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부(神父)수업의 비밀 현장, 빗장을 풀다'.
평범한 총각들을 신의 아들로 만드는 곳, 가톨릭 신학교. 이곳은 일반인들의 교사 출입도 제한하고 있는 비밀의 공간이다. 그런 신학교가 사제(司祭) 지망생들의 수업과 생활을 지난 7일 일반에 공개했다. 성소주일(聖召主日)을 맞아 수원가톨릭대학교가 문을 활짝 연 것이다.
성소(聖召)란 '거룩한 부르심'을 뜻한다. 모든 직책이 다 하느님의 부르심에 따라 수행하는 것이지만 보통 성소를 '하느님의 특별한 부르심에 의해 사제가 된 사람들 또는 사제가 될 사람'으로 정의한다. 전세계 성소부족현상을 걱정한 교황 바오로 6세가 1964년에 성소주일을 제정한 이후 가톨릭교회는 매년 부활 제4주일(부활절로부터 3주 후)에 이를 기념하고 있다. 가톨릭대학교가 이날 신학교를 개방한 것도 신학생들의 생활을 공개함으로써 좀더 많은 젊은이들이 사제지망생이 될 수 있게 하기 위해서다.
신학교에 입학한 학생들은 화성시 봉담읍 왕림리에 자리잡은 교정과 기숙사에서 공동생활을 하며 사제수업을 받는다. 가톨릭의 사제는 평생을 독신으로 청빈과 순종의 삶을 살아야 한다. 신학교의 교육과 일상은 시간표에 맞춰 엄격하게 이루어진다. 매일 미사와 기도, 묵상, 교과공부로 꽉 차 있다. 휴대전화는 없고 인터넷 접속, 외출도 제한된다.
하지만 이날 신학생들은 발목까지 내려오는 치렁치렁한 치마(?)같은 검은 수단을 착용한 것만 달랐을 뿐, 여느 20대 젊은이들과 다를 바 없었다. 야외무대를 마련해 전자기타 반주에 맞춰 노래도 부르고 아이들과 함께 페이스페인팅도 하는 파격(?)도 연출했다. 이에 화답하듯 천주교 신자 7천여명이 행사에 참석해 성서, 상식, 취미 등 다양한 문제를 풀고 수단도 직접 입어보는 등 신학교 생활을 체험했다.
이날 행사를 총지휘한 박현성 레오(29·수원가톨릭대학교 신학대학원 2) 신학생은 “가톨릭 신학교를 배경으로 한 영화가 개봉한 이후로 신학생들의 생활이 겉멋든 모습으로 포장돼 세상에 보여지는 면이 없지 않았다”며 “이런 공개행사로 신학생들의 실상과 진솔한 모습을 보여주고, 보다 많은 젊은이들이 평소에 지나쳤던 '하느님의 부르심'에 응답을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행사에 참여한 김희진(18)양은 “신부님들과 신학생들은 굉장히 어렵고 엄숙한 사람으로 생각했는데 오늘 만나보니 동네 오빠같이 친근하게 느껴졌다”며 “어렵고 힘든 길을 가는만큼 앞으로 신학생들을 위해 기도를 더 열심히 해야겠다고 다짐했다”고 말했다.
사제 지망생 '베일속 생활' 빗장열다
입력 2006-05-09 00:00
지면 아이콘
지면
ⓘ
2006-05-09 0면
-
글자크기 설정
글자크기 설정 시 다른 기사의 본문도
동일하게 적용됩니다.- 가
- 가
- 가
- 가
- 가
-
투표진행중 2024-11-17 종료
법원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사건에 대한 1심 선고 공판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습니다. 벌금 100만원 이상의 유죄가 최종 확정된다면 국회의원직을 잃고 차기 대선에 출마할 수 없게 됩니다. 법원 판결에 대한 당신의 생각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