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을 감당하지 못해 파산으로 내몰리고 있는 서해 5도서 어민들이 울부짖고 있다. 중국 어선들의 싹쓸이 조업으로 고기를 잡지 못한 어민들이 엄청난 빚만 진채 이자는 커녕 생계비도 없어 하루 하루를 겨우 연명하고 있는 것이다. 이대로 가다간 모두 파산하고 섬을 떠나 도심 거리로 나앉을 판이다. 어민들은 상황이 이지경에 이르렀는데도 정부가 불구경하듯 한다며 불신을 넘어 극단적인 분노감을 표하고 있다. 벼랑끝에 선 서해 5도서민들의 생활을 살펴봤다.
 
▲대청도
 
대규모 어업을 하던 대청도 선진 어촌계 이권(46)계장은 사실상 파산 상태다. 이 계장은 수협 대출금에다 주민들 끼리 선 맞보증까지 합쳐 무려 10억원의 빚을 지고 있는 것이다. 때문에 이씨는 이미 압류 잡힌 배와 부동산을 경매에 부치라며 수협에 요구하고 있지만 뜻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원금은 커녕 이자도 갚지 못하는 그가 오히려 채권자들에게 이유 있는 큰 소리를 치고 있다.
 
80여척의 어선으로 그동안 꽃게와 우럭, 광어, 놀래미 등을 주어종으로 하는 대청도 어민들은 대부분 감당하기 어려운 빚 때문에 생계마저 위협받고 있는 것이다. 이 중 대규모 어업을 하는 20여 가구는 평균 4억~5억원씩의 빚을 안고 있는 실정.
 
이는 이미 담보가 설정된 어선과 부동산을 모두 경매에 넘겨도 빚을 갚기에 턱없는 금액이다. 또 나머지 대부분의 어민들도 1억~2억원의 빚으로 불어나는 이자 때문에 생계 곤란이 이만 저만 아닌 실정. 이처럼 대청도 어민들이 급격하게 빚이 늘어난 것은 지난해 가을부터.
 
지난해 봄 약 3개월간의 꽃게 조업으로 재미를 봤던 어민들은 가을 풍어를 예상하고 대규모 투자를 했다. 그러나 지난해 9월부터 중국 어선들이 선단을 이뤄 NLL(북방한계선)에서 싹쓸이 조업을 하면서 불행이 시작됐다. 어민들은 꽃게 구경은 커녕, 조업을 하지 못해 하루 아침에 엄청난 빚만 진 것. 게다가 빚에 쪼들린 어민들이 사채를 끌어다 쓰면서 상황은 더욱 심각해졌다.
 
이 상태로라면 상당수 어민들은 올 가을부터 길거리로 나앉을 판이다. 어촌계 회의때마다 어민들은 모든 것을 포기하고 뭍으로 이주하자는 말이 심심치 않게 나오고 있는 실정. 상당수 어민들은 요즘 기름값도 없어 조업을 포기한채 대책없이 하늘만 원망하고 있다.
 
이 계장은 “이 모든 책임은 중국 어선 싹쓸이 조업을 방치한 정부에 책임이 있다”며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 지 막막하다”고 끌어오르는 분노를 삭히지 못하는 모습.
 
▲소청도
 
26척의 선박으로 구성된 소청 어촌계도 대청 지역과 사정이 다르지 않다. 이 지역 어민들은 1억~2억원씩의 빚을 안은채 이자도 내지 못해 대부분 신용불량 상태다. 이 때문에 정부에서 긴급 지원하는 특별 영어 자금도 받지 못한채 절망의 나락으로 빠져 들고 있다.
 
상당수 어민들이 지난해 하반기 꽃게 잡이를 위해 어구 구입 등으로 평균 2억원씩 투자했으나 중국 어선들의 싹쓸이 조업으로 빚더미 위에 올라 앉게 됐다. 이들은 정부 대출금과 농·수협 대출금 상환을 거의 포기한 상태. 여기에다 약 45~65%에 이르는 중간 상인 전도금과 연리 3부를 넘나드는 사채가 어민들의 목줄을 더욱 옥죄고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신용불량 상태인 어민들은 늘어나는 빚을 갚기는 커녕 생계난이 갈수록 심각해 지는등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
 
특히 올 가을부터 담보로 잡혀 있는 배와 선박의 경매 절차가 본격적으로 시작될 것으로 보여 어민들은 사실상 알거지나 다름없는 상태. 소청도 어촌계 노장진(58)계장은 “지금 지역 어민들은 살길이 없어 막막해 이주를 생각하고 있다”며 “어민들을 이 지경까지 내 몬 것은 정부의 책임이 큰 만큼 하루빨리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연평도
 
최근 이지역 주민들은 개펄에서 채 자라지도 않은 어린 바지락을 마구 채취하고 있다. 오는 10월에 출하할 경우 제가격을 받을 수 있는 바지락의 씨를 말리고 있다. 생계난을 견디지 못한 주민들이 참지 못하고 결국 바지락에 손을 대고 있는 것이다.
 
생계난을 겪고 있는 주민들의 절박함 때문에 어촌계도 말리지 못한채 지켜 보고 있을 뿐이다. 바지락이 바닥나면 올 겨울부터 채취가 시작될 예정인 굴도 사정이 다를 것 없다. 이처럼 이지역 어민들의 사정은 최악의 상태로 치닫고 있다.
 
이 지역 주민들은 또 7월16일부터 8월28일까지 해양수산부가 지원한 어장 청소로 겨우 생계를 연명했다. 모두 54척의 어선에 3명씩 어장 청소에 배치된 주민들은 일당 7만~10만원 품을 팔아 겨우 입에 풀 칠을 했다. 꽃게를 주어종으로 하는 이 지역 어민들도 지난해 중국 어선의 싹쓸이 조업으로 투자비를 건지기는 커녕 오히려 4억~8억원까지 빚을 진 것이다.
 
더욱이 올해 상반기에 전혀 어획을 올리지 못해 어민들은 대출금 상환능력을 사실상 상실했다. 연평도 어촌계 최율(48)계장은 “섬지역을 지키고 살아 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