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권여당이 내년 대선에 내세울 대통령 후보 선출 방식을 오픈 프라이머리(개방형 국민경선제) 방식으로 사실상 확정했다. 오픈 프라이머리는 일반국민이 당원으로 가입하지 않고도 국민경선에 참여할 수 있는 점에서 선진적이다. 특히 여권은 지난 2002년에 국민참여 경선방식과 같이, 가장 선진화된 경선방식만이 야당후보를 누를 수 있는 대중성 있는 후보를 확보할 수 있다고 신앙처럼 믿고 있다.
열린우리당은 오픈 프라이머리의 구체안을 마련해 의원총회와 중앙위원회의 인준을 받아 당론으로 확정할 예정이다. 필요한 관계 법령이 있을 경우 야당과 협의를 거쳐 정기국회에서 개정할 방침이다. 내년 2월 전당대회까지는 대통령 후보선출방식과 시기가 결정되는 것이다.
여야 전략통들의 분석에 따르면, 여당의 오픈프라이머리에는 몇가지 노림수가 깔려있다. 먼저 정계개편과 외부 후보 영입을 열린우리당이 주도한다는 것. 그리고 한나라당의 대통령 후보 선출방식에 영향을 줄 수 있다. 벌써 부터 한나라당 비주류 소장파 의원들을 중심으로 여권식 오픈 프라이머리 제도를 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다. 완전 국민경선제를 주도할 경우 대선 정국 전반을 장악할 수 있다는 계산인 셈이다.
개방형 국민경선제에 필연적으로 얽힐 당내외 인사는 많다. 고건 전 총리, 강금실 전 법무장관, 진대제 전 정통부장관 등이다. 여기에 지난 8월 대통령이 언급한 외부선장론의 인사들로 꼽히는 정운찬 서울대총장, 박원순 아름다운재단 이사장, 추미애 전 의원 등 비정치권 인사까지 포함하면 벌써 7명에 이른다. 여당내의 출마자들까지 포함하면 후보의 범위가 10여명 이상으로 늘어나는 셈이다.
특히 고 전 총리, 강 전 장관, 진 전 장관은 오픈 프라이머리가 현실화할 경우 정치적 명운을 걸 수밖에 없다는 것이 여당내 분석통들의 견해다.
▲고건 전 총리
고건 전 총리는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 이명박 전 서울시장과 함께 지지도 선두권을 형성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고 전 총리의 지지도를 중도개혁 성향으로 분석하고 있다. 즉, 고 전 총리의 지지층은 2002년에 노무현 대통령을 지지했던 범여권 세력이 주축을 이루고 있다는 풀이다.
따라서 여당의 개방형국민경선제가 품에 안을 첫 대상자는 고 전 총리일 가능성이 높다. 즉 여당이 내년 2월 전대 직후 고 전 총리에게 `국민경선제의 틀안에 들어와서 대통령 후보자리를 놓고 정정당당하게 겨룰 것'을 제안하면, 선택의 기로에 설 수밖에 없다는 것. 고 전총리로서는 여권에 들어가 대선후보 경선을 치르지 않으면, 지지도가 급락하여 대선의 종속변수로 전락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고 전 총리는 자신의 지지세력을 묶어, 지난달 28일 희망한국 국민연대(이하 희망연대)를 출범시켰다. 고 전 총리측은 희망연대가 “정치 결사체나 새로운 정당의 모태와는 거리가 멀다”고 말하면서도 “최대한 몸을 가볍게 했다”고 설명했다. 여차하면 `외부선장론'의 주인공으로 뛰어들 가능성을 암시하는 대목이다.
▲진대제 전 정통부장관, 경선 파란의 최대변수
“열린우리당만 아니었어도….” 5·31 지방선거가 끝난뒤 여권내에서는 진 전 정통부 장관에 대해 짙은 동정심을 표명하는 인사들이 많았다. 노 대통령과 참여정부의 실정만 아니었으면, 경기도지사감으로 진대제 후보가 나쁘지 않았다는 의미다. 진 전 장관으로선 “낙선했으나 국민들에게 신선한 이미지를 어필한 성과가 만만치 않았다”는 평가를 얻었다.
선거가 끝난뒤 3개월, 진 전 장관은 이런 저런 소문을 뒤로하고 자신의 길을 걷고 있다. 모 대학 석좌교수로 초빙되는가 하면, 미래성장 전략관련 대학강의 요청을 마다하지 않고 있다. 최근에는 자신의 모교인 스탠퍼드 대학에 다녀오고, 하이닉스반도체를 방문해 묘한 해석을 낳기도 했다. 여권에서는 경제, 교육 부총리 기용 등 소문이 무성하지만, 아랑곳 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대권과는 무관한 듯 보이지만, 여권내 전략통들은 내년 대선 후보 경선에서 파란을 일으킬 최대변수로 꼽고 있다. 한 수도권 의원은 “진 전 장관은 국민들이 희망하는 차기 대권 후보의 장점을 모두 지니고 있다”고 말한다. 미래지향적인 기업인 출신이라는 점, 반도체를 개발하고 정보통신 강국을 만드는데 기여했다는 점, `비정치권 경남출신'으로서 지역색을 탈피해 선택할 수 있는 미래형 지도자감이라는 것이다.
▲강금실 전 법무장관, 개방형국민경선제의 한복판에 서 있어
“그동안 잘 쉬었어요.” 강 전장관은 5·31 지방선거 낙선이후 모습을 드러낸뒤 환한 모습으로 말했다. 지난달 31일 외교통상부에서 여성인권대사로 재임명된 뒤 내놓은 말이다. 대외직명대사는 각 분야에서 인지도가 높고 전문성을 갖춘 민간인이 임명되며 정부 정책을 대외적으로 홍보하고 관련 국제회의에 우리 정부를 대표해 참석, 외교활동을 지원하는 자리다.
강 전장관은 8월 중순 한 영화전문채널 여론조사 결과 대한민국 여성대통령감으로 박근혜 전대표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강 전 장관은 대통령의 신임이 두터운데다, 5·31 지방선거에서 강단있는 정치인으로 변신,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평이다. 당내 한 전략기획 담당의원은 “강 전 장관은 개방형 경선제의 틀안에 반드시 나설 수밖에 없다”면서 “대중성과 리더십, 당내 지지세력도 만만치 않다”고 말했다. 강 전 장관은 경선과정에서 당내 여성 후보군으로 꼽히는 한명숙 국무총리, 추미애 전 의원 등 당내외 여성파워와의 사전 경쟁의 벽을 넘어야 하는 것이 과제이다.
/박춘대기자·pcd@kyeongin.com
타판, 개방경선제 숨죽인3인방
입력 2006-09-16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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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9-16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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