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고를 발송하고 난 후 어디론가 떠날 생각을 하며 배낭을 꾸렸다. 지퍼가 잠겨지지 않을 만큼 짐을 꽉꽉 채우면서 나는 내 자신이 짊어져야 할 짐의 크기에 놀랐다. 짐을 내려놓고 다시 꾸려보지만 줄지 않았다. 결국 나는 떠나지 못하고 짐 꾸리기만을 반복했다. 그러는 내내 발바닥이 가려웠다. 발바닥이 가려웠던 이유가 무엇이었는지 오늘에야 알았다.

오래전부터 나는 나무가 될 수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어딘가에 뿌리를 내리기에 약하고 아름드리나무가 되어 그늘을 만들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2003년이 저무는 오늘에서야 소설이라는 토양에 내 잔뿌리를 내려놓고 이젠 나도 나무가 될 수 있지 않을까란 욕심과 기대감을 가져본다. 당장 내일이라도 무거웠던 짐들을 내려놓고 여행을 떠날 수 있을 것 같다. 무엇 하나 예정되지 않은 이 끝에서 저 끝으로 혼자 걸어야 할 길이지만 여행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 낯설음의 빛이던 소설이 내 몸속 깊이 스며들 때까지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길 위에서 헛돌기만 하던 나를 꾸준히 지켜봐 주신 숭의여대 교수님과 내 걸음에 무게를 실어주신 한신대 교수님들께 감사드린다. 그리고 내 여행길을 믿고 지켜봐주신 가족들에게 기쁨을 전한다.


79년 경북 예천 출생
숭의여대 졸업
현 한신대 재학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