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한 휴대폰 광고에서 나오는 시 `얇은 사 하이얀 고깔은 고이 접어서 나빌레라…'는 사실 조지훈 시인의 `승무'의 첫 구절이다. 인간 고뇌의 종교적 승화를 다룬 이 시가 화성 용주사(주지·정호스님)에서 탄생됐다는 사실은 이미 잘 알려진 이야기. 이에 따라 용주사는 1939년 조지훈 시인이 용주사에서 승무를 보고 시 `승무'를 지은 것을 기념하는 행사로 지난 2003년부터 매년 `승무제(僧舞祭)'를 개최하고 있다.
 올해 4번째를 맞는 용주사 승무제는 지난 23일 오후 1시에 진행됐다. 이날 4천여명의 시민들이 용주사를 찾아, 승무 특유의 신비로움과 정중동(靜中動)의 세계에 빠져들었다.


 승무제는 먼저 박무웅 한국문인협회 화성시 지부장이 `승무'시를 낭독한 뒤 경기도무형문화재 제 8호 예능보유자 송악 김복련씨가 `온 누리에 연꽃 향기를'이란 제목으로 승무를 선보이는 순으로 진행됐다.
 하얀색 장삼에다 어깨에 붉은 띠를 두르고 고깔을 눌러 쓴 김복련씨와 그의 문하생들이 승무공연을 위해 무대에 등장하자 객석엔 순식간에 적막감이 감돌았다. 그러나 장관을 이루는 북의 울림과 절제된 춤이 잔잔한 조화를 이룬 공연이 끝나자마자 관객들은 큰 박수로 즐거움을 표현했다.

 승무를 보기 위해 천안에서 왔다는 조도영(46)씨는 “승무를 보니 저절로 마음이 겸허해지는 것을 느꼈다”며 “공연을 통해 여성적이나 약하지 않은, `승무'의 세계를 다시 음미할 수 있어 좋았다”고 소감을 밝혔다.
 한편 이날 승무제 뿐 아니라 장수노인을 공경하는 백수연(白壽宴)과 산사음악회, 중국 소림사 무승(武僧)들의 소림무술 등도 함께 진행돼 지역주민들의 큰 호응을 이끌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