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성남 모란장
6살때인 것으로 기억된다. 내가 모란장을 처음 갔던 때가 말이다. 성남에서 30년을 살아왔지만 그 이후 아직 한번도 제대로 모란장을 가보지 못했다.
이번 기회에 성남의 명소이자 명물인 `모란장'을 제대로 탐방하기로 하고 가을바람이 솔솔 불어 장보기 좋았던 지난 4일, 9월의 첫 장(場)을 찾았다. 참고로 모란장은 4일과 9일이 들어가는 날 장이 선다.
모란장을 찾은 시간은 낮 11시. 개장시간은 통상 상인들이 장사를 준비하는 아침 8시부터 시작되지만 보다 여유로운 장보기를 위해선 아침 9시 이후가 좋다는게 인근 주민들 설명이다. (파장은 오후 8시께)
모란장 뒤편에 위치한 공영주차장에 차를 대고 본격적인 장보기에 나섰다. 보통 성남대로변, 모란지하철역 5번 출구, 버스승강장과 연결된 곳을 시장 입구로 하지만 차를 가져간 탓에 입구 반대편부터 탐방을 시작했다.
시장에 들어서자마자 눈을 사로잡은 것은 각종 가금류들. 닭을 위주로 오골계, 토끼, 오리, 고양이, 흑염소 등 시골에서 흔히 볼수 있는 것들이 많았다. 쭉 길게 늘어선 매장이 30여곳은 족히 돼 보였다. 이와함께 애완견과 특수견, 잡견이 주로 거래되는 매장이 50여곳 정도 자리하고 있었다. 워낙 많은 동물들이 섞여 있다보니 특유의 냄새가 코를 자극했다. 개인적으로 비위가 약한 사람은 시장 입구부터 장을 보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냄새때문에 이곳을 그냥 지나칠순 없다. 모란장이 전국적으로 유명해진 이유중 하나가 바로 이들 매장에 있기 때문이다. 특히 각종 개들을 판매하는 곳은 해마다 복날이면 식용개 반대 시위자들이 몰려 캠페인을 벌여, 개고기 찬반 논쟁으로 여름을 달군다. 현재 모란장은 4, 9일외에 3일과 8일에는 주로 식용으로 쓰일 개와 가금류가 거래되는 도매장이 형성된다.
이들 매장을 뒤로 하고 나면 바로 보신탕, 소머리국, 순댓국 등 각종 해장 음식점을 접할수 있다. 메뉴에는 없는 스테미너 음식도 곳곳에서 만날수 있다. 대표적인 것이 온달걀. 부화직전 달걀을 삶아 판매하는데 기력에 좋다고 소문나 찾는 이들이 많다는게 식당종업원들의 얘기다.
이곳을 지나면 각종 채소류, 과일류가 가득한데 보통 10년 넘게 자리를 잡고 있는 노점상들이 많아 믿고 물건을 사는 소비자들이 많다. 특히 인근 광주, 여주, 이천 등에서 직접 재배한 것들이 많기 때문에 가격은 물론 신선도 또한 우수하다.
시장 입구에 다다르자 각종 화훼류를 판매하는 매장이 10여곳에 자리하고 있었다. 특히 이곳은 값이 저렴한데다 종류도 다양해 집안 인테리어에 관심이 많은 젊은 주부들로 붐볐다.
모란장은 크게 보면 4줄로 구역화돼 있다. 이번엔 화훼코너를 반환점으로 돌아 시장중앙길로 들어섰다. 의류, 음식점, 만물상 등이 포진해 있었고 각종 실용서적들을 판매하는 간이 서점도 시선을 잡았다.
모란장을 얘기하면서 먹거리 부분을 빼놓을수 없다. 특히 손칼국수와 김치손만두는 여러 매스컴에 소개될 만큼 유명하다. 요즘 인기메뉴는 콩국수와 우묵. 옛 고향의 맛을 느낄수 있어 특히 어르신들에게 인기가 높다.
콩국수의 유혹을 뒤로하고 먹거리 장터를 지나자니 큰 포대자루에 가득 담긴 고추들이 눈에 띄었다. 웬일인가 싶어 물어보니 이곳에서 큰 고추장이 선다고 한다. 장이 서기 전날인 3일과 8일 새벽과 오전중에 고추도매가 이곳에서 이뤄지는데 서울과 인천, 경기도 남부지역 방앗간 주인들이 물건을 해간다고 한다. 수도권 고추시세가 모란장의 시세에 따라 결정된다니 유통 규모를 짐작할수 있다.
모란장을 다니다보면 유난히 많은 샛길을 접하게 된다. 그중 눈에 띄는 곳이 시장 입구 오른편 샛길. 이곳으로 들어서면 품바공연, 각설이 타령 등 흥겨운 공연을 볼수 있다. 비록 공터에 펼쳐지는 무대지만 나름대로 관객들을 위한 배려로 간이의자도 비치했다.
이들 주변을 빙돌아 일종의 실내포장마차가 자리하고 있는데 시장 명소로 불리는 돼지뷔페를 이곳에서 만날수 있다. 돼지뷔페는 2천~3천원만 내면 소주나 맥주, 음료수도 마시고 돼지껍데기, 내장 등 각종 돼지부산물도 맘껏 먹을수 있다. 단 장소가 협소해 서서 먹어야 하는 불편이 있지만 항상 사람들로 북적거린다.
샛길 장터에서 또하나 빼놓을수 없는 재미는 바로 각종 의료기기 및 약품을 판매하는 떠돌이 약사. 사실 제품을 신뢰하기엔 약간 무리가 있어보이지만 그 구수한 입담과 흥겨움에 사람들은 반신반의하면서도 자리를 떠나지 않는다. 붙이기만 하면 앉은뱅이도 일어난다는 파스, 죽어가는 목숨도 살린다는 명약(?) 등 얼핏 누가 구입할까 싶지만 어느새 약장사 주변은 사람들로 메워진다.
이곳과 반대편인 시장 입구 왼편, 주택가 샛길은 1년내내 고소한 냄새가 진동한다. 바로 전국에서도 소문난 기름집(참기름, 들기름)들이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어느 곳이 특별히 유명하다고도 말할수 없을 만큼 50여개에 이르는 기름집 모두가 우수해 상설시장의 주요 특화품목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2시간 가량 시장을 구경하다보니 슬슬 주차요금이 걱정됐다. 우연히 본 인근 민영주차장의 주차요금표때문이다. 기본 30분 2천원, 이후 30분당 1천원이라고 적혀있었다. 2시간이니 벌써 4천원인 셈이다. 다음 추석장을 기약하고 발길을 돌렸다. 주차요금은 얼마가 나왔을까. 2천원이란다. 시가 운영하는 공영주차장이라 생각보다 저렴했다. 기본 30분당 400원이고 10분당 200원. 전일 주차시 6천원만 내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