뙤약볕 내려 쬐는 자갈길을 맨발로 걸어왔습니다. 발이 부르트는 지경에서도 시에 대한 믿음 하나로 마다 할 수 없는 길이었습니다.
시를 향한 우직한 집념으로 더러는 흔들리는 걸음걸이로 더욱 시에 대한 오기와 열정을 용솟음치게 만들었습니다.
한때는 바닥이 두껍고 편안한 신발을 갈망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시에 대한 절명의 애착 때문에 외로운 수행자의 고행처럼 세속적인 소망을 애써 저버린 채 여기까지 오게 되었습니다.
나는 조심스럽게 결코 앞으로도 평탄한 걸음이 되리라 생각하지 않습니다.
다만 아름다움만이 가치있는 것이라고 노래한 키이츠의 행로를 따라 걸어갈 것입니다.
가장 진실한 지혜는 사랑하는 마음이라 여겨왔습니다.
신을 사랑하고 자연을 사랑하고 사람을 사랑하는 그곳에 빛나는 시의 소재가 숨어있고 현란한 관념과 이미지가 내재해 있음을 깨달아 왔습니다.
그것이 곧 진실의 표정이요 지혜의 속내를 갖추고 있는 것으로 다짐해 왔습니다.
당선 소식을 접하자 문득 봉숭아꽃이 보고 싶어졌습니다.
어릴 적 봉숭아꽃 속에는 시의 텃밭이 되어주신 아버지의 영상이 겹쳐져 있었던 기억이 떠올랐기 때문입니다. 지금은 세상을 버리신 아버지께서 사랑과 망각을 깨우쳐 주셨기 때문입니다. 8년 전 가을 어느날 봉숭아꽃이 피었다고 나들이 오라시던 목소리가 환청처럼 그리움의 울타리 안에서 피어오릅니다.
부족한 글을 눈여겨 살펴주신 경인일보사와 심사위원님께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그리고 부르튼 맨발을 말의 붕대로 감싸주신 하현식 교수님과 이신정 시인을 비롯한 문우들과 악동님께 감격을 나누어 드리고 싶습니다.
또한 고집스런 시의 길을 따뜻한 눈으로 지켜준 가족들과 아들 성로, 그리고 올케 송인숙님께 고마움을 전하면서 이 영광을 아버지 영전에 드립니다.
◇약력
1960년 경남 거제시 연초 출생
현재 부산 금정초등학교 영양사 재직
[당선소감] 시 부문-정경미
입력 2005-01-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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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1-03 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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