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처서를 앞두고 열대야도 한풀 꺾이면서 여름이 지고 있다. 이맘때면 가을을 재촉하는 바람과 함께 얼굴을 내미는 여름 꽃이 있다. 시흥 관곡지에서 순백의 꽃봉오리를 피워 올리는 연꽃과 함께 갯골생태공원에서 염전체험도 즐겨보자.
시흥 연꽃테마파크(관곡지)와 갯골생태공원은 수도권에서 보기 드문 생태의 보고 연꽃과 갯벌을 동시에 만날 수 있는 곳이다.
수렁 속에서도 티끌 하나 없이 피어나는 연꽃은 불가에서는 깨달음을 얻은 부처, 빛과 극락정토를 상징한다. 한편 우리 조상들은 단아한 연꽃을 구경하며 마음을 씻는다 하여 연꽃놀이를 세심(洗心)이라 불렀다. 무더운 여름을 보내는 시점에서 연꽃 나들이에 마음이 끌리는 대목이다.
7~8월에 꽃을 피우는 연꽃은 아산 인취사와 전주 덕진공원, 무안 회산 백련지가 대표적인 명소로 손꼽힌다. 하지만 시흥 관곡지 일대에 3만평 규모로 조성된 연꽃테마파크는 수도권 일대에서 새롭게 부각되는 연꽃 명소로 입소문이 나고 있다.
이곳은 3만평 규모의 연못에서 백련과 화련을 비롯해 10여 종의 연꽃을 한꺼번에 볼 수 있는 점도 장점이다. 희귀한 연꽃인 백련은 오전 11시 경에 호박잎만 한 꽃송이를 활짝 피우고, 오후 2시를 넘기면 봉오리를 오므린다. 또한 가시연은 잎, 줄기, 꽃 등 전체가 가시투성이지만 삐쭉한 연꽃이 연분홍으로 활짝 피어 있어 보는 이의 눈을 즐겁게 한다. 어리연과 외개연은 연못을 녹음으로 물들인 연잎 속에 하얀 꽃이 단아하게 솟구쳐 신비스러운 연꽃 세상을 연출한다.
진흙탕을 뚫고 하늘을 향해 얼굴을 내민 연꽃의 자태는 초롱초롱한 어린아이의 눈망울처럼 맑고 환하다. 후각 또한 즐겁다. 아침 안개가 자욱한 시간엔 밤새 머금은 연꽃의 은은한 향을 가슴 가득 담을 수 있다. 또한 활짝 핀 연꽃 옆에는 먼저 떨어진 꽃이 남긴 벌집 모양의 연밥이 솟아 있는데 이 또한 볼거리. 주먹만한 크기의 연밥 안에는 타원형 씨가 있어 10월 경에 무르익는다. 연밥을 보고 있자니 어린 시절 고소한 연밥을 따먹기 위해 저수지 주변을 헤매던 기억이 아련하게 떠오른다.
시흥 관곡지는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것과 달리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다. 우리나라 최초의 연꽃 재배지로 조선 전기의 농학자로 알려진 강희맹 선생이 명나라에 다녀올 때 남경에 있는 전당지에서 연씨를 가지고 들어와 시흥시 하중동 관곡지에서 연 재배를 시작하여 점차 퍼지게 된 것이다. 이 연못은 옛 지명과 연계하여 관곡지로 불리고 현재 안동 권씨 종택 내에 연못으로 관리되고 있다.
연꽃테마파크에서 연꽃의 향연에 취했다면 발걸음을 갯골생태공원으로 옮겨보자. 시흥시는 최근 쓰레기 매립장을 생태공원으로 복원하고 지난 11~15일 갯골축제를 개최하기도 했다.
잠시 휴식을 취한 뒤 나무 계단을 따라 갯벌로 내려가 보자. 갯골을 따라 나무 계단이 100m 정도 이어지고 군데군데 오두막이 제법 운치 있다. 갯골은 방게, 말뚝망둥어 등 갯벌 생태를 직접 찾아보며 공부하는 것도 색다른 즐거움이다. 여름방학을 이용해 아이들과 함께 생태체험을 나서기도 좋다.
한편 연꽃을 제대로 감상하려면 아침 일찍 나서는 게 좋다. 연꽃은 오전 9시경에 활짝 피었다가 오후 2시를 넘기면 봉오리가 오므라든다. 또한 아침 안개가 스멀거릴 때 찾아가면 몽환적인 풍경도 만날 수 있다. 어린 아이가 있는 가족이라면 여름방학을 의미있게 마무리 할 수 있고 연인들이라면 화려하다 못해 빼어난 자태를 뽐내는 연꽃의 향연에 흠뻑 취할 수 있는 여행이 될 것이다.
◇여행수첩
가는 길=시흥시 관곡지로 가는 길은 외곽순환고속도로를 이용하는 것이 가장 빠르다. 목감IC로 빠져나와 시흥시청을 지나 직진하면 물왕저수지가 나온다. 수경주유소에서 우회전하면 관곡지 이정표가 나온다. 주차장이 없기 때문에 도로에 일렬주차를 한다. 대중교통 이용시 부천역, 소사역, 안산역에서 1번 버스를 타고 시흥시 하중동 동아아파트 앞에서 하차한다.
맛집=관곡지나 갯벌생태공원 주변에는 음식점이 드물다. 물왕저수지 인근에 있는 토담집(031-480-9918)은 시흥시 지정 모범음식점으로 우렁쌈밥이 대표메뉴. 우렁회와 뚝배기에 콩비지를 넣고 끓인 우렁무침 등을 각종 야채에 싸먹는 맛이 별미. 우렁쌈밥은 1인분에 8천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