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일 선종한 천주교수원교구 한종훈 신부(경인일보 10월22일자 11면보도)가 '시신과 장기를 병원에 기증'하고 이후에도 '묘지를 만들지 말 것'을 당부하는 유언서를 남겼던 것으로 밝혀졌다.
천주교수원교구는 고(故) 한종훈 신부가 남긴 유언서를 최근 공개하고 지난 22일 장례미사를 마친 뒤 그의 유지대로 장기와 시신은 가톨릭대 의과대학에 기증하는 등 절차를 진행했다고 24일 밝혔다.
고인은 유언서에서 “가난하게 사는 것이 천주께서 나에게 원하시는 생활방식의 원칙이라 깨닫고…가난한 일생을 바치기를 원한다”며 사후 처리에 대해 유언했다.
이에 따르면 ▲장례미사는 아는 사람은 알고 모르는 사람은 모를 정도로 지극히 간소하게 치러줄 것 ▲장기와 시신은 기증할 것 ▲시신이 의학 발전을 위해 쓰여진 뒤에도 묘지를 만들지 말 것 등을 당부했다.
그는 “저의 시신이 의학적으로 사용돼 투병하는 많은 환자들을 도울 수 있게 되길 바란다”고 적고 자신은 단지 “온전히 하느님을 의지하고 마지막까지 하느님의 크신 사랑을 실천한 사제로만 기억될 수 있도록 흔적을 남기지 말아달라”고 마지막 말을 남겼다.
초대 가톨릭 노동청년회, 2대 전국 가톨릭 노동청년회 지도 신부를 역임하는 등 노동자 사목과 청소년 사목에 심혈을 기울인 고인은 지난 90년 갑상선암이 식도로 전이돼 투병하면서도 사목현장을 떠나지 않아 귀감이 되기도 했다.
한편 천주교 수원교구는 지난 97년 가을 사제연수때부터 장기·시신 기증서약을 받아왔다. 현재 교구장인 최덕기 주교, 이용훈 총대리 주교 등 교구 내 89명의 사제가 장기·시신 기증 서약을 했다.
"시신 기증·묘지 만들지 말라…"
입력 2005-10-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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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10-25 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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