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정치화제는 김병준 교육부총리 논문 파동이었습니다. 김 부총리는 노무현 대통령의 복심이자 참여정부 개혁의 핵심 실세였습니다. 대학교수 시절부터 노 대통령과 인연을 맺어, 노 대통령을 권력의 정점에 세우고, 노 대통령의 개혁권력을 배경으로 오랜 세월 흉중에 품었던 사회개혁의 포부를 거침없이 펼쳐왔지요. 지방분권, 행정도시, 부동산정책 등 참여정부의 주요 개혁을 디자인한 장본인입니다. “헌법처럼 바꾸기 힘든 제도를 만들겠다.” “세금폭탄이라고 하는데 아직 멀었다.” 부동산 보유세 강화에 반발하는 시장을 향해 퍼부은 `독설'은, 지금 생각해도 서늘합니다. 그랬던 그가 논문 중복게재, 표절 시비에 휘말려 사표를 냈으니, 참여정부의 근간이 흔들리고 있습니다. 개혁의 귀결로는 너무 허무한 장면입니다.

그러나 `김병준 파동'은 참여정부의 도덕적 기반인 `자기 결백'의 한계 뿐 아니라, 바닥 수준인 제1야당 한나라당의 무능지수를 적나라하게 드러냈습니다. 한나라당은 불과 보름 쯤 전인 7월18일 인사청문회에서 김 부총리를 닦달했습니다. 정치공세였지요. “부동산 정책을 엉망으로 만든 사람이 어떻게 교육부총리를 하느냐”는 것이 공세의 골자였습니다. 참여정부 부동산 정책이 엉망인지는 국민마다 생각이 다릅니다. 설사 부동산 정책이 엉망이라 쳐도, 그것이 교육부총리로서의 능력과 자질을 검증하는 기준과 무슨 상관이 있겠습니까. 요컨대 한나라당은 검증 기준과 논리도 없이 정치공세에만 집착하다 부적격자를 교육부총리에 앉힌 셈입니다.

유력한 수권정당의 수준이 이 정도라면 문제입니다. 국민은 물론 경쟁정당까지 설득할 정책논리와 비전, 그리고 높은 도덕성으로 국민의 통치권 위임에 대비해야 하는 것이 모든 야당, 특히 제1야당이 갖추어야 할 자세일겁니다. 한나라당이 이런 수권정당의 기준들에 하나라도 들어맞는 정치행위를 한 기억이 없습니다. 이런 한나라당이 정부, 여당의 정책실패와 무능, 무기력에 기생해 선거마다 연전연승해 기고만장이니 큰 일입니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무능한 정권 때문에 무능한 야당이 정권을 잡을까 걱정입니다. `무능의 악순환'이 끔찍해서 그렇습니다. 그래도 다음에는 야당을 쓰겠다 하시는 분은, 이제 채찍을 한나라당을 비롯한 다른 야당을 향해 휘둘러야 할 때 아닌가 합니다. <정치3부장 겸 tb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