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혼제
성유리(본명 성배순)
어머니 삼베치마를 입은 가오리연이
꼬리로 허공을 차며 솟구쳤다
네 귀퉁이 지느러미를 파닥이며 연은
서쪽으로 서쪽으로 길 떠나고 있었다
모든 걸 놓아버리고
가슴까지 휑하니 비운 모습이
추워보였다
지상과 하늘을 연결하고 있는 가는 끈만은
서로 놓아버리지 못하고
한참을 그렇게
우리는 목 아프도록 바라다보고만 있었다
난 칼을 꺼내 팽팽한 순간을 그었다
사선으로 끊었다
연은 비로소 가볍게 너울너울 춤을 추었다
그래 보였다
그런 줄 알았다
아침 까치소리에
창문을 열어보니 감나무 가지 꼭대기에
연이 걸려 있었다
이슬에 온통 젖어
날 보고 있었다
시 당선작-진혼제
입력 2004-01-01 00:00
지면 아이콘
지면
ⓘ
2004-01-01 0면
-
글자크기 설정
글자크기 설정 시 다른 기사의 본문도
동일하게 적용됩니다.- 가
- 가
- 가
- 가
- 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