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한 청년의 얼굴을 잊지 못한다. 야구 모자를 깊숙이 눌러쓴 갸름한 얼굴에 창백할 만큼 하얀 피부. 스물 셋, 어린 나이에 그는 의료사고로 실명하였다. 내가 그를 만난 것은 1박 2일 교회 세미나에서였다. 그 세미나의 이름은 ‘인카운터’였다. 예수님을 만난다는 의미였다. 두 명의 건장한 청년이 늘 그의 양 팔을 붙들고 그가 어디를 가든지 동행했다. 분명 그는 지독한 슬픔을 안고 그곳에 왔을 것이다. 세미나를 마치고 집에 돌아가는 길에 나는 그를 또 보았다. 그의 눈은 여전히 감겨져 있었다. 그러나 그는 환하게 웃고 있었다. 천상의 미소였다.
주위를 둘러보면 상처 없이 사는 사람이 없다. 미워해서만 상처를 주는 것이 아니라 사랑하는데도, 어쩌면 너무 사랑해서 서로에게 상처를 준다. 내가 쓴 글이 그들의 상처를 치유해주진 못하겠지만, 순간일지라도 그 청년의 얼굴에 머금었던 환한 미소를 짓게 할 수 있다면 나는 참 행복할 것이다.
부족한 글을 뽑아주신 심사위원 선생님, 소설쓰기의 기초부터 가르쳐주신 구효서 선생님과 정찬 선생님, 너를 향한 하나님의 은혜가 족하다는 말씀으로 나를 위로하셨던 안혜성 선배님, 재능을 물려주신 아버지, 희생으로 키워주신 어머니, 사랑하는 자매들과 가장 고맙고 소중한 사람, 남편에게 감사드린다.
겨울 햇살이 나른한 오후에 당선 전화를 받았다. 소설을 쓰기 시작한지 얼마 안 된 나의 손은 부끄럽게도 빈손이었다. 지금부터 조금씩 채워가겠다.
전윤희
학력:성심여자대학교(현 가톨릭대학교) 영문과 졸업
연세대학교 대학원 영문과 졸업
주소:고양시 일산구 마두동 정발마을 건영빌라 303-303
[당선소감] 소설 부문-전 윤 희
입력 2006-01-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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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1-02 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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