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다면 진범은 누구일까?”
 지난해 2월1일 중앙과 지방 일부 신문에는 `미궁에 빠질뻔한 광주 음식점 주인 둔기 살해 사건의 범인이 부인의 신고로 사건 발생 8년만에 검찰에 붙잡혔다'는 기사가 대문짝만하게 실렸다.
 지난 96년 4월21일 새벽 1시께 광주시 오포읍 소재 Y가든에서 음식점 주인 김모(56)씨가 둔기로 머리를 맞아 숨진 사건이 발생했고 이 사건의 범인 김모(41)씨가 8년여만에 부인의 신고로 붙잡혔다는 보도였다.
 경찰은 김씨가 검거되기 전까지 수십명의 용의자를 불러 조사했지만 모두 허탕을 쳤다. 그동안 지문자동검색시스템을 통해 음식점에서 채취한 지문의 신원확인 작업을 벌이며 8년을 소비했다.

 그러던 중 김씨의 아내 황모(35)씨가 2004년 11월말 경찰에 자진 출두, 남편의 범행 사실을 신고해 사건이 마무리됐다. 황씨는 경찰에서 남편 김씨가 보험 일을 하며 알게된 음식점 주인 김씨와의 관계를 의심했고 김씨를 죽이겠다고 여러 차례 말한뒤 사건 당일 함께간 음식점에서 준비해간 둔기로 주인 김씨를 살해했다고 진술했다.
 황씨는 또 “친정 식구를 모두 죽이겠다는 협박때문에 그동안 두려움에 신고를 못했다”며 “지난 2003년 12월경 이웃 마을 이장을 유혹해 간통죄로 고소하고 합의금을 뜯어내자는 김씨의 강요를 견디다못해 가출했다”고 설명했다.

 이후 검찰은 경찰의 수사가 끝난뒤 재조사를 통해 김씨를 강도살인 혐의로 기소, 성남지원 1심 재판부에서 무기징역을 받아냈다.
 하지만 이 사건은 지난 4월 서울고법에서 무죄판결이 나왔고 지난달말 대법원도 검찰의 상고를 기각, 김씨의 무죄를 인정했다.
 `재판부는 왜 무죄를 선고했을까?'
 우선 고법은 김씨의 살해 동기를 찾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남편 김씨는 숨진 김씨를 전혀 알지 못하는데다 황씨의 진술과 달리 당시 음식점은 `한탕'을 할만큼 장사가 잘 되는 곳도 아니고 피고인 김씨도 경제적으로 범행을 저지를만큼 곤궁한 상태가 아니었다는 점을 지적했다.

 또 사건 당일 행적과 관련해서도 음식점에서 함께 식사를 했다는 황씨의 진술과 달리 황씨는 사건 현장에 있었던 점이 인정되지만 술잔이나 식기류 등 어느 곳에도 남편 김씨의 지문이 없었다는 점에 주목했다.
 황씨의 신고 동기에 대해서도 재판부는 의문을 표시했다.
 가출한 시점인 2003년 하반기부터 이모씨와 이성 관계를 맺어온데다 전남편과의 사이에서 낳은 딸(13)이 수감중인 김씨에게 보낸 편지 내용을 보면 김씨를 친부처럼 여기고 각별한 애정을 표시하고 있는 점에 비춰 김씨가 흉포했다는 황씨의 주장과도 크게 다르다고 밝혔다.

 여기에 황씨가 범행 사실을 처음 고백했다는 윤모씨의 경우 옛 직장 상사로 10년만에 우연히 길에서 만났는데 이런 윤씨에게 범행사실을 고백했다는 점도 수긍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특히 황씨가 1차 경찰 조사에서는 음식점에 예약전화를 했다는 공중전화부스 위치가 기억나지 않는다고 진술했다가 이후 시내버스 3번 종점에 있는 공중전화 부스라고 진술하는 등 황씨의 진술이 시간이 경과함에 따라 점점 자세해지고 구체적으로 변하고 있다며 이점에서도 진술에 신빙성을 부여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결국 재판부는 현장에 도착하기까지의 행적과 사건 현장의 정황 등에 대한 황씨의 진술은 일관성과 신빙성이 부족해 진술을 제외하고나면 이 부분 공소사실을 인정할만한 직접증거나 간접증거가 없다고 판결 이유를 밝혔다.
 “숨진 김씨를 알지도 못하며 죽인 적도 없다”면서 혐의를 강력히 부인했던 김씨는 그동안 9개월여의 옥살이를 해야 했다. 자칫 감옥에서 평생을 보낼뻔 했던 그는 “그동안의 기억을 모두 다 지우고 싶다”고 했다.
 김씨의 아픈 기억이 완전히 사라질지는 의문이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광주 음식점 주인 둔기살해 사건'의 범인은 잡히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