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여의도 정가(政街)에는 제1 야당의 대표를 뽑는 선거전이 여름 날씨 만큼이나 뜨겁다.
 한나라당의 혁신위안이 통과·처리되면서 당권(黨權)과 대권(大權)이 분리돼 대권 주자들이 한발 물러서 있는 가운데 당을 이끌 새로운 지도부 구성을 위한 경선이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7·11 전당대회에서 선출되는 새 대표는 내년 대선을 앞두고 대선 후보 선출을 위한 공정한 경선 관리라는 외형적 모습과 달리  2년간 당을 주도적으로 관리해야 한다는 점에서 `빅-매치'가 아닐 수 없다. 게다가 대선 이후 오는 2008년 총선에서는 국회의원 공천권까지 부여되기 때문에 `포스트 박'을 노리는 당권 경쟁은 그 어느 경선보다 치열하게 전개될 수 밖에 없는 실정이다.


 `메이저 리그'로 명명된 이번 경선에는 5선의 원내대표를 거친 강재섭 후보와 역시 원내대표를 지낸 이재오, 소장·중도파 대표로 나선 권영세, 수도권 대표론을 주장하는 이규택, 충청권 주자인 강창희, 박근혜 대표의 `복심'을 업고 나선 전여옥 후보가 한 치 양보없는 선두권 싸움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중앙위 의장 출신의 정형근, 수협 회장을 지낸 이방호 의원 등 8명이 진검승부를 벌이고 있다.


 5선 경력의 강재섭 후보는 한나라당 텃밭인 TK(대구·경북) 지역의 대표주자로 꼽힌다. 검사 출신으로 대변인, 원내대표, 부총재, 최고위원 등 중책을 두루 거친 그는 대선 후보 경선의 공정한 심판자이자 통합형 대표, `안정속의 개혁'을 기치로 내걸고 있다. `국민참여경선관리위'를 구성해 대선 후보를 공정하게 선출하겠다는게 핵심 공약이다. 좌익세력을 제외한 모든 세력을 통합하는 `국가선진화세력 연대론'과 당내 인사들의 언행을 잘 관리할 수 있도록 `평시 감찰단'을 만들어 당의 대약진운동을 전개하겠다는 구상도 내놓았다. 우유부단하다는 이미지와 민정계 출신이란 점이 약점으로 거론되고 있다.


 수도권을 기반으로 하는 3선의 이재오 후보는 30여년간 민주화 운동을 하면서 5차례에 걸쳐 10여년 간의 옥고를 치른 대표적인 재야출신 정치인이다. 개혁, 강경 이미지의 이 후보는 `강한 대표'를 캐치프레이즈로 내걸었다. 여당의 흠집내기에 맞서 대선 후보를 지켜내려면 투사형 대표가 필요하다는 것. `영남 대선후보와 수도권 대표'란 지역안배론도 내세우고 있다. 클린정당위원회 설치를 통한 당 개혁과 독립·중립적인 `범국민공정경선관리위' 설치와 당사의 국회 이전 등이 주요 공약이다. 대선주자인 이명박 전 서울시장과의 친분이 대선후보 경선 공정관리에 있어 약점으로 지적되고 있고 사학법 재·개정 관철 실패, 민중당 출신이란 점도 걸림돌로 작용할 소지가 있다.


 권영세 후보는 검사 출신으로 당 전략기획위원장을 지낸 당내 전략기획통이다. 개혁 성향 소장파가 중심이 돼야만 당을 변화시켜 대선 승리를 가져올 수 있다는 `소장파 중심의 제3세대론'을 주창하면서 信(믿음), 辛(매움), 新(새로움), 身(헌신)의 `4신'을 기치로 내걸었다. 상대적으로 낮은 인지도가 극복 과제로 지적된다.
 홍일점인 전여옥 후보는 `강한 한나라당'을 핵심 슬로건으로, 대선 승리를 위한 전략정보 태스크 포스트(TF) 구성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박근혜 전 대표의 `복심'이란 점과 높은 대중적 인지도가 강점이지만 `독설가' 이미지가 걸림돌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다는 지적이다.


 경기 여주 출신인 4선 의원으로 원내총무와 최고위원을 지낸 이규택 후보는 경인지역 단일 후보와 정통 민주화 세력을 자임하고 있다. 대선후보 경선 낙선자에게 당 대표 자리를 물려준다는 `시한부 대표론'과 `대선후보군 검증위' 설치를 공약으로 제시했다.


 5선 경력에 부총재와 과기부장관을 지낸 강창희 후보는 충청권 단일 후보로서 `충청권 대망론'을 들고 나왔다. 정치적 `중원'(中原)인 충청권의 민심을 얻지 않고서는 내년 대선에서 승리할 수 없다는 주장이다.
 국정원 전신인 국가안전기획부 제1차장 등을 지낸 정형근 후보와 수협 회장 및 당 정책위의장을 지낸 이방호 후보는 PK(부산·경남) 지분을 내세우며 당권에 도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