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시 범 민주세력을 통합해 대선에서 승리하는 날이 온다. 그 중심에 민주당이 서겠다.”

민주당 한화갑 대표가 지난 5·31 지방선거에서 가는 곳마다 피를 토하듯 외친 단골 메뉴였다. 이때까지만도 한 대표의 주장은 `광야를 가로지르는 외로운 일성'정도로 여겨졌다. 그러나 민주당은 호남을 사수한데 이어, 7월 재·보선에서 조순형 전 대표를 서울 성북을에서 부활시켰다. `노무현 탄핵의 주역 조순형'은 당선됐고, 열린우리당 후보는 10% 득표에 실패했다. 선거 결과는 호남과 수도권 민심이 민주당을 선택한 것이다. 이로부터 민주당발 정계개편론은 무시할 수 없는 여권의 `상수'로 자리잡았다.

조 의원의 부활은 한 대표의 정치 생명에 활기를 불어넣었다. 반면, 노 대통령에겐 `부끄러운 하산길'을 예시하고 있다. `설마설마'하며 개표를 지켜본 열린우리당 수도권·호남권 출신 의원들은 “올 것이 오고야 말았다”는 한결같은 반응을 나타냈다. “지금부터 142석의 거대 여당은 12석의 미니 야당에게 눌려갈 수밖에 없다”는 불안감이 현실화된 것. 이튿날 한 대표는 당사를 방문한 조 의원에게 맞절을 올린뒤 “범민주세력의 통합을 추진하겠다”고 기염을 토했다.

민주당과 한 대표가 이토록 자신만만한데는 믿는 구석이 있다는 게 정치권 안팎의 분석이다. 그 배경에는 2007년 대선 밑그림에 대한 단단한 확신감이 버티고 있다. 한 대표는 이미 고 건 전 총리 영입 방침을 누차 밝히고 있다. 12석에 불과하지만, 잠재적인 대권 후보를 확보하고 있는 셈이다. 또한 국민신당과의 연합 불씨도 `상수'로 살려두고 있다. 한 대표는 “국민의 마음은 이미 노무현 정권에게서 완전히 떠났다”면서 “열린우리당은 해체될 수밖에 없는 정당”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 “민주당을 깬 급진세력과는 손을 잡을 수 없다”는 한계도 명확히 했다.

민주당이 강해질수록 이상하리만치 열린우리당은 원심력이 확산되어가는 분위기다. 특히 서울과 호남출신 의원들은 눈에 띌 정도로 자신감을 잃어가는 모습이다. 민주당 유종필 대변인은 이에 대해, “내년 대선 일정에 이은, 명년 총선 일정의 함수를 찬찬히 들여다보면 그 해답이 있다”면서 “142석은 소멸하고, 12석은 143석으로 부활하는 잠재력을 가진 이유”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의 지지기반은 결국 호남과 범 온건 중도세력이다. 내년 대선에서 호남과 중도개혁세력을 모을 수 있는 후보를 가진 정당은 민주당 뿐이라는 것. 지역적으로는 호남과 충청권이 연합하고, 열린우리당은 자체 분열할 수밖에 없다는 것. 그러면서 내년초 친노세력을 제외한 열린우리당 중도세력과 민주당의 통합은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두가지의 상수가 민주당의 자신감을 더해주고 있다. 김대중 전 대통령(DJ)과 대선 4개월뒤 실시될 총선이다. 범민주통합세력은 향후 정계개편 과정에서 노대통령보다는 김대중 전대통령이 훨씬 비중있는 영향력을 발휘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내년 대선과 4개월뒤 총선의 `민심조정자'는 DJ라는 확신”이 있다. 김 전 대통령은 지난 4월 한나라당 박근혜 전대표의 병문안을 받고, 근대화 세력과 민주화 세력이 뭉쳐야 한다는 요지의 언급을 한 바 있다.

여야 대선 후보의 조합에 따라서는 대화합의 중도정치가 펼쳐질 수도 있다는 복선을 깔고 있다. 예를 들어 영남대통령-호남총리후보, 호남대권후보-영남총리론 등의 다양한 경우의 수가 나올 수 있다. 민주당 한 관계자는 야당과의 대선 시나리오가 어떻게 결말이 나든 상관이 없다고 한다. 여기에는 고건을 비롯한 여야의 잠룡들이 모두 포함될 수 있다는 것. 국민들은 이미 노 대통령과 열린우리당을 버렸고, 범 민주세력의 열망은 민주당 후보로 집중될 수 밖에 없는 환경과 시점이 조성됐다는 얘기다. 그리고 내년 대선에서의 승패와 상관없이 그 이후 4월 총선으로 직행, 민주당이 최소한 제 1야당으로 복원된다는 청사진을 그려놓고 있다.

/박춘대기자·pcd@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