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11일 한나라당 전당대회는 마치 대선 후보들의 경선처럼 후끈 달아올랐다. 불꽃튀는 경쟁 그 자체였다.
경선 운동기간동안 여론조사에서 1위를 차지한 친 이명박계의 이재오 후보의 승리가 예상됐지만 박근혜 전 대표의 지지를 받은 강재섭 후보가 근소한 표 차로 당 대표에 선출되면서 한편의 대권 드라마를 연출했다. 당 대표를 선출하는 경선이었지만 실상은 `박-이대리전' (박근혜-이명박) 성격을 띠면서 권력의 암투가 벌여졌다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개표 결과 두 사람은 여론조사에서는 이재오 후보가 월등히 앞섰지만 직전 당 대표의 막강한 지원을 업은 강재섭 후보는 현장 투표에서 이겨 승리의 잔을 들었다. 2년3개월간 당을 이끈 박 전대표의 `신승'으로 해석할만한 결과이다.
이에따라 `박-이' 대리전을 방불케 한 이번 경선은 내년 6월에 있을 대권 후보 경선에 앞서 예비경선으로 보는 시각도 없지 않았다. 물론 현재까지 두 대권주자가 전당대회에 개입해 특정 주자를 지원하고 있다는 `증거'는 없다.
그러나 유승민 의원 등 친박(친 박근혜) 인사들이 이 전 시장측이 이재오 후보를 적극 지원하며 전대에 개입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박 전 대표의 비서실장 출신의 유승민 의원은 “박 전 대표는 이번 전대에서는 엄정 중립을 지키겠다는 입장이었지만 이 전 시장의 개입에 대해 여러 채널로 보고받고 화를 냈고 지난 주 후반에는 마음이 격해지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이후 친박 인사 10여명이 지난 6일 긴급회동을 갖고 이 전 시장의 이재오 후보 지원에 대항해 강재섭 후보를 적극 지원하기로 한 것도 이런 `주문'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이에대해 친박 진영으로부터 이번 전대에 개입했다는 비판을 받고있는 이 전 시장측은 대리전 논란을 공식 부인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 경선 합동연설회장에 이 전시장의 측근들이 대거 동원된 것을 부인할 수 만은 없는게 당 안팎에 깔려 있는 지배적인 시각이다.
결과는 예견된 강 후보에게 돌아갔지만 1~2위 득표율을 보면 앞으로 있을 빅매치에 대한 관심도를 느낄 수 있다.
두 후보의 득표율은 강재섭 후보가 24.9%, 이재오 후보는 22.7%로, 2.2%P의 차이에 불과했다.
그래서 두 사람의 경쟁은 지금부터 시작이라는 해석이다.
우선 강 대표는 차기 대선후보 경선의 공정한 관리와 당내 통합이라는 막중한 과제를 안고 출발선에 섰지만 `이명박계'의 견제에 부담을 느끼지 않을 수 없는 처지에 놓였다.
대권의 꿈을 접고 당권을 선택한 강 대표의 `지상명제'는 당내 대선후보 경선을 공정관리하는 것이라는데 이견이 없지만 당내에서는 강 대표가 경선 승리를 따내는 과정에서 `친박 진영'의 지원사격을 받았다는 지적이 적지않게 나오고 있다는 점에서 강 대표는 공정성 논란에 휘말릴 소지가 많기 때문이다.
그러나 박 전대표는 일단 `포스트 박'에 자신과 정치 기반이 같은 강 대표를 배출해 냄으로써 당내 지분을 더욱 강화할 수 있게됐다. 2년3개월간 탄탄하게 짜놓은 조직력을 더욱 공고히하고 그 토대 위에서 `범박'의 대오를 갖추고 대세 선점에 나서겠다는 전략이다.
따라서 박 전대표계는 조만간 추진될 당직 개편과 당세 확장에 강 대표와 공동보조를 맞춰 외연을 넓혀나간다는 전략을 구사할 것으로 예측된다.
이에반해 `이명박계'는 이번 경선에서의 패배를 바탕으로 조직을 재정비하고 새로운 변화를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물론 이번 경선에서 직전 대표의 영향력이 반영됐지만 대통령 후보 경선까지는 1년이라는 긴 시간이 있기 때문에 얼마든지 `반전'의 기회는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 전시장측은 특히 이번 경선에서 당권을 잡지는 못했지만 `이명박=이재오'라는 확실한 카테고리를 형성, `반박' 구도를 만들었다는 점을 정치적 소득으로 자평한다. 이에따라 이 전시장측은 2위로 최고위원에 선출된 이 최고위원을 전면에 내세워 강 대표가 공약한 각계 전문가 100명으로 구성된 `국민참여경선관리위' 설치를 우선 요구하는 등 외연 확대에 주력할 방침이다. 또 대표가 권한을 행사하는 주요 임명직 당직에도 당 대권주자들간 `견제와 균형'을 요구, 보다 강력한 반박 드라이브를 걸 태세이다.
이같은 `빅 2'의 경쟁 구도속에 손학규 전 경기지사의 역할도 관심이다. 손 전지사는 이번 경선 세 싸움에서 두드러진 전력을 선보이지는 못했다. 하지만 `이명박계'를 견제하면서 민심 대장정을 통한 바닥 지지율 끌어올리기에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이번 경선에서 `손학규 사단'은 중립을 표방하면서 한발짝 물러서 있는 모양새를 보였다. 두 진영의 과열 경쟁에 따른 반사이익을 노리며 때를 기다리겠다는 포석인 셈이다. 손 전 지사는 그러나 당의 새로운 지도부 구성에 자파 소속 의원들을 배치하는 방안도 전략적으로 검토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