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화성 용주사 '한국어학교'
"어눌해도 상관없습니다. 한글 삼매경에 빠져보세요.”

화성 송산동의 용주사. 절에서 목탁소리가 들려오는 것이 정상이건만, 대신 낭랑한 한글읽기 소리가 요즘 더 크게 들려온다. 바로 용주사에서 외국인 노동자와 이주 여성을 위한 무료 한글교육이 열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 `외국인을 위한 한국어학교'를 열고 기획한 장본인은 바로 스님이다. 용주사 포교국장으로 일하고 있는 덕본(34)스님. 지난 7월 9일 개강식을 효행교육관에서 봉행한 후 매주 일요일 오전 10시부터 한시간동안 자원봉사자 11명과 함께 외국인노동자와 이주여성들에게 한글과 우리 문화 전파에 열심이다.

사실 노동력이 절실한 우리 중소기업체에서 이들 외국인 노동자들은 없어서는 안될 정말 소중한 존재. 하지만 문맹이나 다름없는 이들의 한국 생활은 난관에 부딪히기 일쑤다. 이주여성들도 마찬가지다. 그녀들뿐 아니라 그들의 아들·딸은 바로 우리 한국 땅에서 살아가야할 우리 국민이다. 하지만 그 아이들을 키우고 보살피고 교육시켜야 할 `어머니'들이 한글을 모르면 그 자녀들도 한글 습득에 어려움을 겪게될 것은 자명한 이치. 우리 안에 들어온 이 `외국인'들의 한글교육이 무엇보다 우선시되어야 할 이유다.

덕본 스님도 이에 동의한다. “화성시 전체에 약 2만명의 외국인 노동자와 이주여성이 있다고 합니다. 이 모든 분들이 우리가 껴안아야할 우리 이웃이죠. 그들에게 우리 문화에 대한 인식의 지평을 넓혀주기 위해서는 한글교육이 제일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이는 또 안정적인 한국 생활을 할 수 있도록 해주기도 하죠.”

덕본 스님은 용주사의 사회적 역할에도 주목했다. 경기도의 대표적인 사찰인 용주사에서 한글 교육을 통해 외국인 근로자와 이주여성에게 안식처가 되어주길 요청하는 여론에 귀를 기울인 셈.

“용주사는 대한불교조계종 제2교구 본사입니다. 대 사회적 역할을 담당할 위치에 있는거죠. 사회와의 접촉을 멀리하곤 했던 사찰들도 이제는 변화되어야 할 시기에 왔다고 봅니다. `찾아가는 사찰, 이웃과 함께하는 불교'로 스스로 사찰의 위상을 정립하고 사회적 소임을 다할 때입니다. 우리 용주사도 그런 역할을 할 수 있는 한국어학교를 열 수 있게 되어 참 기쁩니다.”

12월 31일까지 열리는 이번 한글학교에 현재 23명이 접수했다. 그 중에는 아이를 안은채 분유를 먹이면서 한글을 배우는 여성이 있는가 하면 한국에 온지 한달밖에 안돼 의사 소통이 전혀 불가능한 근로자도 있다.

하지만 한글을 마스터하겠다는 의지로 눈망울은 모두 초롱초롱하다. 강사와 교재도 모두 `수준급'이다. 서울대에서 한국어지도자 과정을 밟고 있는 강사가 있는가 하면 대학생, 시청 공무원, 학원강사, 교사 등 다양한 직업의 강사들이 자신만의 `노하우'로 체계적으로 가르친다.

덕본 스님은 앞으로는 이들에게 한글교육뿐 아니라 한국에 살아가는 만큼 필수적인 우리의 전통문화도 가르칠 예정이다. “인사하는 방법 등 한국 고유의 예절 뿐만 아니라 다도 등 전통문화도 교육할 생각입니다. 인근 사찰 답사 및 성보박물관 탐방 등도 계획하고 있죠. 그리운 고국을 떠나 고생하는 이주여성과 근로자들을 따뜻한 자비심으로 끌어안고 이들이 안정적인 한국생활을 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예정입니다. 연말까지 계속 접수를 받으니 많이 와주세요.” 문의:(031)234-00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