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대체 요즘 구청에서는 무슨 일을 하는지 모르겠다. 자치구도 아닌 일반구가 대외 선심성 행사에만 몰두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구청장은 시장의 낯내기 대리인인가?”

민선 3기 출범이후 김용서 수원시장이 시민·사회단체 관계자들을 만날 때마다 지겹게 듣는 비판의 소리란다.

김 시장이 요즘 공·사석 자리에서 불편한 심기를 잇따라 드러내고 있다.

이번 비판의 목소리 때문인지 최근 구청장 전보인사도 단행했다. 그러나 민심은 여전히 일선 구청 민원에 대한 불만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행정 업무의 성격은 자치구가 아닌 일반구를 둔 수원시의 경우 자치단체장이 산하 4개 구청에 대한 총괄적인 책임을 지고 있다. 그만큼 구청장은 시장의 역할을 일선에서 가장 잘 보좌해야 하는 막중한 임무를 맡고 있는 것이다.

시청 홈페이지를 통해 제기되는 상당수 민원이 구청 소관업무인데서 민원의 불만이 어느 정도인지 가늠할 수 있다.

하지만 시민들은 시장과 구청장이 하는 역할에 대해 시시콜콜 잘 알지 못하는데다 알아야 할 필요도 없다.

“거리청소가 엉망이다. 가로수 고사목이 한달 넘게 방치돼도 그대로다.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각종 현란한 현수막과 불법 광고전단들이 도심지 곳곳에 나뒹굴고 있다. 보도블록이 훼손되고 도심지 이면도로에 구멍이 나도 몇달째 방치되고 있다….”

시민들의 원성을 사는 이같은 민원 대다수는 시장이 구청장에게 업무를 이관한 사안들이다.

해당 구청은 이런 쓴소리가 빗발치는데도 “예산이 없다. 현장 단속 인력이 부족하다. 본청(시)에서 계획하고 있는 사업이다” 등 변명 일색이다.

구청장의 하루 일과 스케줄은 각종 행사참석으로 꽉 짜여져 있다.

심지어 시장보다 행사 참석수가 더 많은 날도 있는 실정이다. 물론 구청장이 관내 주요 행사에 참석해 자리를 빛내고 구민들과 현장 대화를 나누는 일은 중요한 업무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행사성 위주의 일정에 치여 구민들의 생활민원 현장이 뒷전이 돼서는 안된다.

이번 기회에 시도 각종 행사 의전에 변화가 요구되고 있다.

시가 주관한 행사에 구청장 참석 여부를 따지기보다는 현장 민원처리 시스템 평가표를 만들어 구청장이 제대로 평가받는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

심지어 일각에서는 구청장에 대한 인사틀을 전면 재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사실상 공무원 내부에서는 `구청장에 오르면 공직을 정리하는 마지막 영예의 자리'로 인식되는 경향이 농후하다. 이런 풍토탓에 구청장은 현장 위주 행정보다는 낯내기성 행사로 인기를 얻으려는데 몰두하고 있는게 현실이다.

따라서 `평가를 잘 받는 구청장은 본청 요직국장으로 전보하는 인사 패러다임을 바꿀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고 경기도내 일부 자치단체에서는 실험적으로 이런 인사 시스템을 도입하고 있는 실정이다.

민선 3기 재선에 성공한 김 시장은 `공직자의 생리를 이제는 알 것 같다'고 말할 정도로 인사제도의 틀을 바꾸겠다는 의지를 내보이고 있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