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히 안지워지면 문신, 3년뒤 지워지면 화장?'
수원시 팔달구의 한 오피스텔에 차려진 어느 메이크업 학원. 겉모습은 영락없는 가정집이지만 문을 열고 들어서자 색다른 풍경이 펼쳐졌다. 거실벽면엔 출처를 알 수 없는 `세미퍼머넌트(반영구)메이크업협회' 학위증이 걸려 있었고 그 옆엔 철인 하나 없이 대표자 사인만이 덜렁 있는 학회 수료증이 걸려 있었다.
L(35·여)원장은 “나는 외국에서도 기술을 배웠고 국내 `세미퍼머넌트 메이크업협회'에 정식으로 등록돼 있다”며 “아직은 세미퍼머넌트가 완전한 합법이 아닐 뿐 사회적으론 인정하고 있으며 곧 있으면 합법화 될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거실 안쪽에는 10여명을 앉혀놓고 수업할 수 있는 책걸상과 화이트보드판이 놓여 있었고 한쪽 방엔 침대 세개가 `ㄷ'자 모양으로 배치됐고 실습실 안쪽 쓰레기통엔 색소를 닦은 화장지와 시술에 사용된 주사바늘이 지저분하게 뒤엉켜 있었다.
L원장은 두 개의 방 중 한곳은 자신의 집무실이자 사무실, 또 하나는 실습실이며 수강생들은 강의실에서 이론수업(?)을 받고 실습실에서 동료 수강생을 상대로 서로 실습을 한다고 설명했다. L원장은 “반영구 메이크업은 기존의 문신과 달리 표피에만 천연색소를 넣어 3~5년이면 모두 없어지기 때문에 불법이 아니다”며 “시간이 조금 길어서 그렇지 결국엔 지워지니까 `화장'이고, 화장이 불법일 리는 없지 않느냐”고 강변했다.
하지만 최근 반영구 메이크업 시술자들은 버젓이 생활정보지에 광고까지 해가며 수강생을 모아 도제형식으로 무면허 시술자를 양산하고 있었다. 반영구 메이크업 시술이 불법인지 모르고 찾아왔다는 수강생 A(38·여)씨는 “몇번이고 불법이냐고 물어봤는데 그때마다 원장은 불법이 아니라고 말해 왔다”며 “썼던 바늘을 깨끗한 물에 담갔다가 소독절차 없이 다시 쓰라는 등 상식적으로 말이 안되는 것을 가르치는 걸 보고 인터넷에 찾아봤더니 불법이었다”고 말했다.
A씨는 동료 수강생 10여명과 수강료 150만원(2달 과정), 제품값(색소, 바늘 등 타투용품)으로 지불한 248만원을 환불해 달라고 했지만 L원장은 “강의과정이 다 끝나 기술을 모두 전수해줬는데 이제와서 돈을 돌려달라는 것은 말이 안된다”고 항변했다.
현재 L원장이 2년여전부터 수원지역에서 배출한 무면허 시술자만 50여명에 달하며 5년 경력동안 배출한 `제자'의 수는 훨씬 더 많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밖에도 팔달구 인계동 W메이크업, 장안구 조원동 H메이크업 학원 등 반영구 메이크업 학원들이 음성적으로 운영되면서 주부들을 무면허 시술자로 만들어 배출하고 있었다.
H메이크업 학원 K원장은 “사실 반영구 메이크업 시술이 불법이란 건 누구나 알고 있는 것 아니냐”며 “숨어서 하는 일인 만큼 돈벌이는 잘 돼 최근 수강생들이 늘어나는 추세”라고 말했다.
반영구 메이크업 학원들이 피부에 대한 제대로된 지식없이 손의 감각에만 의존해 기술을 `전수'하다보니 수강생간 실습에서 일어나는 피부 부작용만도 심각한 수준이다.
수강생 B(38·여)씨는 “반영구 아이라인 때문에 눈에 통증을 느껴 병원에 갔더니 눈동자가 부식된 것처럼 짓물렀다는 소견을 들었다”며 “발등에 새긴 패션타투에는 진물이 나는 등 부작용으로 고생하고 있다”고 전했다.
영통 강한피부과의원 신영익 원장은 “이같은 무면허 의료행위는 피부조직을 미세하게 파괴할 수 있기 때문에 세균·바이러스에 의한 감염이나 에이즈 등의 질병 전염에 노출돼 있다”며 “특히 1회용으로 사용해야 할 주사바늘도 제대로된 소독을 거치지 않고 재사용된다면 위생상태가 위험한 수준이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L메이크업 학원 수강생 A씨 등 10여명은 현재 관할 경찰서에 L원장에 대한 고소장을 제출한 상태다. /최해민기자·goals@kyeongin.com
타판-반영구화장 르뽀
입력 2006-07-29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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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7-29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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