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로커다일 헌터 (The Crocodile Hunter: Collision Course)
 2002년/ 호주, 미국/ 89분/ 코미디, 모험
 감독: 존 스테인튼
 출연: 스티브 어윈, 테리 어윈, 케이트 비헌
 DVD발매: 2003.05
 ★★★★★★☆ (6.5/10)

 지난 주 5일 국내 포털사이트들은 다음과 같은 제목으로 4일 발생한 한 인물의 죽음을 알리는 기사들을 급히 내보냈다. “호주 `악어사냥꾼' 죽음에 애도와 충격”, “손으로 악어 잡은 남자가 가오리에 죽다니.”
 비운의 주인공은 바로 실천적 환경운동가이자 동물원 운영자이며 뛰어난 엔터테이너이기도 했던 `스티브 오윈'. 국내 대중들에게는 그리 큰 인지도를 갖지 못한 그의 죽음이 뉴스가 된 것은 그만큼 호주를 비롯한 서양 상당수 국가에서 그가 대단히 인지도 있는 인물이었기 때문이다. 1962년 생으로 이제 45살의 창창한 나이, 왕성한 활동을 펼치던 시기에 벌어진 사고라 팬들에겐 더욱 큰 충격이기도 했다.

 1992년에 시작된 호주 TV프로그램 `악어 사냥꾼(The Crocodile Hunter)'을 통해 전세계 야생동물의 생태를 소개해온 어윈은 이 프로가 전 세계의 120개 국가에서 방영되는 다큐멘터리 `채널 디스커버리'의 전파를 타면서 세계적인 스타가 됐다.

 동안의 근엄하고 관조적 시각이 강했던 동물 다큐멘터리와 달리, 직접 동물들과 함께 등장해 스스로 그들을 자극하고 뒹굴며 위험과 매력을 가까이 체험케 해주는 그의 프로그램들은 하나의 쇼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또 잠시도 쉬지 않고 떠들어대는 그의 엄살과 위트 넘치는 애드립은 언제나 재미와 함께 놓칠 수 없는 정보를 잊지 않았다.

 그의 다소 어이없는 사인도 나름 화제가 될 수밖에 없었다. 평소 거대한 악어나 맹독류 동물들과 뒹굴던 그였기에 처음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의 죽음을 “올 것이 왔다” 정도로 반응했다는 것. 그러나 정작 그의 죽음이 뜻 밖에도 특별히 위험해 보이지 않던 가오리에 의한 것임이 알려지면서 경악을 금치 못하고 있다고. 사고는 호주 동부 퀸즐랜드주 해안의 산호초인 그레이트 배리어 리프에서 해양 다큐멘터리를 촬영하던 중 일어났다. 어윈은 산호초에 살고 있는 각종 희귀종 어류들의 활동을 촬영하기 위해 카메라맨과 함께 고기들을 따라가며 때로는 유도하던 중 노랑가오리 꼬리에 달린 독가시에 가슴을 쏘인 것이다. 촬영 중이었던 탓에 그의 사고 장면은 고스란히 카메라에 담겼다. 아직까지 희박하긴 하지만 이것의 공개여부 또한 팬들의 신경을 날카롭게 곤두세우게 하는 이슈 중 하나다.

 영화 `크로커다일 헌터'는 이제 어윈이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주연으로 등장한 극장용 극영화가 되어버렸다. 2002년 호주와 미국 합작으로 제작된 이 작품은 동안 TV규모와는 달리 확장된 극장판 영화로서의 고심을 엿볼 수 있다. 중심에 그를 스타로 만든 자연 다큐멘터리 형태를 고수하면서 외적으로 첩보 코미디의 상업영화의 픽션을 가미한 독특한 모양새는 특히 눈에 띄는 부분이다.

 미국의 인공위성이 고장으로 괘도를 이탈하며 파괴되고, 세계 안보에 위기를 부를만한 정보를 지닌 블랙박스가 지상에 추락한다. 블랙박스는 호주의 어느 강가에 떨어지지만 이내 커다란 악어에 의해 한 입에 삼켜지고, CIA와 호주 국립 정찰국은 먼저 블랙박스를 차지하기 위한 경쟁적 작전에 돌입한다. 요원들은 네이게이션을 토대로 악어를 뒤쫓지만, 아무 것도 모른 채 이들을 단순한 밀렵꾼이라 생각한 어윈과 그의 부인 테리는 악어를 그들의 손에서 떼어놓기 위해 두문불출한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손에 땀을 쥐는 모험과 웃지 못할 해프닝들이 펼쳐진다.

 냉정히 영화 자체만으로 평가했을 때 `크로커다일 헌터'는 다소 어중간한 감흥을 남기는 작품이다. 사이사이 실제 다큐멘터리 장면들도 상당수 포함되었다지만, 아무래도 세트와 대규모 제작시스템으로 재현한 어윈의 영웅담(?)은 그 현실성이라는 부분에서 김이 빠지는 게 사실이다. 또 영화의 절반을 차지하는 엉성한 첩보극도 개별적 긴장감이나 매력이 덜해 큰 의미를 찾을 수 없다. 하지만 이 두 가지 장르를 어떻게든 무리 없이 접목해 지루하지 않은 볼거리를 완성했다는 것은 인정할만한 부분일 수도 있겠다. 적어도 세대 차를 초월해 온 가족이 둘러앉아 진심으로 몰입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영화 중 하나는 될테니 말이다. 하지만 이제는 잠시나마 한 시대를 풍미했던 어느 특별한 인물의 모습과 삶의 형태를 온전히 추억할 수 있는 작품이라는데 더 큰 의미가 있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