:농협 143-01-080388(예금주 김환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