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에서 살인사건이 일어났다. 그것도 남·북한과 미국의 평화협정 정상회담을 앞두고 연쇄적으로 발생했다’, ‘우연히 대통령과 알게 된 미취업 청년은 눈치 빠른 비서관의 업무협의(?)를 통해 국가 정보국에 취직한다’, ‘강원도 산골 처녀가 청와대 요리사로 성공했다. 사랑도 익었다. 현대판 대장금이 됐다’.

드라마, KBS의 ‘특수수사일지:1호관 사건’, SBS의 ‘무적의 낙하산요원’ 그리고 얼마 전에 종영한 MBC의 ‘진짜진짜 좋아해’의 공통점은 그 배경이 청와대이다. 왜 청와대일까? “청와대가 아니면 극적 긴장감이 살아나지 않는다는 판단을 했다”는 ‘특수수사일지’ 제작진의 말처럼 청와대 들여다보기는 일반인에게 흥미의 대상이고 긴장을 자아내는 영상구조이다. 드라마의 완성도나 재미의 배가를 위해서는 현실과 비현실의 균형이 필수적이다. 청와대는 아직까지 우리에게 현실의 공간이기도 하고 비현실의 공간이기도 하다. 매일 매체를 통해 여론과 소통하지만, 그곳 구성원들의 일상은 상상의 영역일 수밖에 없다. ‘뭐 별 거 있겠나?’ 하는 생각도 들지만 그래도 바늘구멍을 통해 들여다보는 재미도 만만치 않기에 이런 드라마들이 기획되고 방영되는지 모르겠다.

청와대야말로 서사적 공간이다. 역사가 이루어지고, 미래가 설계되며, 거대 담론을 제시하는 공간이다. 청와대는 국민과 소통하는 매체이자, 국민 생활이 출발하고 도착하는 플랫폼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그 곳 또한 사람들이 부딪히며 생활한다. 자장면 배달 철가방도 출입한다. 기자들이 몰려있던 춘추관에 자장면이 입성한 게 10여년 전 일이다. 일명 청와대 자장면으로 유명했는데, 마음씨 좋은 주인장이 서비스로 보내준 군만두와 함께 자장면 한 그릇이면 이야기 꽃이 만발했다. 청와대에서도 청춘남녀의 조용한 사랑이 무르익고, 어제의 과음으로 허둥지둥 출근하는 샐러리맨이 있고, 출근하기 싫은 사람도 있다. 그 곳에도 사람이 살고 있다. 드라마를 통해 ‘광화문의 외로운 섬’이 아니라 시청자에게 친근하게 다가오는 청와대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물론 현실에서도 우리에게 낯설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고….

<문화 커뮤니케이터·남서울대 외래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