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 세일러문 코스프레.
<5> 각국의 유사사례

 삼성경제연구소가 지난해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한류를 유지하고 확산시키기 위해서는 콘텐츠의 경쟁력 강화, 반(反) 한류 정서의 완화, 한류 활용의 극대화, 한류 인프라 구축 등이 이뤄져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이 보고서는 60년대말부터 90년대말까지 30년간 세계의 주목을 받다 쇠퇴한 홍콩영화를 사례로 들며 한류의 지속화를 위한 방안 등을 제시했다.
 반면 성공적인 사례로 남미식 소프 오페라(soap-opera:여성 취향의 TV 연속극)인 텔레노벨라와 `자포니즘', `일본풍', `일류', `화류' 등으로 불리는 일본문화를 들었다.

 

 

 

▲홍콩영화의 부흥과 쇠퇴
영웅본색 기점 '느와르시대' 열려
핵심인력 할리우드 진출로 쇠퇴길

 홍콩영화는 1960년대말 중국 전통무협과 서구의 액션을 접목한 이소룡의 영화들이 크게 히트하면서 세계적인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이후 성룡, 주윤발 등으로 이어지면서 홍콩영화의 황금기가 이어진다. 특히 1986년 `영웅본색'을 기점으로 본격적으로 `홍콩 느와르' 시대가 열렸다. `느와르(Noir)' 영화는 필름 느와르에서 유래된 말로, 주로 도시의 뒷골목, 술집 등을 배경으로 한 갱 영화를 의미한다.
 암흑가를 배경으로 남자들의 의리를 그린 영화 `영웅본색'이 크게 히트한 이후 느와르 영화가 붐을 이루게 됐고 홍콩영화의 전성기가 시작, 1993년에는 242편의 영화가 제작돼 흥행수입만 1억2천800만 달러에 달하는 등 최고의 전성기를 구가했다.

▲ 1986년 '영웅본색'을 기점으로 본격적인 홍콩 느와르 시대가 열렸다(영웅본색의 주윤발).

 그러나 1997년 홍콩반환을 전후해 홍콩영화는 쇠퇴기에 진입한다. 서극, 오우삼, 왕가위, 성룡, 이연걸, 주윤발 등 홍콩영화의 핵심 인력들이 작품활동을 보장받기 위해 대거 할리우드에 진출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대부분 외형만 다를뿐 조폭물 아니면 무술, 코미디, 로맨스가 뒤섞인 비슷비슷한 포맷을 10여년간 답습하면서 소비자들로부터 외면을 받기 시작했다. 또한 지나친 스타 의존 시스템도 경쟁력약화의 한 원인이었다.
 영화개봉과 동시에 불법복제된 비디오와 CD롬이 암시장에 깔리는 등 불법복제의 만연과 한국영화의 급성장도 홍콩영화의 쇠락에 한몫을 했다.

 

 ▲일본문화
19세기말 '자포니즘' 세계로 퍼져
'코스프레' 우리젊은층에도 큰 인기

 일본문화는 19세기말부터 `자포니즘(Japanism)', `일본풍(日本風)', `일류(日流)', `화류(和流)' 등으로 불리며 세계 각지에 확산됐다.
 예술작품, 대중문화, 음식, 패션, 생활양식 등 폭 넓은 분야에서 일본의 문화가 전세계에 전파되면서 최근에는 할리우드 영화속에서 일본패션과 생선초밥 등의 음식 등을 흔히 볼 수 있을 정도다.

 자포니즘은 1867년 프랑스 파리 만국박람회에서 일본도자기를 감싼 포장지로 쓰였던 `우키요에'가 인상파 화가 모네에게 발견되면서 탄생됐다. 이어 고흐, 로트렉, 마네, 드가 등 인상파 화가를 비롯해 수많은 예술가들이 자포니즘의 영향을 받았다.
 20세기초에는 일본의 침략전쟁과 함께 아시아지역에 일본문화가 유입됐고 20세기 중반이후에는 유럽의 경우 1980년대 언론들이 일본문화를 대거 보도하면서 일본문화 붐이 형성됐다. `Japan'이라는 이름의 과자가 등장할 정도.

▲ 일본의 인기만화 이누야사.

 현재는 애니메이션, 만화, 가요 등 일본 대중문화가 `아니메(Anime)', `재패니메이션(Japanimation)', `망가(Manga)', `J-POP' 등의 용어가 세계에 통용될 정도로 높은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 애니메이션의 경우는 전세계에서 방영되는 60% 가량이 일본산일 정도다. `포켓몬스터', `헬로키티', `하울의 움직이는 성' 등 세계적인 히트를 기록한 작품들은 매년 막대한 수익을 올리고 있다. 각국의 청소년들은 일본의 만화, 게임잡지 등을 보기위해 일본어를 학습하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특히 일본으로 유입된 `코스프레'가 우리나라의 젊은 층들에 큰 인기를 얻고 있기까지 하다. 코스프레는 `Costume'과 놀이를 뜻하는 `Play'가 합쳐진 신조어로 만화나 애니메이션, 게임 속의 캐릭터와 같은 복장을 만들어 입고 주인공을 흉내냄으로써 성취감을 얻는 하나의 놀이문화를 의미한다.

 ▲텔레노벨라(Telenovelas)
텔레+소설 합성 통속적 남녀사랑내용
스페인권 TV연속극 전세계 30% 시청

 스페인어권 TV 연속극 `텔레노벨라'가 현재 중남미 지역은 물론, 전세계 드라마 시청자들을 장악해 나가고 있다.
 텔레노벨라란 텔레(텔레비전)와 노벨라(소설)란 스페인어가 합쳐진 것으로 중남미와 스페인 등에서 방송되는 여성 취향의 TV 연속극을 말한다.

 텔레노벨라 확산 배경은 문화적 근접성 때문. 중남미 국가들은 대부분 동일 언어(스페인어)를 사용하고 문화적으로도 유사해 다른 국가의 문화콘텐츠를 수용하는데 거부감이 없다. 중남미에서는 12세 이상 64세미만의 사람들 가운데 약 53%가 텔레노벨라를 정기적으로 시청할 정도로 인기가 높다. 브라질의 경우는 정기 시청자가 73%에 달할 정도다.
 이 텔레노벨라는 최근 히스패닉 인구가 풍부한 북미(미국)을 비롯해 유럽, 아시아, 아프리카 등으로 급속히 방송영역을 넓히고 있는 상태다. 부산방송(PSB)이 베네수엘라에서 제작된 텔레노벨라 `카산드라'를 방영한 적도 있다.

▲ 멕시코 출신의 할리우드 스타 셀마 헤이엑은 텔레노벨라 열풍을 타고 세계적 스타로 성공한 대표적인 배우.

 특히 루마니아, 보스니아, 코소보, 세르비아, 몬테네그로, 불가리아 등 동유럽에서는 텔레노벨라가 시청자들에게 이미 익숙한 장르로 인식되고 있다.
 BBC는 하루 기준으로 전세계에서 이 남미식 드라마 시청자 수가 최대 20억명으로 지구촌 인구 3분의 1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1950년 첫 텔레노벨라 작품 `당신의 삶은 나의 것'이 제작된 브라질에서는 텔레노벨라 `아메리카' 시청자수가 지난 한일월드컵에서 브라질팀이 승리했을때보다도 많았던 것으로 조사될 정도였다.

 텔레노벨라는 주 2회 정도 방송되는 우리의 미니시리즈 혹은 주말 드라마와는 달리 보통은 일일드라마 형식으로 제작되며 총 제작 편수는 통상 1시간짜리 기준으로 180부작에 달한다.
 보통의 경우 신분 차이 등으로 맺어지기 어려운 두 남녀가 운명적 사랑에 빠져 현실적인 온갖 어려움을 극복하고 결국 사랑을 쟁취한다는 극히 통속적 수준의 남녀간 사랑얘기가 주류를 이룬다.
 그러나 최근에는 그 동안 금기시돼왔던 정치문제를 비롯해 동성애, 낙태, 혼전 성관계 등 사회 문제를 다루는 사례가 늘고 있다. 멕시코 출신의 할리우드 스타 셀마 헤이엑이 텔레노벨라 열풍을 타고 세계적 스타로 성공한 대표 배우로 손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