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엔 반신반의했던 농민에게서 6년째 되던 해 `고맙습니다. 너무 큰 신세를 졌습니다'란 전화가 왔습니다. 그때의 뭉클했던 기분을 아직도 잊을 수가 없습니다.”
서해 최북단 백령도. 보리와 콩, 고구마 등이 전부였던 백령도에서 지금은 인삼이란 보배가 무럭무럭 자라고 있다. 주위의 우려를 뒤로 한 채 인삼재배에 성공한 인천 옹진군 농업기술센터 황선복(53) 기술보급과장. 그는 낙후한 농촌이란 오명을 벗겨내고, 백령도에 희망을 심었다.
황 과장은 “군민의 3분의 1 이상이 농민이지만 얼마전까지 옹진군의 농촌은 전국에서 가장 낙후했었다”며 “어떤 작물로 소득을 올려야 할까 고민하다 1996년 때마침 전매가 폐지된 인삼을 선택했다”고 말했다. 가격하락이 거의 없고, 세계시장에서 통하는 우리나라 특산품인 인삼. 당시 황 과장은 인삼이 섬 주민들에게 희망을 줄 것이라 확신했다.
도전 초기 문제는 여러 곳에서 불거졌다. 실패하면 공무원을 그만두겠다는 약속을 하고 어렵게 백령도 3개 농가와 연평도 1개 농가를 설득, 1998년 인삼재배를 시작했다. 인삼공사와 수매계약을 맺은 건 전량 6년근. 황 과장이나 농민이나 피를 말리는 6년이 지나갔다.
지난 2003년 그의 확신대로 인삼은 대박을 터뜨렸다. 첫해 수확에서 4농가가 모두 1억원 이상 소득을 올렸고, 그중 한 농가는 2억원을 넘겼다. 재배면적은 좁지만 백령도의 평당 생산량은 전국 평균 1.8㎏을 훌쩍 뛰어넘는 2.96㎏이나 됐다.
황 과장은 “같은 양의 인삼을 홍삼으로 가공할 때 나오는 1등급(천삼) 비율도 백령도 인삼이 전국 최고”라며 “여름에도 시원한 날씨와 해풍, 오염되지 않은 토양, 그리고 도둑이 없다는 게 백령도의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섬에 인삼을 보급한 공로로 황 과장은 지난해 12월 근정포장을 수상했다. 아직도 쑥스러운 듯 그는 “직원들이 받아야 할 것을 대신받은 것 뿐”이라며 “최선을 다해 준 직원들과 농민들께 감사한다”고 겸손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