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과 부인, 그리고 애인 등의 벗은 사진, 속옷 사진을 모아놓은 인터넷 사이트가 경찰에 적발됐다. 적발된 사이트는 지난 2001년 만들어져 회원수가 무려 30만여명에 이르는 국내 최대 규모의 `페티시' (신체의 특정 부위에 성적 매력이나 쾌감을 느끼는 것) 사이트. `이쪽’ 분야에서는 네티즌들에게 꽤 이름난 사이트였지만 일반인들이 받아들이기에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사이트였다.


 ●대학생부터 교수까지=부인과 두 딸을 둔 대학 겸임교수 A(34)씨. A씨는 지난 2005년부터 최근까지 대학 강사인 부인 사진을 찍어 사이트에 올렸다. 얼굴을 가린채 찍은 누드사진도 있었고 옷을 입은 상태에서 특정부위만 강조한 사진도 있었다. 사진이 진짜임을 나타내려고 딸과 함께 찍은 사진도 올렸다. 이렇게 찍어 사이트에 올린 사진이 약 7천장. 사이트 회원들은 한 장에 50~~150원씩까지 주고 사진들을 다운받았다. 사진을 올린 A씨는 이 돈을 사이트 운영자와 나눠 가졌다.

 월 수입이 50만원도 채 안된 한 부부는 아기 분유값과 기저기값 등 생활비를 벌기위해 나체 사진을 올렸다. 이른바 생계형인 셈. 부인이나 여자 친구의 미모나 S라인 몸매를 자랑하려는 과시형 회원들도 있었다. 또 부부간 교환 성행위(스와핑)를 연상케하는 사진이나 여러 명의 여자와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는 등 변태형도 많았다.
 노출 사진을 올린 회원들의 직업중에는 무역회사 대표, 증권회사 간부, 대학생, 주부들도 있었다. 또 사진속에 등장하는 여성들도 대학생·주부는 물론이고 교사·공무원·간호사·학원강사 등 다양했다.


 ●도대체 뭐가 문제야?=서울지방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는 회원들이 제공한 음란 사진을 사이트에 올린 혐의(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로 운영자 B(32)씨 등 2명을 구속했다. 또 배우자를 비롯해 애인의 사진을 올린 혐의로 회원 41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은 이어 해당 사이트에 대해 정보통신윤리위원회에 폐쇄 조치를 요청했다. 그러나 이같은 경찰의 적발사실이 알려지자 해당 사이트의 일부 회원들은 노골적인 불만을 털어놓고 있다.

 한 이용자는 “도대체 한정적인 공간에서 영리를 목적으로 한 것도 아니고 사진을 공유한게 그리 잘못된 것인지, 참 황당하다”고 주장했다. 또다른 이용자는 “검찰에선 구속시키느니 사이트 폐쇄같은 얘기들이 나오고 있고 언론도 좋은 먹잇감 발견한듯 때려되고 있다”며 “성인 사이트중에 단연 최고이면서 매너있는 깨끗한 사이트라고 생각했는데 답답하고 안타깝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심지어 어떤 이용자는 “사이버 시위를 하거나 사이버수사대에 집단 항의전화를 하자”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 경찰 관계자는 “사이트 회원들은 처음엔 재미삼아 사진을 올린 경우가 대부분이었다”며 “댓글이 달리면서 회원들끼리 경쟁하게 되고 더 큰 성적 만족감을 얻기위해 집착하면서 결국 중독되게 된다”고 말했다.


 ●관음증과 노출증의 결합=페티시 사이트의 유행은 남의 것을 훔쳐보고 싶어하는 관음증과 노출증의 결합이 만들어낸 결과. 이번 사건은 일본 등 외국에서나 있었던 페티시 문화가 우리 사회 곳곳에 퍼져있음을 증명하고 있다. 사실 페티시 문화는 현대에 나타난 것이 아니다. 중국의 `전족’도 페티시의 일종이다. 굳이 표현한다면 `발 페티시’인 셈. 중세 중국의 여성들은 어려서부터 발을 천 등으로 묶어 더이상 자라지 않도록 했다. 이런 상태에서 나중에 성장하면 발 뒤꿈치는 휘어지고 발가락은 기형적으로 오그라들게 마련이다. 중국 남성들은 바로 이 발에 집착했던 것이다.

 이같은 페티시 문화는 개인주의가 유행하고 인터넷이 발달하면서 다양한 형태로 `발전’하고 있다. 이번에 적발된 사이트만해도 `본보기’일뿐 불법 사이트들의 경우 훨씬 `수위가 높은’ 음란사진들이 버젓이 게시되고 있는 실정이다. 경찰도 비슷한 사이트들이 더 있을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경찰은 “일반인들의 스스럼없이 배우자의 음란 사진을 버젓이 유포하는 것은 무너져가는 성 윤리의식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