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서부대개발구의 핵심도시라는 우루무치가 재래시장만으로 설명이 되랴. 이제 본격적으로 우루무치의 `새모습'을 찾아나서기로 했다. 호텔에서 바라본 30~40층 높이의 건물들보다 우선 공장들을 보고 싶어 가이드와 인민정부 관계자를 재촉해 가까운 경제기술개발구로 향했다.


 먼저 들른 곳은 커다란 석재공장. 중국 건축물에 많이 쓰이는 대리석 계통의 석재들을 가공하는 곳이다. 입구의 아담한 전시장을 지나 공장으로 들어가는 쪽 문을 나서니 눈앞에 넙적하게 절단해 놓은 석재들 수천개가 줄지어 기다리고 있다. 공장 안에서는 커다란 기계들 앞에서 석재를 다듬고 가는 등 모양을 내는 작업이 한창이다. 이곳에서 만들어진 석재들이 우루무치에서 하루가 다르게 치솟아 오르는 거대한 마천루들의 벽면과 바닥을 장식한다고 한다.


 두번째로 방문한 곳은 건축물에 쓰이는 철제 패널을 비롯해 각종 장식자재를 만드는 공장. 자동화된 기계들이 코팅된 철판들을 연거푸 밀어내고 있다. 널찍한 공장 안에서 일하는 직원들의 수는 20여명 남짓. 대부분 기계가 돌아가는 모습을 지켜보거나 완성된 제품을 들어내는 비교적 편안한 일을 하고 있다.
 “여기는 대부분의 일을 기계가 합니다. 사람이 일일이 나르고 두드리고 펴던 시대는 이미 끝났지요. 품질도 굉장히 좋아졌고 불량도 거의 없습니다.”
 공장 관계자가 자랑하듯이 이야기를 풀어낸다. 경제기술개발구에는 이런 현대식 공장들이 속속 들어서고 있다고 한다.


 공장 앞에서 주변을 둘러보다 보니 맞은편에 `SK Mobile'이 새겨진 사각형 공장이 서있다. 반가움에 한번더 공장 주변을 살펴본다. 지금 있는 공장 옆으로 널찍하게 공장터를 확보해 놓았다. 지금이라도 공장이 뚝딱거리며 세워질 것 같다. 가이드는 우루무치를 포함해 이곳 신장위구르자치구에 SK와 한화, 대우 등 13개의 한국 대기업이 진출해 있다고 입에 침을 발라가며 설명한다. 그리고 이어지는 가이드의 설명.
 “사실 신장자치구의 보이지 않는 힘은 엄청난 자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석유와 천연가스, 석탄 그리고 금과 옥 같은 광물자원이 거의 무진장하게 묻혀있는데요. 석유의 매장량은 중국 전체의 30%나 되고, 천연가스도 중국의 3분의 1이 이곳에서 납니다. 또 농작물도 품질 좋은 것들이 수천가지나 나오고요. 과일과 천연약재는 중국에서도 으뜸입니다.”


 자랑을 듣고 있자니 은근히 샘(?)이 난다. 그래서 가이드를 재촉해 다른 개발구로 발길을 돌렸다.
 역시 도심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또다른 개발구는 엉뚱하게도 공장이 아니라 커다란 상가들이 몰려있는 곳이었다. 현관의 안내판을 보니 `미거 물류원(美居 物流圓)'이다. 그러니까 `주거와 관련된 제품이 거래되는 물류센터' 쯤 되는 곳이다. 규모는 우리나라 용산전자상가 정도다. 둘러보니 온갖 가구며 가전제품, 욕실용품 등을 취급하는 상가가 빼곡하게 들어차 있다. 상가에 전시된 물품들은 상당수가 중국산이 아닌 일본이나 미국, 한국 등에서 수입된 제품들이다. 겉보기에는 손님도 별로 없는 평범한 상가단지처럼 보였다.
 `겨우 상가들을 개발구라고 보여주나…'하는 생각이 들때쯤 개발구의 주임이 설명을 쏟아낸다.


 “이곳은 중앙아시아 8개국과의 교역에서 보이지 않는 기지 역할을 하는 곳입니다. 이미 이곳을 통해 한해 수천억원의 물품이 거래되고 있습니다. 앞으로 이곳은 매년 교역규모를 늘려나가면서 중국과 중앙아시아를 잇는 국제 물류센터의 한 곳이 될 것이고, 이곳 우루무치 일대에는 세계적인 물류기지가 건설될 것입니다.”
 개발구 주임의 설명대로라면 결국 이곳은 내수판매를 위한 점포가 아니라 전시와 상담을 하는 전진기지를 세워놓은 셈이다. 개발구가 도시 외곽에 있지 않고 공항이나 도심과 가까운 곳에 자리해 있는 이유도 금방 이해가 됐다.


 이제 마지막으로 우루무치시 외곽을 둘러보기로 했다. 외곽을 향해 난 도로는 대부분 왕복 4차선의 널찍한 고속도로다. 투르판 방향으로 20분쯤 달렸을까. 눈앞에 난데없는 풍력발전단지가 등장한다. 거대한 발전기만 수백개다. 늘어선 거리만도 10㎞라고 하는데, 실제 눈으로 보기에도 몇 ㎞는 됨직하다. 천산산맥의 틈으로 빠져나온 바람을 발전에 활용하기 위해 만들어진 곳이라고 한다.
 이제 투르판으로 뻗은 길은 광활한 초원지대로 이어진다. 가끔 사막같은 황량한 벌판이 등장하기도 했다. 천산산맥을 넘어서자 벌판은 더 거칠어졌다. 일년내내 비 한방울 구경하기 힘들다는 사막지대가 눈앞을 가로막는다. 하지만 길은 그 사막을 뚫고 끝없이 이어져 있다. 그곳 너머로 인도와 파키스탄, 그리고 카자흐스탄과 러시아, 몽고 등 중앙아시아 곳곳이 혈관처럼 이어져 있으리라. 우루무치인들의 꿈은 그렇게 옛 실크로드를 타고 영광을 재현해내며 세계로 뻗어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