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자는 인간의 숨결을 기록할 수 있는 도구다. 인류의 역사는 문자살이가 있었느냐, 없었느냐에 따라 선사시대와 역사시대로 구분할 정도로 문자와 언어의 역할은 인류문화에 있어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한다. 지구상에는 3천개 정도의 서로 다른 언어와 체계를 갖춘 100개의 언어가 있다고 한다. 그 중에서도 세종대왕이 만든 한글은 불과 500여년에 불과하지만, 그 우수성은 5천년 역사의 그 어느 문자보다 인정받는다. 세계 고대문자들과의 비교취재를 통해 한글의 우수성과 세계화의 과제, 그리고 각 민족들의 문화적 능력들을 검증해 본다.〈편집자 주〉


 ①. 인간역사의 궤적, 문자 그리고 한글
 2. 이집트의 상형문자
 3. 메소포타미아 설형문자
 4. 부활한 히브리 문자
 5. 과학과 휴머니즘의 조화-한글
 6. 한글, 세계화로 가는 길


 말은 숨결의 강이다. 입과 목의 부드러운 살결과 발성구조에 의해 `쉿' 소리와 `윙윙' 소리로 굽이친다. 그런 인간의 숨결을 기록할 수 있는 도구가 바로 문자(文字)다. 인간의 역사는 문자의 창제와 더불어 시작된다. 육체적으로 나약했던 인간은 이 세계에서 강자로 살아남기 위해, 숱하게 역경을 헤쳐왔다. 그로부터 나온 지혜의 궤적이 지문처럼 묻어나는 것이 인간의 ‘글’이며 그 바탕이 됐던 것이 바로 문자다.
 인간은 언어를 통하여 사회생활을 영위한다. 그런데 언어로서의 음성은 대화 당시에만 의사소통이 가능하며 자신과 가까운 거리에 한해서 의사가 전달될 뿐이다. 고대인이 의사전달 수단과 후세에 남길 교훈, 그리고 메모해둘 필요를 느꼈을 때 각각 다양한 방법으로 그림이나 표식 따위를 사용했을 것으로 추측된다. 문자 탄생의 필요성이 바로 여기에 있었다.

 2천년전 지구상의 여러 지역에는 다양한 문자가 존재했다. 그렇지만 모든 지역에 문자가 있었던 것은 결코 아니다. 문자는 기록이라는 수단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손쉽게 기록할 수 있어야 한다. 따라서 기록하기에 편리하고 더욱이 그 기록을 이용하는 언어와 잘 어울리는 문자는 살아남지만 그렇지 못한 것은 점차 소멸되어간다. 언어학자들은 오늘날 전 세계적으로 3천여 개의 서로 다른 언어가 있다고 보고하지만 이들 중 겨우 100여개 정도의 언어가 문자체계를 갖추고 있을 뿐이다.

▲ 한글은 탄생 기록을 갖고 있는 유일한 문자이자, 세계적으로 가장 우수성을 갖춘 글자다(사진은 세종대왕이 1443년 창제한 훈민정음의 언해본).
 그러나 문자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라도 다 공통적인 행복을 누리고 있는 것은 아니다. 왜냐하면 행복의 지수와 각자가 가지고 있는 문자의 과학성과 체계성은 긴밀한 함수관계가 있기 때문이다. 문자란 민족문화를 창달시키고 발전시키는 가장 근본적인 도구라는 점에서, 이것이 비과학적이고 복잡하다면 그만큼 자기발전에 많은 지장을 초래하게 되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한글의 우수성은 누차 강조돼 왔다. 또 세계의 거의 모든 문자는 오랜 세월에 걸쳐 누가 만들었는지도 모르게 조금씩 변화하여 오늘의 모습을 갖추게 됐던 반면, 한글은 탄생 기록을 가지고 있는 유일한 문자다. 이는 앞에서 말한 ‘문자는 인류의 지적 성취’라는 특징을 제일 뚜렷하게 증명해주는 문자가 한글임을 증명하는 셈이다.

 오늘날 우리 민족이 다른 지역의 사람들보다 빠른 성장을 누릴 수 있는 것도, 한글이라는 훌륭한 문자를 바탕으로 한 정보전달의 정확성과 신속성에 의해 큰 도움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사실은 역사적 사실에서도 잘 볼 수 있다. 그리스, 로마문화를 성장시킨 라틴어의 우수성과 이로부터 파생된 유럽 각국의 언어는 오늘날 선진국가로서의 면모를 갖게 하는 데 큰 공헌을 했다. 중국을 중심으로 한 동아시아 한자문화권의 도약도 바로 이러한 문자의 발달에 기인하고 있음은 이미 주지의 사실이다.

 그러나 그중에서도 우리 한글이 가지고 있는 독특함은 앞으로의 정보화시대에서 더욱더 두각을 나타낼 것이다. 바로 이러한 한글의 특성을 가장 명확하게 알려주고 앞으로의 정보사회에서 얼마나 요긴하게 쓰일 수 있는지를, 한 시대를 풍미했던 문자의 생성과 소멸을 통해 살펴볼 예정이다. 이를 통해 우리는 ‘국보 제1호급’ 한글이 앞으로의 시대에 대처할 수 있는 충분한 잠재력이 있다는 자신감을 느끼게 될 것이다. 또한 표음문자인 한글이 다가올 음성인식시대에 가장 적합한 문자임을, 그리고 성공적으로 한글이 세계적인 표준문자가 되기 위해 수행돼야할 과제들도 제시할 예정이다.


〈지역신문발전위원회 지원취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