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생 인류의 진화상 사촌 뻘인 네안데르탈인들은 지금까지  알려진 것보다 훨씬 뒤인 2만8천~2만4천년 전까지 생존했으며 스페인 남단 지브롤터의 동굴을 마지막 거주지로 사용한 것으로 보인다는 연구가 발표됐다.

    영국령 지브롤터와 영국, 스페인, 일본의 학자들로 구성된 연구진은 최근  지브롤터의 고람 동굴에서 2만8천년 전, 가깝게는 2만4천년 전 사용된 숯과 도살한 동물의 뼈, 조개 껍질, 네안데르탈인 특유의 돌 연장들을 발견했으며 이는 네안데르탈인인들이 현생 인류에 의해 멸종됐을 것이라는 추측을 잠재우는 것이라고 네이처지에 발표한 연구 보고서에서 주장했다.
네안데르탈인들은 약 20만년 전 유럽과 서아시아에 등장했으며 4만~3만5천년 전 현생 인류가 동유럽에 등장해 서쪽으로 세력을 확장한 것과 같은 시기인 3만5천~3만년 전에 멸종한 것으로 추정돼 왔다.

    이 때문에 네안데르탈인들이 현생 인류에게 죽임을 당했거나 이들이 옮긴  병균으로 몰사했을 가능성이 제기됐고 소빙하기가 닥치면서 고도의 생존 기술을 가진 인류와의 경쟁에서 밀려났을 것이라는 추측도 강력하게 지속돼 왔다.

    그러나 지브롤터 박물관 유물관장인 클라이브 핀리슨 교수 등 연구진은 고람 동굴에서 새로 발굴된 화덕 속의 숯을 분석한 결과 연대가 2만8천~2만4천년 전 것이며 네안데르탈인들이 이 동굴을 약 10만년 동안 사용해 왔다는 증거를 발견했다고 밝혔다.

    핀리슨 교수는 일부 숯의 연대는 2만4천년 전 것이라고 확신하지만 같은 연대의 다른 유물들이 발견되지 않아 상한선을 2만8천년으로 잡았다면서 이것도 `보수적'인 추정이라고 말했다.

    연구진은 지구 기후가 점점 추워지던 이 무렵에도 고람 동굴  일대는  지중해성 기후를 그대로 유지해 주변에 사냥감 동물들과 식물이 풍부했으며 지금은 해수면이 상승해 바다와 불과 20~30m 거리가 됐지만 당시에는 5㎞ 정도 거리를 두고 각종  조개류와 거북 등 해산물도 풍부해 유럽 대륙에 남아있는 최후이자 최상의 거주지였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들은 네안데르탈인들이 낮에는 넓은 지역에서 돌아다니며 사냥을 하다 밤이나 날씨가 나쁜 때는 동굴로 돌아와 음식을 만들어 먹고 잠을 자는 등 주기적으로 동굴을 이용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이 동굴은 통풍과 채광도 잘 되는 최상의 조건을 갖고 있었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이런 사실들은 네안데르탈인의 멸종 원인이 현생  인류보다는  급격한 기후 변화에 있다는 것을 뒷받침하는 것이라면서 "그들의 신체조건이 현생 인류만큼 기후 변화에 재빨리 적응하지 못한 것이 멸종의 주원인이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일부 비판적인 학자들은 네안데르탈인들의 유물에 그 후의 유물이 섞였을 가능성을 제기하는가 하면 동굴에서 네안데르탈인의 유골이 발견되지 않은  점으로 미루어 이것이 반드시 네안데르탈인의 유적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또한 현생 인류의 등장 후에도 네안데르탈인들이 오래도록 생존했다면 두 집단 사이의 교배 가능성도 충분히 있을 것이라는 추측이 새삼 고개를 들고 있다.

    지브롤터의 기후는 소빙하기에도 다른 지역에 비해 변화가 적고 온화했으나  최근 심해 침전물 분석 결과 2만4천년 전경 기온이 급속히 떨어진 것으로 밝혀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